소나무가 퍼온글

-* 사 랑 이 란 *-

paxlee 2008. 5. 18. 10:35

              - 사 랑 이 란 -
  

 

사랑이란 / 양 현 근

          

키큰 나무와 키작은 나무가 어깨동무하듯
그렇게 눈 비비며 사는 것
조금씩 조금씩 키돋음하며
가끔은 물푸레나무처럼 꿋꿋하게
하늘 바라보는 것
찬서리에 되려 빛깔 고운
뒷뜨락의 각시감처럼
흔들리지 않게 노래하는 것
계절의 바뀜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는 것
새벽길, 풀이슬, 산울림 같은
가슴에 남는 단어들을
녹슬지 않도록 오래 다짐하는 것
함께 부대끼는 것
결국은 길들여지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    김 재 진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에요, 여기에요,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입니다.
어차피 삶 또한 그런 것입니다.

믿었던 사람이 오지 않듯
인생은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을 뿐
사랑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실망 위로 또 다른 실망이 겹쳐지며
체념을 배웁니다.

잦은 실망과 때늦은 후회,
부서진 사랑 때문에 겪는
아픔 또한 아득해질 무렵
비로소 깨닫습니다.

왜 기다렸던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갈망하면서도 왜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
사랑은 기다림만큼 더디 오는 법
다시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갑니다.

 


아름다운 만남을 기다리며 / 이 용 채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과 
만나고 싶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낯선 얼굴로
그들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만,


어차피
우리들의 삶은
서로가 만나고 헤어지며
그렇게 부대낄 수밖에 없는,


서로가
큰 삶의 덩어리들을
조금씩 쪼개어 갖는 것일 뿐.

 

누구나가
그들 나름대로의 자를 들고
그들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서로를 재고 있겠지만,

 
언제나
보이는 것에 익숙해진
오늘조차
나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지.

 

보이는 것은
쉽게 변할 수 있고
보이지 않는 것조차
추한 모습일 수 있겠지만,

 
보이는 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의
껍데기일 뿐.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일이
어쩌면
가장 힘겨운 일일 수 있기에
사랑이 더욱 값진 것이겠지만


우리들이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마저
때로는 거짓일 수 있고,
그에게 슬픔일 수 있기에,

 
나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위해
더욱 노력하며
살아야지.

 

 

 

혼자사랑 / 도 종 환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 하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두고 한번도 말 안하고
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행복 / 유 치 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 희 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거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 서 정 윤

  

사랑한다는 말로도
다 전할수 없는
내 마음을
이렇게 노을에다 그립니다.
사랑의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 사랑할 수 밖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 삶이기에
내 몸과 마음을 태워
이 저녁 밝혀드립니다.

다시 하나가 되는 게
그다지 두려울지라도
목숨 붙어 있는 지금은
그대에게 내 사랑
전하고 싶어요..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익숙하지 못하기에
붉은 노을 한 편 적어
그대의 창에 보냅니다.

 

 

 
처음처럼 / 용 혜 원

 

 우리 만났을 때
그 때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그렇게 수수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처음 연인으로
느껴져 왔던
그 순간의 느낌대로
언제나 그렇게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퇴색되거나
변질되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우리 만났을 때
그 때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 ----- 

A Time To Love - Damita 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