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 [숲과 건강] *-

paxlee 2008. 6. 27. 22:22
 
          많은 사람들은 숲을 찾는다. 스트레스 해소, 기분의 전환, 산책과 명상 등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
        다. 그런데 이런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바로 ‘건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숲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또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숲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실은 필자와 산림과학원이 2005년에 공동으로 실시한 ‘숲 이용 동기’ 연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전국에 거주하는 2,000여 명의 숲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약 80%의 사람들이 건강 관련 동기에 의해 숲을 찾고 있는 것으로 응답하였다. 또한 숲의 중요한 기능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때, 사람들에게 건강을 주는 기능을 82점 이상을 부여해 다른 어떤 기능보다도 높게 평가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위에서 밝힌 설문조사의 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숲의 건강 기능을 잘 알고 있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숲을 건강 목적으로 이용하여 왔다. 우리 주변에서도 숲이나 산을 꾸준히 이용함으로 각종 질병을 치유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러나 숲을 이용한 건강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학문적인 관심은 최근에야 비로소 관심을 끌게 되었다. 과거 경험적으로만 이야기되던 숲의 건강 기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그 결과를 가지고 근거 중심의 숲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활용하기 위해서다.


오염 중화시키는 음이온의 보고


숲은 왜 사람들을 건강하게 할까? 왜 숲은 우리에게 평안을 주고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해 주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우리 인간의 원초적인 역사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고생물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기원을 약 500만 년에서 700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바나숲 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다. 숲에서 시작한 인간의 역사는 지금부터 약 5,000년 전쯤에야 숲에서 나와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 왔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급격한 도시생활을 하게 된 것은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세월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인간 역사의 거의 대부분을 숲에서 숲과 함께 살아왔다.


▲ 숲에서 사람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다.

그 기나긴 인간 역사에 비추어 본다면 불과 눈 깜박할 사이 우리들은 숲과 자연을 등지며 살고 있다. 하루 24시간 동안 맨땅 한번 밟아볼 시간 없이 자연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숲 환경에 적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현재에도 숲 환경에 알맞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자연과의 부조화된 삶이 편할 리가 없다. 육체의 병, 마음의 병이 모두 숲과 동떨어진 삶으로부터 나온다.


하버드대학의 윌슨 교수는 인간의 이러한 자연의존성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가설이라고 명명하고, 우리 인간의 유전자 속에 뿌리박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숲의 녹색을 접하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이유, 심신이 피로할 때 숲을 찾게 되는 이유가 바로 바이오필리아라는 본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숲의 건강효과를 의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첫째 거론되는 것이 ‘피톤치드의 효과’다.  1969년 레닌그라드 대학의 식물학 교수인 토킹 박사가 발견한 수목 내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란 물질이 인간에게 해로운 균의 살균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 피톤치드의 장점은 개개의 수목이 그 특성에 따라 살균의 범위를 선택하고 인간의 몸에 무리 없이 흡수된다는 것이다.


▲ 인간은 본성적으로 숲에 의지해야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수목의 향기와 수액에 포함된 테르펜계 물질의 약효가 숲의 건강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며, 이는 주로 피부자극제, 소염제, 소독제, 완화제로 쓰인다고 한다. 실제로 피톤치드가 풍부한 숲은 폐결핵과 같은 전염성 병을 위한 좋은 요양지이기도 하다. 20세기 초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이 폐결핵의 유일한 치료법은 숲에서 요양하는 것이었고, 또 많은 환자들이 효과를 보았다.


숲이 가진 치료 효능은 1900년대 초 미국 뉴욕의 병원에서 보고한 임상 관찰 결과에 의하여 과학적 관심을 끌게 되었다. 당시 미국에 창궐했던 폐결핵 때문에 병원마다 환자가 넘쳐 이들을 수용할 만한 병실이 모자랐다. 뉴욕의 한 병원에서는 넘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병원 뒤뜰 숲에 텐트 병동을 임시로 만들어 결핵환자들을 수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숲속에 수용한 환자들의 치료효과가 훨씬 높은 것을 발견한 병원에서 이 사실을 학술지에 보고하면서 숲의 치료효과가 관심을 끌게 되었다. 이후 그 학술지에는 ‘Pine Hospital'이란 별도 섹션을 만들어 숲의 치료효과를 연속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 숲은 거대한 산소 공장이다.

또한 숲은 음이온의 창고다. 숲에서는 광합성작용에 의해 이산화탄소를 호흡하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음이온이 많이 발생한다. 한번 만들어진 음이온은 영구불변한 게 아니라 양이온을 중성화시키는 데 진력한다. 대부분의 양이온은 오염이 많은 곳이나 먼지 등이 있는 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음이온을 만나면 쉽게 중화되어 없어진다. 즉 공기가 오염된 곳에선 양이온이 늘어나고, 음이온은 모자라게 된다.


또한 전자제품, 휴대전화 등은 대표적으로 양이온을 발생시키는 기구들이다. 따라서 숲에 음이온이 많은 이유는 숲이 음이온을 많이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오염된 공기와 먼지, 전자제품 같은 것들이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음이온을 그대로 간직하기 때문이다. 실제 숲속에 존재하는 음이온의 양은 1cm3당 800∼2000개로서 도시의 실내보다 14~70배 이상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에는 음이온의 비율이 높다. 보통 음이온이 공기 1cm3당 700개 이상 되어야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음이온이 공기 1cm3당 1,000개 이상으로 풍부해지면 안정된 상태에서 많이 발생하는 뇌파인 알파파의 활동을 증가시켜 긴장을 완화시켜 준다. 또한 두통을 없애주며,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신경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과 자유 히스타민(Free Histamin)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연구들은 밝히고 있다.


          1㏊ 숲, 45명이 1년 숨 쉴 산소 배출

 

숲은 거대한 산소공장이다.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산소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필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1ha의 숲에서 1년간 16t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고 12t의 산소(O2)를 방출한다고 한다. 한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산소의 양은 0.75㎏ 정도이므로, 1ha의 숲이 생산하는 산소는 45명이 1년간 숨 쉴 수 있는 양이다.


산소는 웰빙과 내추럴빙의 중심에 있는 물질이다. 그래서 깊은 숲속의 무공해 산소를 캔에 담아 판매하기도 하고, 신선한 산소를 제공해 주는 산소방의 인기도 대단하다. 생명이 위독한 응급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마스크는 필수적이다. 숲에 가면 온몸이 시원하고 쾌적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물론 온도도 낮지만 질 좋고 풍부한 산소가 우리 몸을 상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숲에 오면 마음껏 깊은 호흡을 하여 폐 속에 묻어있는 찌꺼기를 씻어버릴 수 있다. 이렇게 귀중한 산소를 만들어 내는 광합성작용이지만 나무를 비롯한 녹색식물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조건이나 대가를 원하지 않는다. 광합성의 원료는 이 지구 대기에 흔히 들어있는 이산화탄소와 햇빛, 그리고 물뿐이다.


숲은 또한 현대 도시생활에서 무디어진 우리의 오감을 민감하게 회복시켜 준다. 숲에 있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다시 살려주는 매개체들이다. 가장 먼저 시각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 인간은 몇 백만 년을 숲에서 살아오면서 숲의 녹색과 어울리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날 현대인들의 눈에는 녹색과 같은 자연색이 아니라 온갖 화려하고 원색의 인공색이 우리 시각을 어지럽힌다. ‘눈이 피로해지거든 잠시라도 눈을 들어 창밖의 숲을 바라보라.’ 이것이 아직도 안과의사가 추천하는 가장 평범하지만 효과적인 눈 보호법이다.


▲ 피톤치드는 숲이 주는 건강물질 중 대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숲에서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 역시 세상의 온갖 소음에 더럽혔던 우리의 귀를 말끔히 씻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이 숲의 소리는 어지러웠던 우리의 마음조차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숲에서 느끼는 오감 중 우리를 즐겁게 하는 또 하나는 상쾌하고 시원하게 후각을 자극시켜주는 냄새다. 특히 비가 촉촉이 내린 여름철 숲속을 걸어본 일이 있는가? 소나무 숲에서 피어나는 상큼하고 달콤한 향은 우리의 폐 허파꽈리 깊숙이 파고들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


숲을 걷거나 숲에서 활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오감을 활짝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숲의 아름다움, 자연의 소리, 어느 값비싼 향수도 흉내낼 수 없는 특유의 향긋함, 이런 모든 것을 즐기는 숲의 이용이 바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 숲에 와서도 열심히 정상을 향하여 땀만 흘린다면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숲에서의 오감회복은 우리 인체의 생리활동을 건강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정신까지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심리적 측면에서 보면 숲은 일상과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서 탈출감을 준다. 일상의 환경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직장, 학교, 심지어 가장 편안하고 안식을 취해야 할 집에서도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숲은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소다. 즉, 일상의 탈출구 역할을 숲이 수행한다. 숲에서는 일상의 모든 근심을 잠시 잊고 자기를 재충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생활의 환경과 숲의 환경이 다름으로 해서 얻어지는 자극의 효과다.


숲은 우리를 순수하게 만든다. 숲을 꾸리고 있는 모든 것이 원초적 순수이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도 비슷하게 닮아가지 않을 수 없다. 또 숲이 가진 녹색만큼 평온하고 평화로운 색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의 상징으로 녹색을 많이 쓴다. 숲에 오면 마치 엄숙한 성전에 들어온 듯하다. 숲은 신의 창조물 중에 가장 순수한 형태로 지속된 창조물이다. 그 숲은 희망의 세계이며, 세상에 살면서 찌든 때를 벗겨내고 우리를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스트레스 해소·재충전 장소로 각광


인간은 숲에 있을 때 마음이 안정되고 평안해진다. 이런 변화는 곧 생리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 긴장과 불안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코티졸과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낮아지고, 안정되고 행복한 상태에서 분비되는 엔돌핀과 같은 쾌적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호르몬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체의 반응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안정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파인 알파파가 증가되고, 혈압과 맥박이 감소되는 현상을 실험을 통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직접 숲에 와서 느끼는 변화뿐만 아니라 비디오를 통한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생리적 변화가 나타난다. 미국의 환경생리학자인 울리치(Ulrich)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내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장면과 아름다운 숲의 경관이 담긴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생리적 변화를 조사했더니 교통체증의 비디오를 볼 때 올라갔던 혈압과 맥박, 그리고 수축되었던 근육이 아름다운 숲의 경관 비디오를 본지 5분 정도만에 안정된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숲은 건강과 행복의 산실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말기 암환자들에게 침상에 아름다운 숲을 가상으로 산책하는 비디오 장치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그들이 느끼는 통증이 훨씬 완화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숲의 아름다움이 환자들의 아픔을 잊게 하는 도파민(Dopamine)의 분비를 촉진시킨 결과다.


오늘날 많은 병원과 의사들은 이러한 숲의 건강 기능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임상에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상태를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한 상태가 아닌 것뿐만 아니고,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복리적으로 완전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바탕을 둔다면, 숲이 인간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매일 아침, 또는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산이나 자연을 찾아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숲이나 자연이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하는 역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수백 개의 병원을 짓는 일보다 주변의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나 긴장이 몰려올 때 숲이나 나무를 바라보며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Tps 효과적인 산림욕 방법


1 산림욕이 좋은 계절은?
산림욕을 피톤치드의 발산과 연관하여 생각한다면 피톤치드의 발산이 가장 많은 계절은 봄과 여름이므로 이 때가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을과 겨울에도 피톤치드의 발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계절에 구애 없이 산림욕은 몸에 좋다. 또한 산림욕은 피톤치드뿐만 아니라 숲이 가진 우리 몸의 모든 감각에 자극을 주는 요소들을 체험하는 것이므로 구지 봄과 여름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2 산림욕이 좋은 시간은?
피톤치드의 발산은 기온과 연관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정오부터 오후 2시 정도가 피톤치드의 발산양이 가장 많다. 그러나 이 때는 기온이 높기 때문에 몸에 땀이 많이 나고 움직일 때 쉽게 피로를 느낀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쾌적하게 느껴지고 비교적 피톤치드의 발산도 많은 시간인 오전 10시경이나 오후 2시경을 좋은 시간이라고 추천한다.


3 산림욕이 좋은 장소는?
산림욕이 좋은 장소는 따로 없다. 굳이 꼽으라면 자기에게 맞고 감정이 끌리는 장소를 권하고 싶다. 또한 계곡이나 폭포 주변에는 음이온이 많이 발생하므로 시원하게 느껴질 뿐더러 몸에 음이온을 많이 흡수할 수 있다.


4 산림욕에 좋은 옷은?
비교적 땀의 흡수가 잘 되고 공기가 잘 통하는 옷이 좋다. 꼭 쬐거나 나일론 계통의 옷은 피하는 게 좋다.

/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한국산림치유포럼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