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쪽 끝 강서구 염창동에서 동쪽 끝 강동구 암사동까지 *-
문득 한강 따라 걷고 싶어서
가벼운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어디까지 걸을 것인지 염두에 두지 않고서.
*염창동 지하보도는
겨울 강 바람이 차다.
염창동 토끼굴(가양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쯤)을 빠져나와
한강변에 선 시간은 14시 00분이었다.
*염창교를 지나며
안양천이 한강과 합수되는 지점에서 여의도기점까지는 7km.
파란 하늘과 잿빛 교각의 대비(對比)가 차갑게 다가선다.
염창 지하보도로부터 500m 걸어 온 곳에서 만난 이정표다.
산을 오르며 맞닥뜨리는 이정표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성산대교, 선유교를 지나며
선유도를 잇는 보행자 전용 아치형 다리,
선유교 사이로 드러난
성산대교와 하늘공원이 포근하다.
*양화대교, 당산철교를 지나며
지하철 2호선 전철이 머리위로 지나간다.
지하철 2호선 전철을 다시 머리위에 두게 될 곳은 잠실철교다.
잠실철교 밑을 지날때 쯤이면 캄캄해져 있을 것이다.
곁다르고 속다른 건물, 국회의사당이 다가선다.
겉은 멀쩡한데 속은 난장판이다.
이시각 현재(1월 3일 2시20분쯤), 언제 지붕 뚜껑이 열릴지 모른다.
금뱃지들이 모여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이곳이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이다.
한강 본류는 서강대교 아래로 도도히 흐르는데
유독 국회 건물 뒷편 강물은 꽁꽁 얼어 붙었다. 왜일까?
쩍쩍 갈라지는 얼음판 또한 국회 모습을 빼닮았다.
언제쯤 녹아내려서 본류와 합치게 될지...
참새가 봉황의 속을 어찌 알리요!
*서강대교, 마포대교를 지나며
한강이 거듭 난다.
콘크리트 제방이 제거되고 환경친화적 자연 제방으로 태어난다.
건설 중장비 움직임이 분주하다.
수변문화공간, 2009년 10월 이른바 한강 르네상스로 거듭난다.
걷다 보면 공사장을 자주 만나 우회하기도 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한강을 생각하면 이 정도 불편 쯤이야...
*원효대교, 한강철교, 한강대교를 지나며
한강대교 아치는 딛고 오르기 쉬워서일까,
1인시위나 자살소동 꾼들이 즐겨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교각에 끈적끈적한 윤활유를 바르기도, 베어링판 설치도 해가며
이들의 접근을 막아보려고 무진 애를 쓰기도 하는 모양인데...
*노량대교를 지나며
한강의 남과 북을 잇는 다른 교량과는 달리
노량대교는 노량진과 동작동 사이 강 기슭을 따라 길게 이어진 다리다.
절집 추녀에 매달린 풍경(風磬)처럼
한강 교각에도 풍경이 매달려 있다?
차디찬 교각 난간에 매달린 등(燈)을 보며 절집 풍경을 떠올린다.
길고 긴 노량대교 밑 자전거도로는 응달이다.
교량의 좁은 틈새로 새어드는 빛은 바닥까지 이르지 않는다.
음습하고 을씨년스런 다리밑 길이 지리하다.
노량대교 위를 룰루랄라 달릴때 다리 아래 생각은 못했다.
아래로 내려와 보니 비로소 알 것 같다.
주위를, 뒤를, 아래를 둘러보는 것에 인색했던 것이다.
노량대교 밑을 벗어나자 콘크리트덩이가 제거된 자리에
자연 제방용 돌멩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동작대교를 지나며
여의도 기점 4km를 가리키는 이정표다.
염창동 지하보도에서 여의도기점까지가 7.5km,
여의도 기점에서 현위치까지가 4km이니 11.5km를 걷어왔다.
*반포대교를 지나며
세계 최장 교량분수로 화려한 변신을 해
최근 기네스북에 오른 반포대교다.
수중펌프로 끌어올린 강물을 380개의 노즐을 통해
분당 190톤씩 내뿜는다고 한다.
*한남대교를 지나며
갈대숲을 파고든 낙조는 산책길 데크 위로
금빛 허허로움을 길게 드리운다.
잔잔한 수면처럼 선상 레스토랑도 조용하다.
강건너 건물들은 홍조를 띠며 해바리기에 열중이다.
*동호대교, 성수대교를 지나며
서쪽 하늘이 처연하게 물들기 시작한다.
해질녘 풍경은 아름다우나 무상하다.
잠시 발길 멈춰 노을빛 일렁이는 한강물을 바라다 본다.
숙연한 마음에 옷깃을 여민다.
한남대교 난간에 올라앉은 석양은
사방을 붉게 물들여 놓고 서산 저편으로 사라졌다.
강물위로 부서져내린 금빛 저녁노을이 서서히 빛을 잃어갈 즈음
한강 교각의 조명이 하나둘 불 밝히고
강변 가로등은 부시시 잠에서 깨어난다.
*영동대교, 청담대교를 지나며
비로소 한강의 야경이 시작된다.
서서히 오기가 발동한다.
일몰 후 강변을 벗어나 걷기를 마무리지을 생각이었으나
막 시작되는 한강의 야경이 발목을 잡는다.
불밝힌 청담대교 북단에 주상복합 아파트, 스타시티가 우뚝하다.
*잠실대교, 잠실철교를 지나며
네온빛 휘황찬란한 선상 레스토랑을 지난다.
여지껏 한강유람선 한번 타보지 못한 서울 촌놈이다.
레스토랑 안에서 맛난 요리 시켜놓고
느긋하게 한강 야경을 즐기고 있을 선남선녀들을 떠올린다.
한번 정도는 그런 여유를 가져보고 싶을 정도로
한강의 야경은 매혹적이다.
쉬지않고 걸어온 터라 뱃속이 헛헛하다.
강변 간이매점으로 들어가 컵우동을 샀다.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시린 손을 녹이면서 먹는 컵우동의 맛,
저기 선상 레스토랑의 맛난 요리맛이 이만 할까?
*올림픽대교를 지나며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집이다.
어디냐길래 "올림픽대교 밑을 걷고 있는데 내친김에
워커힐 건너편 암사동 토끼굴까지 가겠다"고 했다.
"미~쳤어"
손담비 톤으로... 한방 먹었다.
적당히 좀 하라면서도 암사동으로 견인하러 오겠단다.
되돌아갈 걱정했는데... 앗싸!
천호대교가 보이는 길목에 이정표는
여의도기점 19km를 가리킨다.
26.5km를 걸어온 것이다.
*천호대교, 광진교를 지나며
지나온 한강 다리의 화려한 조명은 올림픽대교가 끝이다.
천호대교와 광진교는 조명이 없다. 왜일까?
한강 유람선이 잠실선착장에서 돌아나가는걸로 보아
아마도 한강유람선과 관련이 있을 듯 싶다.
낯설지 않은 천호대교와 광진교다.
20년을 넘게 강동구에 살며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암사동 지하보도다.
발바닥이 따끔거리는 걸로 보아 물집이 잡힌 것 같다.
14:00분, 염창동 토끼굴을 빠져나와
19:50분, 암사동 토끼굴에 도착했다.
20개의 한강 다리...
29.5km / 6Hour를 걸어 마무리한것 같다.
그래도 서울의 한강을 따라 걸으며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물 빛과 그 포근함에,
한강 주변의 정취와 한강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참 모습,
그 넓은 한강을 가로 건너는 다리와 다리,
무심코 건너 다녔던 다리가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가슴에 와 안겨 주었다.
- 카스톱 님의 블로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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