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야기

-* '와인 미라클(Wine Miracle)' *-

paxlee 2009. 1. 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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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로펌의 변호사인 짐 바렛은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직업을 와인제조업자로 바꾸고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에 샤또 몬탈레니라는 포도원을 경영한다. 1970년대 나파밸리의 모습을 재현해 낸 영화로 존 스타인 백의 <분노의 포도>에서 역사적으로 다뤄진 사건, 즉 실화를 '와인 미라클(Wine Miracle)'이란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전통도 명성도 없었던 미국의 새내기 와인, 하지만 그들에겐 열정과 사랑이 있었다. 영화 와인 미라클은 캘리포니아의 한 포도농장에서 벌어지는 꿈, 사랑, 열정의 비밀 가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완벽한 와인을 만드는데 모든 열정을 다 바치는 아버지 짐과 철부지였으나 후에 아버지와 함께 꿈을 이루는 아들 보 열정 가득한 천재적인 와인 메이커 구스타보와 인정받는 여자와인 마스터가 되기 위해 찾아온 미모의 샘등 와인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을 통해 와인 미라클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고 와인을 선발하는 파리 시음회에 꿈과 희망으로 만들어 낸 새내기 와인으로 첫 도전장을 내밀게 되는 그들, 영화 와인 미라클은 세계를 놀라게 한 이들의 행복한 기적을 경쾌하게 그리며 유쾌한 도전과 그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준다.

  

나파밸리는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프랑스를 뛰어넘는 포도생산지라고 할 만한 미국인들의 자랑인 포도농원들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오래된 고성과  역사적으로 품위있는 격조를 지닌 유럽식의 건물들은 아니더라도 근사한 와이너리들이 즐비해 절대 후회없을 눈요기와 입맛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시음은 얼마든지 무료로 제공하며 시음 후에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골라서 와이너리에 위치한 정원 등이나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나도 그때 어느 와이너리에서 샤도네이를 두 병 사서 시어머니와 같이 맛보기도 했는데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홀짝홀짝 마시다가 그만 취해버린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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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눈을 감고도 맛을 본 후 연도와 품종을 다 알아맞히는 구스타보라는 멕시코인과 인턴 사원으로 찾아 온 샘이라는 아가씨, 그리고 방황 끝에 돌아 온 아들 보와 포도원을 정열과 애정으로 이끌어 나간다. 고통과 욕망과 손톱에 낀 새까만 때..로 말해지는 와인농사는 힘들기만 하다. 적당한 토양과 찬란한 태양과 어우러지는 포도를 잘 재배해서 산소를 잘 막아 오크통에 보관하기까지

모든 과정은 인내와 지극한 사랑을 요구한다.

 

1976년 어느 날 미국독립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로 영국인이지만 파리에 거주하는 와인 프로모터인 스퍼리에씨가 미국으로 건너 와 나파의 와인들을 맛 본 후 최고의 와인들을 갖고 파리로 간다. 브라인드 테스트를 통한 시음행사로 유명 소믈리에를 비롯 와인 평론가, 요리로 정평이 난 주방장, 로마네 콩띠의 수석 등을 초대한 행사로 아주 아름다운 야외의 한 장소에서 거행된다. 와인에 대단한 콧대의 프랑스인들을 단숨에 눌러버린 결론은 1-5위까지의 와인이 모두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의 와인이었던 것이다.

  

당연 1위는 샤또 몬탈레니로 나중에 미국의 역사로 등록되기까지한 사건이다. 당시 타임지의 기자인 조지 테이터에 의해 타임지에 기사화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었다. 2006년 샤또 몬탈레니는 역사박물관에 영원히 저장되기에 이른다. 어떻게보면 이미 결론이 뻔한 유치한 영화일 수도 있으나 그냥 신나는 영화다. 아름다운 나파밸리의 전경과 눈부신 햇살을 담고 있기도 하다. 70년의 음악과 더불어 옷차림, 특히 당시의 자동차들이 많이 등장하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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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바와 미서부의 바를 비교해 볼 기회이기도 하다. 자존심을 건 와인평가는 1976년 이후로 계속 나파의 승리를 이끈다. 자기 와인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갖고 있던 짐이 출품 직전, 샤도네이(화이트와인)의 색이 갈색으로 변한 걸 보고는 500상자라는 물량을 폐기하기에 이른다. 산소를 차단한 100% 완벽한 와인이 숙성되기 직전 잠시 갈색이었다가 곧 하얗고 투명한 색으로 변하는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결국 친구 조의 도움으로 겨우 폐기를 면한 와인은 다시 돌아오고 유명세를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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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나 일에 대한 열정과 고생 끝에 맛보는 환희 등..고진감래인 인생을 다각적으로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보와 구스타보, 샘의 우정이 예쁘고, 어디하나 누구하나 시시한 출연자가 없다. 예견된 해피엔딩에 미국 특유의 애국심이 보이긴 하지만 나파밸리와 포도농장을 보면서 절로 마시고 싶도록 입맛을 돋구던 와인에의 흥취가 보는내내 즐겁게 해 주었다. 파리근교의 고성이나 나파밸리의 쫙 펼쳐진 풍경이 있는 얕은 언덕에서 마시는 와인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흠씬 즐거웠다.

 

'신의 물방울'이란 극찬을 받으며 인간이 창조한 최고의 물방울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현대에는 와인이 대세라는 표현과도 맞아 떨어지는 요즘 영화의 진미를 보여주는 2008년 미국 영화이다. 이 사건으로 독주하던 프랑스 와인에서 전 글로벌화되어버린 와인의 세계화를 예고하는 스퍼리에씨의 대화가 나오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들 와인 종주국하면 프랑스를 가장 먼저 떠울린다. 프랑스 말고 와인을 생산하는 다른 나라들을 꼽자면 미국, 이탈리아, 칠레, 스페인, 케나다, 독일 정도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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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로 와서 나파에서 시음을 해보는 스퍼리에씨...해리포터의 스네이프교수역으로

유명하고 다이하드에서 악역으로도 나온 연기파배우다.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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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기거하는 농장 안의 오두막. 아름다운 농장이 한눈에 보인다.

구스타보가 만든 와인을 시음하다가 둘은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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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바에서 우정을 과시하는 보와 샘, 그리고 구스타보.

70년대의 의상들이다. 

 

          - 출처 / 까르페 디엠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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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와인 미라클’까지

 

와인에 관한 가장 인상 깊은 최초의 영화는 와인잔을 부딪치며 ‘그대 눈동자에 건배’를 외쳤던 <카사블랑카>(1942년)일 것이다. 그 와인은 코르동 루주 브뤼다. 하지만 모로코를 떠나야만 하는 잉그리트 버그만은 자신을 붙잡는 카페 주인 험프리 보가트에게 “뵈브 클리코라면 남겠어요”라는 명언을 던진다. 레지스탕스를 뒤쫓는 프랑스 경찰서장도 “아주 뛰어난 프랑스산 와인”이라면서 뵈브 클리코 1926년 빈티지를 주문한다.

 

뵈브 클리코는 <카사블랑카>에서 반 세기가 더 지나 만든 <섹스 앤더 시티>(2008년)에도 등장한다. 섹스 칼럼을 쓰는 사라 제시카 파커가 자신의 칼럼 광고가 버스에 실리자, 친구들과 함께 버스정류장에서 축배를 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그녀들이 마시는 와인이 뵈브 클리코다. 뵈브 클리코는 시크한 엘로 라벨도 있지만,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수상작인 <바베트의 만찬>에 등장하는 우아한 맛의 뵈브 클리코 매그넘도 유명하다.

 

강렬한 바나나 향과 혀에 닿는 산뜻한 감촉이 일품인 뵈브 클리코는 특히 여성의 성공을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며칠 전 개최한 청담동 A.O.C의 와인 탱고파티도 뵈브 클리코만 마시는 파티였다. 보졸레 누보 같은 프랑스산 와인이 최고로 알려져 있지만, 눈을 가리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산 와인이 1위부터 5위를 차지해서 프랑스 와인계에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1976년 파리 교외에서 있었던 ‘파리의 심판’을 다룬 영화가 <와인 미라클>(원제: Bottle Shock)이다. 총각파티를 떠난 두 남자가 와인 생산지 산타바바라에서 만난 두 명의 여성 이야기를 그린 알렉산더 폐인의 <사이드 웨이>(2004년)나 프로방스를 무대로 한 피터 메일의 원작소설 영화 <어 굿 이어>(2006년) 등 지금까지 만들어진 와인 소재의 어떤 영화들보다도, <와인 미라클>은 와인 자체의 이야기에 가장 밀접히 접근해 있다.


- 글 / 하재봉<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