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야기

-* 와인 생산과정 매뉴얼 A to Z *-

paxlee 2010. 2. 9. 22:42

 

                      와인 생산과정 매뉴얼 A to Z

 
와인을 조금 더 잘 알기 위해 거쳐야 할 큰 산 중에 하나가 와인 생산과정에 대한 이해다. 품종은 무엇이고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며 어떤 향기와 조화를 이루는지 등 와인의 탄생은 이름만큼이나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모두 조금만 공부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이번 기회에 와인 생산과정을 A부터 Z까지 이해해 와인 바(BAR)에서 당당히 주문을 해보는 건 어떨까.

“30일 동안 70%는 새 오크통에서, 30%는 1년 된 오크통에서 18개월간 숙성한 론 지역의 장뤽콜롬보 꼬르나스입니다. 오랜 침용 과정을 거처 아름다운 검붉은 루비 컬러를 가졌고, 화사한 꽃향기가 나지만 오랜 오크통 숙성으로 스파이시한 향과 복합적인 아로마를 형성합니다. 또한 오크통 숙성으로 감초와 향신료에서 풍기는 신비로운 기운이 맛있는 바닐라 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균형적 구조와 농밀함으로 향후 20년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와인 바에서 와인을 주문한 뒤 어떤 와인인지 소믈리에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면? 당신에게 공부가 조금 필요하다. 와인 생산과정은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 매우 단순하다.
 


양조법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 스타일

와인은 양조장 근처에 가지 않고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포도껍질에 이미 효모균이 자체적으로 서식하기 때문이다. 포도껍질에 있던 효모는 포도의 당분을 이산화탄소와 알코올로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발효 작용이다. 이 과정은 저절로 시작되며 포도의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분해되면 자연적으로 정지된다.

모든 포도가 자연적으로 이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결국 와인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은 포도의 종류와 그 포도가 거친 세부 단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는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수천 가지의 포도 품종이 있으나 사실 그 중에 현재 많이 사용되는 것은 수백 개에 불과하다. 우선, 수확된 포도는 밭에서 양조장으로 운반된다. 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포도가 화이트 품종인지 레드 품종인지에 따라 그 제조방법은 달라진다. 

와인 숙성에 없어선 안 되는 오크통. 와인 생산과정에 있어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가 오크통 숙성이다.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지는 조건은 자연의 손길에 이어 각 와이너리의 양조법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의 손길이 닿은 포도밭에서 수확된 포도는 양조장으로 옮겨져 본격적으로 와인이 되기 위한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양조과정은 크게 ‘압착·발효·정제·숙성·병입’의 과정으로 나뉜다.

우선 양조장에 들어 온 포도송이들을 재빨리 으깨는데, 요즘은 압착기를 사용한다.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포도를 으깬 후에 바로 ‘압착’한다. 포도를 압착기에 넣고 줄기·껍질·씨를 그대로 둔 채 포도즙만 흘러나오게 하는 방법이다. 최저압력에서 포도들을 압착시키고, 압착기 바닥으로 떨어진 포도즙은 펌프를 이용해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자동온도 제어장치가 되어 있는 탱크로 옮긴다. 포도즙이 흘러나오면 양조통에 넣어 발효를 시킨다.

화이트 와인이 포도껍질과 분리되어 발효 과정으로 넘어가는 반면, 레드 와인은 포도를 살짝 으깬 후에 곧바로 포도껍질, 포도즙 그리고 포도씨까지 모두 섞은 채 양조통에 넣어 발효를 시킨다. 와인 빛깔을 결정짓는 포도껍질과 함께 발효시키면 붉은 색소를 충분히 우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포도껍질이 위로 떠올라 표면이 건조해지면 색소 추출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포도껍질이 건조해지지 않게 포도즙과 섞어주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를 ‘침용’이라고 한다.


발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조절

이쯤 되면 포도즙이 걸러짐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와인으로 변하는 ‘발효’과정이 시작된다. 식품에 있어 ‘발효’란 미생물이 작용해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포도즙에 들어있는 효모라는 미생물은 포도의 당분이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바뀌도록 돕는데, 이 과정을 ‘1차 발효’ 또는 ‘알코올 발효’라고 한다.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온도인데, 적당히 높은 온도는 효모의 활동을 활발하게 돕지만, 30~35도가 되면 효모가 죽어 발효가 중지되기 때문에 온도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별한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양조자들은 천연효모나 인공효모를 첨가하기도 한다. 그 후 ‘2차 발효’가 시작되는데 이는 ‘유산발효’라고 일컫는다. 신맛의 사과산이 가득한 포도즙을 버터향이 나는 부드러운 유산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대부분 레드 와인의 경우에 적용하고, 화이트 와인의 경우 샤르도네 품종에 주로 권장하는 편이다.

발효하는 동안 와인통에 떠다니는 불순물은 ‘정제’과정을 거쳐 제거한다. 타닌 부유물, 이스트 조직, 단백질 덩어리 등 와인을 탁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이 잘 진행되면 색깔이 선명하고 생동감 있으며 윤이 나는 느낌을 주는 와인이 탄생한다. 이 과정에 달걀흰자를 흔히 쓰는데, 이를 발효통에 넣으면, 부유물과 흰자가 함께 뒤섞여 바닥에 가라앉게 된다. 그러면, 밑바닥의 내용물을 그대로 둔 채 위 와인만 다른 통으로 옮기면 된다. 이런 과정을 병입 되기까지 몇 차례 시행한다. 요즘에는 미세한 여과 장치가 개발되어 작업의 번거로움을 덜고 있다.

수확하고 발효시킨 뒤 바로 마실 수 있는 보졸레 누보가 있는 반면 몇 년 동안의 ‘숙성’과정을 거쳐야 제 맛을 내는 와인이 있다. 숙성하는 동안 와인 특유의 복잡한 맛과 향이 충분히 배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발효 후 더욱 좋은 맛과 부케향을 위해 뜸을 들이는 과정을 ‘숙성’이라고 한다. 고급 와인인 경우 보통 발효가 끝난 뒤, 통상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 숙성시켜 병입 하는데, 병 속 숙성을 통해 완성도를 더한다.

와인 숙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산소다. 숙성기간 중 산소가 색소인 안토시아닌과 반응하면서 색깔이 변하는데, 레드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색깔이 엷어지고 화이트 와인은 색깔이 진해진다. 부케를 형성하는 데에도 산소의 역할은 중요하다. 산과 상호작용을 통해 숙성 과정에서 형성되는 복합적인 향을 만들어낸다.

와인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요소로는 숙성시키는 통이 꼽힌다. 대부분은 오크통이나 스테인리스스틸통으로 숙성시킨다. 오크통에 담가둔 와인은 나뭇결 사이로 들어온 산소와 결합하여 타닌 성분이 부드러워질 뿐만 아니라 오크의 각종 향과 성분이 스며들어 와인에서 나무향, 바닐라향, 구운 토스트향 같은 여러 향기가 난다. 결론적으로 오크통에서 숙성된 와인은 색과 향과 맛이 더 복합적이 된다. 오크통은 새 오크통과 헌 오크통으로 구분되고, 오크통에서 비롯되는 맛과 향을 꺼리는 생산자들은 와인 자체의 개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테인리스스틸통을 사용하기도 한다.

진한 고독의 향은 오크통에서 나온다

수확 후, 양조의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와인을 병에 옮기는 ‘병입’과정을 거쳐 출시한다. 어떤 와인들은 병입 직전에 정제를 위해 한 번 더 여과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숙성을 모두 오크통에서 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고급 와이너리들은 오크통 숙성을 통해 오크에서 풍기는 맛과 향을 그들의 와인에 담아, 와인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들고자 한다. 오크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는 와인의 맛에 영향을 주는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다.


오크에는 바닐라, 계피, 클로버 그리고 견과류의 향을 내는 자연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어, 오크통에 숙성시키면 와인도 그러한 맛과 향을 띠게 된다. 오크에는 타닌 성분도 풍부히 들어 있으며 열을 가하면 캐러멜 같은 미감을 주는 당 성분도 함유하고 있다.

제대로 만들어진 오크통 내부에서 발효 중인 포도즙이나 와인은 오크통의 이런 모든 성분들을 천천히 흡수하여 와인의 풍미를 더해가는 것이다. 또한 오크통 속의 타닌 성분이 와인 자체의 타닌 성분과 결합하여 색과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와인의 상태도 안정시킨다.

 

와인 양조에 쓰이는 오크에는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아메리칸 산 오크이고 또 하나는 유럽 산(프렌치) 오크이다. 아메리칸 오크는 비교적 단단하고 방수도 잘 되며 비용도 저렴하나 정통 와인에는 부적합한 향과 맛을 내는 몇몇 성분들이 들어있다. 보다 미묘하고 섬세한 타닌을 품고 있는 프렌치 오크에 비해 다소 거칠고 투박한 타닌의 와인을 만든다. 그래서 많은 와인 생산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아메리칸 오크보다는 프렌치 오크를 더 선호한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오크칩을 넣어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다. 오크통 숙성으로 인한 와인 생산 비용을 절약하되 오크의 맛과 향을 얻기 위한 방법이지만, 그리 좋은 시선을 받지는 않는다. 오크통 이외에 와인의 숙성에 흔히 사용되는 또 한 가지는 스테인리스스틸통이다. 이 통을 사용하면 오크통 숙성으로 인한 맛과 향은 얻을 수 없지만,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혹시 모를 변질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달|의|와|인

● 트라피체 오크캐스크 말벡
아르헨티나 말벡 | 아르헨티나


오크캐스크는 아르헨티나 No.1 와이너리 트라피체의 플래그십 리저브 와인으로, 오크 숙성을 강조한 브랜드 이름만큼이나 12개월 동안 프렌치와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각각 숙성을 시킨 후 블랜딩한 와인이다. 전형적인 말벡의 자두향이 풍부하면서 부드러운 타닌이 오래 지속되어 아르헨티나 토착 품종인 말벡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으며, 향미의 깊이와 밸런스도 좋다.

장뤽콜롬보 꼬르나스
프랑스 론 | 프랑스


론 지역의 ‘와인 마술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와인 메이커 장 뤽 콜롬보가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생산했다. 이 와인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가 만든 와인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90년 이상 된 포도나무의 포도로 생산해 검붉은 루비 컬러가 나는 게 특징이며 화사한 꽃향기가 스치는 아로마의 농밀함과 균형적 구조를 이뤄 향후 20년은 버틸 수 있는 파워풀한 와인으로 탄생되었다.

- 글  /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널 마케팅기획팀 부장 / 이코노미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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