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3월의 폭설
3월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리는 것도 아주 드문 일이다. 9일 저녁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드니 곧 바로 눈으로 바뀌어 밤 세도록 내리고 아침까지도 눈이 줄기차게 내렸다. 서울에 약 13cm 정도의 눈이 쌓였다. 산에는 겨울의 설경을 방불케하는 하얀 눈이 탐스럽게 쌓여있다. 집에도 길에도 눈은 억수로 쌓여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 앞에 눈을 쓸었는데, 비짜루로 쓸기에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힘이 들었다. 아침에 출근 할 때까지도 눈은 펑펑 내리고 있었다. 3월의 폭설은 올해 풍년을 약속하는 설화였으면 좋겠다.
3월의 눈은 겨울의 눈과는 다른 점은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 나무가지에도 전기줄에도 소복소복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나무가지마다 흰 눈을 많이 받아 그대로 안고 있어서 상록수 나무는 탐스럽고 아름답고, 매마른 앙상한 나무가지에도 가지마다 하얀 눈을 한 아름씩 안고 있다. 사람이 저렇게 나무가지에 눈을 쌓으려고 해도 쌓을 수 없을 텐데, 자연이 만들어 놓은 설경은 볼수록 아름답고 우아하다. 소나무는 파란 잎새마다 하얀 눈이 쌓여서 볼수록 가슴에 와 느낌이 전하는 설레임은 눈 송이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 흔들림으로 연결된다.
강원도 대관령에 5일동안 계속 눈이 내려 21년만의 최고 적설량인 108.8㎝의 눈이 쌓였다고 한다. 산이 많은 강원도 지방은 산에서 더 많은 정기를 받아서 인지 다른 지방보다 항상 눈이 많이 내리곤 한다. 지대가 높아서 그런 현상이 있을 수도 있고, 고지대의 기온 변화와 풍향의 움직에 따라 변하는 자연현상이 강원도 지방은 많은 눈을 쌓이게 하는 것 일수도 있겠다. 지난 2월 동계올림픽에서 우리가 거둔 세계 5위의 성적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그 때도 올해처럼 많은 눈이 내려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선수단의 열정과 국민의 열망이 평창에서 다시 빛나기를 기대하여 본다. 동계올림픽에서 그동안 우리가 거둔 성적은 쇼트렉에서 금메달을 흭득한 것이 전부였지만, 올해는 동양인은 불가능하다는 스피드스케이트에서 금메달을 흭득하였으며, 김연아선수가 환상적인 연기로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한국인의 재능과 고도의 기술을 전 세계에 선양한 쾌거이며, 한국인의 아름다움과 열정을 세계인의 가슴에 각인 시킨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8년 후에는 평창에서 동계올림이 열려야 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산에 눈이 쌓이면 마음이 발길보다 먼저 산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겨울산의 앙상한 나무에 눈 꽃이 눈이 시리도록 피어서 만발한 현상을 보고 느끼고 감동받기에 여념이 없기에 겨울 산행은 눈이 있어 더 아름답고 자연의 조화에 눈 길을 팔며 발길은 앞으로 위로 위로 향하게 한다. 사회에 찌든 마음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고스란히 퍽찬 감동으로 가슴을 펴게 한다. 자연은 1년 내내 우리의 마음을 끌어 당기며 새로운 자연의 변화에 매달려 1년 열두달 산으로 산으로 산행을 한다.
지난 주에는 봄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포근한 날씨에 이제 봄이 멀지 않았구나 할 정도로 봄을 향한 부푼 꿈이 아지랑이 처럼 피어 오르곤 하였는데, 봄이 오는 길목에 가는 겨울의 시샘은 도가 넘어 아직 겨울의 참 맛을 보여 주겠다고 벼르고, 3월에 이렇게 많은 폭설을 내리게 하였나 보다. 항상 겨울은 봄이 쉽게 오는 것을 시샘하여 봄이 다 왔다 싶으면, 몇 차례 봄 시샘 추위를 몰고오곤 한다. 어느 땐 봄 꽃이 활짝 피었는데도 눈이 내려 봄 꽃과 겨울눈이 만나 서로가 어색한 만남을 연출 할 때도 있다.
복수초는 언제나 2월에 꽁꽁언 얼음과 눈 속에 노랗게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자연의 현상은 날씨와 눈과 얼음을 가리지 않고 꽃을 피울 시기와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게 하는 자연의 섭리는 우리 인간이 기술문명으로 생활의 편리를 추구하지만 자연의 그 순수한 현상은 뛰어 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을 닮으려고 노력하며, 자연을 가까이 하기위한 산행을 하므로 삶에 활력을 찾고, 건강을 챙기며, 산행 동료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염원이 그 속에 녹아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오늘과 내일 저 눈 속을 산행할 수있는 등산객은 자연인이다. 보통 사람들은 일에 매달려 직장에 갖혀있지만 자연인은 자연의 아름다운 현상을 찾아 산을 향할 수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자연인이라 부른다. 자연인은 자연의 품 속에 안겨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자연인은 모든것에서 초월할 수 있는 사람이며, 가슴을 비울 수 있는 사람이며, 욕심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며, 비워야 채울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기상청은 이번 큰 눈이 지난 1월 기록적인 폭설을 만들어냈던 기상적 상황과 기본적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내렸다고 설명한다. 북쪽에서 유입된 찬공기가 남쪽의 습한 공기와 만나 큰 눈을 뿌렸다는 것이다. 이번 대설의 직접적인 원인도 북서쪽에서 고도 5500m 상공을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된 영하 40도의 매우 찬 공기가 원인이라는 이야기이다. 3월 중순에 접어드는 시점에 전국적으로 때 늦은 폭설이 내린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눈을 보기 힘든 부산에도 5.4cm가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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