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오은선 특집ㅣ카트만두 환영행사] *-

paxlee 2010. 6. 24. 09:17

 

        [오은선 특집ㅣ카트만두 환영행사] 5개국 200여 명 “오은선 14좌 완등 축하”
 
日·中대사 등 참석… 메스너도 행사 뒤 만나 ‘격려의 포옹’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최고봉 14좌 완등을 축하합니다.”

마지막 남은 안나푸르나를 무사히 등정한 산악인 오은선 대장의 축하행사 및 보고회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현지에서 지난 5월 6일 열려 세계 각국의 산악 관련자들로부터 축하 인사와 메시지를 받았다. 


▲ 5개국 대사 및 산악 관련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네팔 카트만두에서 오은선 14좌 완등 축하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겸 대한산악연맹 회장, 네팔과 일본 산악연맹 회장, 홍성목 주네팔 한국대사와 까오펑 중국대사, 이재후 엄홍길휴먼재단 이사장,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과 등정 장면을 사상 처음으로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들에게 제공한 KBS 촬영팀, 네팔과 이란 산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오 대장의 세계 여성 첫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축하했다. 특히 오은선과 경쟁을 벌이며 히말라야에 영원히 묻힌 고 고미영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산악인 김재수와 셰르파 옹추 다와·페마 등도 참석했다.


사회를 본 유지철 KBS 아나운서는 옹추 다와 셰르파를 소개하면서 안나푸르나 등정 감격을 다시 한번 새겼다.


“옹추 다와, 지난 4월 27일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랐습니까?”


“예, 올랐습니다.“


“그 당시 기분과 지금 선물받는 기분을 비교하면 어느 순간이 더 좋습니까?”


“지금 선물받는 기분이 훨씬 좋습니다.”

 

▲ 오은선 대장이 히말라야 14좌 등정 과정을 영상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자리에 많은 분들이 오 대장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는데, 소감 한 말씀하시죠.”


“오은선 대장과는 히말라야 6개 봉우리를 같이 등정했습니다. 힘들 때도 많았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여성 최초로 14좌 마무리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다시 한 번 오 대장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옹추 셰르파는 지금 현재 히말라야 10개 봉우리를 등정했다. 현역 셰르파 중에서 히말라야 고봉에 가장 많이 올랐다고 소개했다. 동행한 페마 셰르파는 오 대장과 4번 등정했다.


▲ 오은선 대장이 기념식에 앞서 먼저 간 산악인들에 대한 묵념을 올리고 있다.

홀리 여사도 행사 직전  축하 인사 건네

이어서 오은선 대장이 14좌 완등 인사말을 전했다.


“너무 떨립니다. 너무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이 자리에 서니 떠오르는 인물이 너무 많습니다. 히말라야를 떠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한순간도 걱정을 놓지 않으신 부모님께 이제 걱정보다는 자부심을 드리게 되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항상 꿈과 희망을 주신 저의 정신적 지주 이인정 회장님, 히말라야를 꿈꿀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강태선 회장님, 그리고 산악계 선후배 여러분, 이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 오은선 대장이 소감을 발표하다 감격에 겨운 듯 울먹이고 있다.

히말라야는 저에게 사랑과 희망이었고, 히말라야는 저에게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8,000m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편암함과 따스함,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결혼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히말라야는 때로는 저에게 아픔을 주기도 했습니다. 새파랗게 날 선 모습으로 선배와 동료를 앗아갔습니다. 히말라야를 꿈꿀 때만 하더라도 여성 최초 완등이라는 수식어가 저에게 붙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꿈을 이뤘습니다.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격이 벅차오릅니다. 이 모든 성과는 저 혼자만의 업적이 절대 아닙니다. 저를 사랑하고, 묵묵히 지켜봐준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는 히말라야 8,000m 봉우리보다 저의 미래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걸어온 한 발 한 발과 소중했던 경험을 모든 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옹추와 페마 셰르파에게도 감사합니다.”


이인정 회장이 오 대장의 말을 받아 축사를 했다.


“지금 이 순간 큰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너무 감사합니다. 최고가 되기 위한 그녀를 괴롭힌 많은 일들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해냈습니다. 14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와 에베레스트를 첫 등정한 힐러리는 산악인 최초라는 것보다 그들의 모범적인 행동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오 대장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기념식이 끝난 뒤 오은선 대장이 이재후 이사장 등 엄홍길휴먼재단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홍순범 주네팔대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대독했다.


“축하합니다. 오 대장의 완등은 ‘도전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인간승리의 과정이었습니다. 정말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여러 차례 도전과 실패, 슬픔을 겪으면서도 산악인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오 대장의 완등은 산악인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줬습니다. 불굴의 신념과 용기를 보여준 오 대장과 대원 여러분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귀환하기를 바랍니다.”


홍 대사는 “오 대장이 14좌 완등 마지막 봉우리로 네팔의 한 봉을 선택한 데 대해 감사 드린다”며 “네팔대사로서 네팔에 한국민을 더욱 알려 대사가 몇 년에 걸쳐 한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한 것 같다”며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러 나라의 산악 관련 인사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오 대장은 다시 나와 영상으로 14좌 완등을 보여주며 설명을 곁들이는 약식 등정보고회를 가졌다. 지난 1997년 7월 17일 무산소로 가셔브름2봉을 등정한 이래 에베레스트·시샤팡마·초오유·K2·마칼루·로체·브로드피크·마나슬루·칸첸중가·다울라기리·낭가파르밧·가셔브룸1봉에 이어 2010년 4월 안나푸르나에 오르기까지 13년의 등정기록을 설명했다.


▲ 오은선 대장의 마지막 등정에 함께한 셰르파 옹추와 페마도 참석해 오 대장을 축하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 보내

 

이어 오 대장과 지난해까지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고 고미영 대장의 매니저 김재수씨가 오 대장에게 꽃다발을 증정해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여기저기에서 쏟아진 꽃다발은 작은 거인 오은선을 꽃 속에 파묻히게 하며 이날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한편 이날 행사에 세계 최초로 14좌를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와 히말라야 기록 최고 권위자인 홀리 여사를 초청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불참했다. 홀리 여사는 환영행사 전인 5월 4일 오 대장을 직접 만나 축하 메시지를 전했으며, 메스너도 환영행사가 끝난 뒤인 5월 8일 카트만두를 찾아 오 대장의 14좌 완등을 직접 축하했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인터뷰 ]


“AP·AFP도 오 대장 14좌 인정…이젠 논란 끝내야”
6월 17일쯤 산악계 만찬 예정… 올해 쉬고 내년 활동 재개


▲ 강태선 회장이 카트만두 야크앤예티호텔 정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은선 대장을 2008년 2월 26일 만나 원정대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후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이룩한 지금은 오히려 홀가분합니다. 지금까지 2년2개월 동안 히말라야 9개 봉을 등정하면서 큰 탈 없이 무사히 마쳐 무엇보다 기쁩니다. 그동안 조마조마하며 가슴 졸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마케팅 이론에 ‘100―1=?’이 있습니다. 100번의 마케팅 중 99번을 성공하고 1번 실수하면 그 마케팅은 제로인 것입니다. 고산등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 실수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그 전까지 아무리 잘해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오은선 대장이 마지막 14좌를 완성하는 순간 ‘야! 살았다’는 환호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일정을 세우겠습니다.”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오은선 대장을 지원한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을 지난 5월 6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야크앤예티(Yak&Yeti)호텔에서 만나 히말라야에서의 40여 일과 오은선 대장을 지원한 2년여의 세월에 관한 소회를 들었다.


“오은선 대장도 항상 하는 말이지만 오 대장 혼자서 이룩한 위업은 절대 아닙니다. 지인들의 격려와 걱정, 기도와 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 대장의 등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칸첸중가 등정 논란’은 강 회장과 오 대장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다.


“히말라야 고봉 등정기록에 대한 최고 권위자인 홀리 여사도 오은선 대장의 칸첸중가 등정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영국 BBC도 처음엔 ‘논란 중(disputed)’이라는 보도를 했지만 바로 며칠 뒤 등정을 인정하는 보도로 바꿨습니다. AP, AFP도 ‘오 대장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정도면 논란을 끝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강 회장을 인터뷰 전인 지난 4월 30일 저녁 카트만두에서 이미 만났었다. 그때는 히말라야에서 갓 내려와 그을린 얼굴에 수염도 깎지 않은 전형적인 산꾼의 모습이었다.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그의 모습은 깔끔하게 단장한 기업인 본래의 모습이었다.


“오 대장의 14좌 여성 첫 등정은 축하받아 마땅합니다.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행사를 할 계획입니다. 대산련·한산 등과 의논해서 6월 17일쯤에 한국 산악계의 관련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 만찬행사를 개최할까 합니다. 5월 7일 귀국해서 최종 일정을 조율할 예정입니다.”


강 회장은 ‘당분간 쉬고 싶다’는 오 대장의 생각을 백분 존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녀가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힐 때까지 충분히 쉬도록 내버려둘 방침이다. 그때 다시 ‘오은선’이란 이름으로 산악계에 ‘일’을 낼 참이다. 과연 강 회장과 오 대장이 합작해서 무슨 일을 벌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글 / 카트만두(네팔)=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 블랙야크 제공 / 월간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