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북한산 문필봉 *-

paxlee 2010. 7. 4. 23:32

 

                                  북한산 문필봉

 

때 / 2010, 07, 04. 일요일.
산 / 북한산 문필봉-칼바위-대동문-보국문-화계사.

 

지난번에는 삼각산 문필봉을 갔었고, 오늘은 또 혼자서 북한산 문필봉을 올라갔다. 어제까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내렸고, 오늘도 비가 올것이라는 예보 때문에 많은 산행자들이 산행을 포기한 상태였는데, 하늘에 구름은 흩어지고 햇볕이 쨍쨍 내려 쬐는 무더운 여름날씨에 집에서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워 09:30분 쯤에 배낭을 매고 화계사 쪽으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이렇게 혼자서 산행을 할 때는 집 뒤로 이어지는 산 길을 따라 오를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모임시간에 맞추어 나아가지 않아도 되고, 누구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빨리가지 않아도 되고, 가다가 낮선 산길을 만나면 정해진 길이 아니므로 그 길을 갈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은 점도 있지만, 조금은 적적하고 말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이 혼자의 산행을 가로 막기도 한다.

 

어제 비가 내린 후 산 길은 깨끗하고, 공기는 맑고, 촉촉한 산길에 먼지가 나지 않아 좋다. 나무들은 물을 먹음은 체 푸른 빛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으며, 개울에 흐르는 물의 량은 많고, 물소리는 우렁차게 들린다. 경사가 가파른 길은 물흐름에 흙이 씻겨내려가 길이 앙상하다는 것이 조금은 낮설기도 하다. 이 길은 나 같이 혼자 산행하는 분들이 많으며, 두셋이 정겹게 오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계곡길을 걷다가 오늘도 능선으로 접어 들어 능선길로 올라갔다. 계곡길 보다 능선길을 더 선호하게 되는 이유는 별게 아니다. 능선에 빠르게 올라설 수 있다는 것과 능선에 올라서면 산하의 시야가 산을 오르게 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첫번째 능선에 서면 내가 올라온 그곳이 내려다 보이고, 더 높은 능선에 올라서면 더 넓은 산하의 조망이 산행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능선에 올라가 넓은 바위가 있는 곳에선 땀을 닦고 쉬었다가 다시 오르게 된다. 이곳엔 많은 분들이 쉬어가는 곳이기 때문에 쉼터역할을 하는 곳이다. 경사가 진 길엔 큼지막한 돌을 길 바닥에 차례로 늘어놓아 비에도 흙이 뜨내려가지 않게 되며, 계단같이 높이가 높지않아 걷는데, 불편이 없다. 산 굽이를 돌아 올라가면 그 계곡 높은 곳에 간단한 운동시설이 설치되어있는 장소가 있고 그 곁엔 약수터가 있다.

 

여기서 약수물도 한 바가지 마시고 쉼터에서 쉬면서 숨을 고른 후 마지막 급경사의 계곡길을 올라가야 한다. 칼바위 능선길에 올라서면 칼바위 지킴터에서, 정릉에서 오르는 산객을 많이 만나게 된다. 능선길은 평지길이어서 걷기가 아주 편하다. 그러나 계곡을 오르는 동안 몰아쉬었던 숨길을 고르고 나면 다시 또 조금씩 오름길이 전개가 된다. 산길은 참으로 오묘하다. 오름길이 있으면, 또 평지길이 있으니 말이다.

 

그 오름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칼바위 능선의 첫번째 봉우리 문필봉에 이르게 된다. 문필봉이란 이름이 친근감을 느끼게 해 준다. 누가 문필봉이란 이름을 붙여었는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삼각산 북한산과 도봉산을 조망해 보는 그 시야가 너무 아름답다. 그래서 누구나 문필봉에서 땀도 닦고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으며 한 번 더 쉬어서 가는 곳이다. 그래야 앞에 보이는 칼바위봉의 암벽길을 올라갈수 있다.

 

이곳에서 내려가는 길도 조금은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한다. 칼바위를 오르는 사거리에는 칼바위를 우회하는 좌측길과 아카데미하우스 쪽으로 하산하는 우측길이 있다. 이 산행길은 칼바위를 오르기 위해 선택한 산객이 많지만, 나 같이 동네 뒷산이어서 이 길을 따라 오르는 분들도 많다. 칼바위봉을 오르는 암벽길은 바위가 들숙날숙이어서 길이 일정하게 있는 것이 아니다. 팔과 다리를 이용하여 올라가야 한다.

 

칼바위 첫번째 봉우리는 우회길이 있어 돌아가는 분들이 많으며, 두번빼 봉우리가 정상봉인데, 이곳은 모두가 밟고 지나가야 칼바위를 넘어갈 수 있다. 세번째 봉우리로 연결되는 길은 칼처럼 날카로운 바윗길을 지나 암벽을 타고 넘어가야 하는 마지막 코스이다. 세번째 봉우리는 우측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다. 그래도 칼바위를 넘어가는 산객은 꾸준히 끝이지 않고 이어진다. 넘어가기 전에 북한산을 한 번 일별해 보는 맛이 좋다.

 

칼바위봉을 넘어가서 암벽길을 내려가면 좌측에서 올라오는 우회길이 연결된다. 다시 산성길을 오르는 길도 수고를 하면서 올라가야 한다. 산성길에 올라서서 칼바위를 한 번 되 돌아보는 그 맛과 의미 또한 남다르다. 산행을 하다보면 평지길도 만나고, 암벽길도 만나는 것이 산행이지만, 서울의 산객들은 어느 산을 가드라도 조금은 오르기 험한 암벽길을 쉽게 만나게 된다. 그래서 암벽길 산행의 설레임과 울림을 안다.

 

서울의 산이 아닌 원정산행을 가서 육산을 산행하게되면 산행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암벽산행의 긴장감이 없어서 좋기도 하지만, 암벽길에서 만나게 되는 아기자기한 암벽길에서 만 느끼고 감동을 접할 수 있는 설레임과 울림이 그리워 지기도 한다. 산행의 재미와 진정한 의미는 산이 보여주는 그대로 받아 드리면서 우리는 발 길을 따라 걸으면서 땀을 흘리는 고행가운데 얻어지는 인내력과 한계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즐긴다.

 

대동문까지 갔다가 산성길이 아닌 숲이 우거진 허리길 오솔길을 따라 보국문까지 걷고 보국문에서 정릉으로 내려가다가 칼바위 우회길로 들어서서 다시 숲길을 걸었다. 칼바위를 돌아가는 이 우회길도 암벽길을 만나게 되므로, 북한산 길은 쉬운 길은 없다. 오르내리며 돌아서 돌아서 가면 칼바위를 오르는 내거리에 이른다. 문필봉을 지나 화계사길로 하산을 하였다. 땀에 젖은 산행을 간단하게 마우리 하였다.

 

서울의 진산 삼각산은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름이고, 북한산은 100년동안 우리가 부르고 있는 산이름이다. 산은 하나인데, 산 이름은 이렇게 둘이니, 그때 그때 입맛에 따라 삼각산에 갔다고 하였다가 북한산에 갔다고 하여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하나의 산 이름을 두개씩이나 갖게 된 사연은 우리의 역사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북한산과 한강이 우리 역사의 산실인 샘이다.

 

북한산이 수도 서울의 진산, 즉 배경산이다 보니, 역사의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북한산의 문화재는 북한산성과 14성문이 그 대표적이다. 그리고 비봉의 신라 진흥왕순수비가 있다. 비봉은 북한산의 정상 백운봉에서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능선에 우뚝솟은 봉우리이다. 서울의 앞산 남산과 그 마주한 북악산이 솟아있으며,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산성 서울성곽과 북한산성은 역사적 산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