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 "미국경제 더블딥 가능성 높다" *-

paxlee 2010. 7. 23. 22:18

 

"미국경제 더블딥 가능성 높다"

[chosunbiz.com 출범기념 인터뷰]
美 부동산 버블 붕괴 예언했던 쉴러 예일대 교수의 경고
90년대 일본처럼 회복 더딜 것,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말라… 계속 오른다는 신화는 잘못
"시장에 불안감 커지고 있다, 채권·주식… 분산투자하라"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이 경제회복 기초 될 수도…

미국의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를 예언했던 세계 금융경제학의 대가(大家)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다시 더블 딥(double dip·경기가 회복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쉴러 교수는 특히 "한국에서도 부동산으로는 결코 큰 돈을 벌 수 없다"면서 "땅값은 계속 오른다는 신화는 잘못된 것이며 역사적으로 부동산은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 매체인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은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경제학자 가운데 한명인 로버트 쉴러 교수를 지난 14일 미국 코네티컷주 예일대 연구실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전인 2007년 미국의 부동산 거품을 예언해 유명해진 미국 예일대 로버트 쉴러 교수(경제학과)는 14일 예일대 연구실에서 가진 조선비즈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부동산 가격이 다시 하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헤이븐=박종세 특파원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 높다"

―현재 (미국) 경제는 지속적인 회복 국면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인가.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good chance). 역사적으로 보면 이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경제 침체를 겪고 난 뒤 다시 정상상태로 돌아가곤 했다. 특히 안 좋은 것은 장기 실업률의 악화다. 194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다."

―이번 경제 회복이 이처럼 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부동산시장 거품, 주식시장 거품, 상품시장 거품 등에서 이제 막 빠져나왔다. 세계는 마치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것처럼 거품 붕괴 이후 길고 지루한 회복 과정을 거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이 위기가 일본으로 한정됐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활황이었다. 하지만 2007년에 시작된 위기는 세계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케이스-쉴러 지수(부동산 경기에 관한 주요 지표)를 보면, 미국 부동산 가격은 아직 안정적인 회복 신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에 월별 지수가 올랐던 것은 미국 정부가 최초 주택 구입 시 세제 지원 등을 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불안감 커지고 있어 걱정"

―유럽발 경제위기는 지나간 것인가. 아니면 언제라도 되돌아올 수 있는 것인가.

"유럽연합은 남유럽 국가들을 구제하기 위해 펀드를 설립했고, 곧 유럽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재무 건전성을 진단하는 것)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시장에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걱정된다.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고용을 늘리는 계획 등을 보류하고 있다. 이는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을 어떻게 보는가.

"금융개혁법안은 완벽하지 않지만 상당히 괜찮은 법안이다. 경제 회복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법안을 자세히 보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한국과 호주 등은 최근 인플레이션 등을 우려해 금리를 올렸다. 올바른 결정이라고 보는가.

"호주는 옳은 결정을 내렸다. 호주에는 엄청난 버블이 생겨나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비슷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침체기에도 투기는 일어난다"

―이번 경제위기로 사람들이 부동산 또는 주식에 투자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이른바 '골드 러시 마인드(gold rush mind)'를 버렸다고 보는가.

"2009년에 주식시장은 1년 남짓한 기간에 70%나 올랐다. 엄청난 랠리(상승)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에 대해서 말하자면 미국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버블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부동산 버블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부동산 가격은 모멘텀(계기)이 많이 작동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때 빨리 올라타길 원했지만, 동시에 버블에도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사람들은 쉽게 잊지 않는가.

"이번 경제 침체를 전문가들은 대침체(great recession)라고 부르는데, 똑같은 용어가 1981~1982년에 이미 사용됐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만약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1981~1982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으면 별 기억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번 경제침체도 1981~1982년 경험의 재판이 될지, 아니면 더 길고 더 큰 경험이 될지 알 수 없다."

―2000년 IT 버블과 2007년 부동산 버블 붕괴를 예언해서 맞혔다. 비결이 무엇인가.

"주류 경제학자들은 너무 이론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미래를 예측하려면 이론뿐 아니라 역사나 사람들의 심리를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경제학은 종합 학문이기 때문에 때론 심리학자·역사학자·사회학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좋은 투자 아니다"

―부동산은 심리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시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30, 40, 50년 전에는 단독주택·아파트·콘도 등에 대한 투기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도시의 주택과 아파트에 투기하는 것이 '인기 스포츠'처럼 됐다. 주택 가격은 이제 매우 변동이 심해서 사람들이 초기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빚을 내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는 문화가 변한 것으로 지난 10여년 사이에 많이 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부동산이 투자의 주요 수단이며, 부동산 투자를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로 많은 돈을 벌 순 없다. 미국의 실제 집값은 물가상승률을 제외하면 1990년대와 1890년대 사이에 차이가 없다. 미국 농림부의 자료를 보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땅값 상승률은 지난 100년간 연간 2% 이하였다."

―만약 집값 안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면, 어떤 근본적인 지표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는가.

"여러 부동산 선행지표를 들여다보겠다. 집값은 또 전체 경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 경제 활동도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의 자신감을 살펴야 한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 같은 지표는 매우 중요하다."

―개인투자자에 대해 조언한다면.

"분산투자하라는 것이다. 채권과 주식에 나눠 투자하고,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에 분산 투자하며 상품시장에 일부 투자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로버트 쉴러(64) 교수는…

IT버블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 '이상 과열'이라는 책을 써서 거품 붕괴를 경고했고, 지난 2007년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을 예고해 유명해졌다.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금융시장, 금융혁신, 거시경제, 부동산 등 각 분야에 깊은 통계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써왔다. 그가 공동개발한 S&P/케이스-쉴러 지수는 미국의 대표적 부동산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야성적 충동' '버블 경제학' 등의 책을 통해 통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본능과 자신감의 중요성을 분석했다. 뉴욕타임스에 '경제적 시각'이라는 고정칼럼을 쓰고 있다.

           - 인터뷰 / 뉴헤이븐(미 코네티컷주)=박종세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