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다양한 문화

-* [DMZ 트레킹 코스| 김포 첫째 길] (2) *-

paxlee 2010. 8. 26. 22:24

 

         [DMZ 트레킹 코스| 김포 첫째 길]

         조선시대 포진지 ‘덕포진’ 명승으로 거듭나

이제는 고양리에 도달했다. 강화도의 화도를 오가는 나루터가 있어 고양포(高陽浦)라고 불리던 곳이다. 고양포는 원래 원머루나루를 한자로 옮긴 말이다. 언덕을 의미하는 원과 높은 곳을 나타내는 마루가 머루로 어휘 변형을 일으켜 ‘원머루’로 됐다고 한다. 이를 다시 한자로 옮겨 고양포가 된 것이다. 원머루나루터를 원포나루터라고 부른다. 지금은 나루터는 없고 소형 어선을 가진 어부들이 군의 허가를 받아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포CC(골프장)가 나온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이 보인다. 길은 군사도로인 듯 군용 트럭이 이따금 지나간다. 햇빛은 따갑다. 해안 철책선 따라 가는 길이라 가로수도 없고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 채 걷는다. 이 길은 골프장을 지나 포내천까지 이어졌다. 포구의 내부에 있는 하천이라고 해서 포내천이라 하는가 보다.

포내천 양쪽으로는 넓은 평야지대다. 포내천의 풍부한 물이 있으니 벼농사도 잘될 것 같았다. 하긴 한반도에서 최초로 벼농사를 지은 지역이니…. 포내천 끝 지점에 포내수문이 있다. 바닷물이 하천을 넘나들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하천 제방을 따라 걷는 길은 햇빛으로 따갑지만 모처럼 확 트인 공간을 바라보는 맛도 새삼스럽다. 김포 1구간 끝지점에 거의 다 왔다.

문수산이 바로 앞에 보인다. 삼거리가 나왔다. 마을산성 입구라는 이정표가 서 있고, 바로 그 밑에는 김포 첫째 길 끝지점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문수산성 남문까지는 불과 20m밖에 안된다. 문수산성이 첫째 길 끝지점이자 둘째 길 출발지점이다.

문수산성은 조선 숙종 20년(1694)에 축성된 성으로, 강화 갑곶진과 더불어 강화해협을 지키던 요새다. 신라 혜공왕(765~780년) 때 산 정상에 창건된 문수사라는 절에서 문수산이란 이름이 유래했으며, 1964년 사적 제139호로 지정됐다. 문수산성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김포 첫째 길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김포의 숨은 역사를 하나씩 들춰보며 DMZ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매우 의미 있는 길이다.

김포 3개·고양 2개·파주 4개·연천 3개 등 모두 12개 코스 조성


경기도가 개통한 DMZ트레킹코스는 4개 시군을 거쳐 총 181.4㎞로 연결된다. 김포시의 3개 코스는 한강을 넘지 않고 고양을 바라보는 봉성산에서 끝을 맺는다. 반면 고양과 파주, 연천은 시군은 다르지만 트레킹 마지막 지점이 다음 코스 출발지점으로 연결돼, 코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김포에는 3개 코스가 있다. 첫 코스의 출발지점은 대명항이다. 대명항에서 출발한 트레킹 코스는 덕포진, 쇄암리~김포CC를 거쳐 문수산성 남문, 산성마을 입구까지이다. 총 15.4㎞에 약 4시간가량 소요된다.

둘째 코스는 문수산성~청룡회관~조강저수지~애기봉 전망대 입구까지 총 8㎞에 약 2시간30분 내외 걸린다. 셋째 코스는 애기봉 입구~금성초교~배수문~전류리 포구까지 총 15㎞에 4시간 남짓 소요된다. 고양시에는 두 개 코스가 있다. 행주산성을 출발해서 행주대교 북단을 돌아 삼성당마을~섬말다리를 거쳐 호수공원까지 가는 코스가 첫 구간이다. 총 10.2㎞ 거리에 소요시간은 2시간40분 정도 예상된다.

둘째 코스는 호수공원에서 킨텍스~이산포IC~장월평천교를 거쳐 출판도시까지 이르는 구간이다. 총 14.3㎞에 대략 3시간30분 걸린다.

파주시에는 네 개 코스가 있다. 첫 코스는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출판도시를 통과해 문발IC~송촌리다리~파주NFC를 거쳐 통일동산까지 총 12.4㎞에 3시간10분 내외 걸리는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코스는 통일동산에서 경기영어마을과 헤이리마을, 프로방스 카페촌을 거쳐 파주시 환경센터에서 반구정까지 가는 길이다. 총 17㎞에 4시간30분 내외 잡으면 된다.

셋째 코스는 반구정에서 마정초교와 장산전망대를 거쳐 율곡2리까지 총 11.2㎞에 소요시간은 3시간20분 예상된다. 넷째 코스는 율곡2리 화석정을 출발하여 두포리와 파평중학교를 거쳐 임진강 절경인 적벽산책로와 장파사거리를 지나 황포돛배까지 간다. 총 15.7㎞에 4시간10분 정도 예상되는 거리다.

연천군에는 세 개 코스가 있다. 첫 코스는 파주의 마지막 구간인 황포돛대에서 출발해 장남면사무소~노곡리 비룡대교 입구를 거쳐 고려 태조 왕건의 위패가 모셔진 숭의전까지 총 21.6㎞에 이르는 거리다. 예상 소요시간은 대략 6시간40분 정도의 거리다.

둘째 코스는 숭의전에서 출발해 임진강 주상절리~우정리 황공천다리~군남면사무소를 거쳐 군남홍수조절지까지다. 총 21.8㎞에 예상 소요시간은 6시간40분. 마지막 구간인 셋째 코스는 군남 홍수조절지에서 상리초교와 도신리 방아다리를 거쳐 ‘철마는 달리고 싶다’ 이정표가 있는 신탄리역까지 총 18.8㎞ 거리다. 예상 소요시간은 5시간이다.


▲ 1 대명항을 통해 들어가는 김포 첫째 길 입구. 철책문을 통해 들어가게 돼 있다. 2 1981년 국가사적 제292호로 지정된 덕포진지터. 이곳에서 조선시대 대포 6문이 발굴됐다. 3 덕포진 바로 옆에 있는 파수청터. 포 진지에 불씨를 실어 나르던 장소이다. 4 포내천 양옆으로 펼쳐진 드넓은 평야엔 학들이 수시로 날아와 여유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평화롭게 날고 있는 학을 담았다.

어떻게 만들어졌나?]


직원 아이디어로 추진… 담당 4명이 예산 1억원으로 관련 시군 협조 얻어 조성


DMZ트레킹코스는 2009년 말 경기 2도청 직원 최진숙씨의 아이디어에 의해 전격 시작됐다. 주한미군 이전기지 활용계획 수립과 그린벨트 관련 업무를 하는 특별대책지역과의 최씨는 접경지를 활용할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 직원회의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에 이른 것이다.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이미 예산 수립은 끝난 상태. 일단 예산 없이 밀어붙이기로 했다.

새해 들어 특별대책지역과 밑의 전략과제팀에서 전담, 추진키로 하고, 김포, 고양, 파주, 연천 등 4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당부했다. 경기 2청사에서 담당직원은 계장 포함 4명. 관련 시군 담당직원들과 올 2월 첫 회의를 열었다. 관련 시군으로서는 별도의 팀을 구성한 건 아니고 맡은 업무를 하면서 부가적으로 일을 떠안아 불평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모두 ‘지역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연천군 문화관광과 관광시설팀 임항진 팀장과 채정병씨, 김포시청 문화예술과 조현식씨 등이 그들이다.

특히 경기 2청사의 한태우씨는 모든 일에 앞장섰다. 180㎞ 이상 되는 트레킹코스를 일일이 발로 직접 답사하며 일반인들이 걸을 수 있는 길인지, 더 좋은 길은 없는지 등을 주도면밀하게 살폈다. 물론 관련 시군의 담당직원들의 코스에 대한 조언도 적극 구했다. 12개 코스를 전부 5번 이상을 직접 발로 걸으며 확인했다. 일부 코스는 10번 이상 걷기도 했다. 예산이 없으니 직원들이 직접 나서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시작된 일이긴 하지만 배정된 예산은 불과 1억원. 그것도 다른 항목의 예산에서 조금씩 전용해서 끌어들인 것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험한 자연의 길 180여㎞를 조성하는 데 배정된 예산치고는 너무 적었다. 150㎞ 내외쯤 되는 서울 외사산 트레킹 코스 조성하는 데 배정된 예산은 무려 3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한 걷기전문가는 “5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경기 2청사 특별대책지역과 전략과제팀 직원 4명이 몸으로 때운 결과 지난 5월 8일 첫 선을 보였다. 1억원 예산은 홍보물과 리본 등 이정표 제작에 전부 사용했다. 

DMZ트레킹코스를 갔다 온 사람들은 모두 환영일색이다.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왜 이런 코스를 미리 만들지 않았느냐”부터 시작해서 “생태트레킹코스로 영원히 보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경기 2청사 특별대책지역과의 한태우씨는 “아직 완성된 코스는 아니며 일부 조정될 코스가 군데군데 많다. 올 하반기에 예산이 확정되면 훨씬 더 단장된 코스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 1 한강에서 떠내려 왔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부래도. 생태 트레킹 코스로 개발할 수 있으나 아쉽게도 대기업 소유로 밝혀진 섬이다. 2 민통선 철책과 논 사이로 난 트레킹코스로 방문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3 DMZ트레킹코스엔 50m마다 리본이 달려 있다. 제일 앞에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이 경기 2청사 특별지역대책팀 한태우씨.

[DMZ트레킹코스 탐방 가이드]


아직 확정 안 된 일부 구간 있어 관련 시군에 필히 문의해야


DMZ트레킹코스를 지난 5월 8일 전격 개통했지만 준비기간이 워낙 짧았고,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직 완성상태는 아니다. 부랴부랴 개통했음에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많이 찾는 이유는 그동안 통제됐던 DMZ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길 중간 50m마다 리본은 달았지만 변경되는 코스의 구간 확정문제도 일부 있고, 푯말 작업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필히 관련 시군이나 경기 2청 특별대책지역과(031-850-2931, 031-850-3953) 등으로 문의하고 가는 게 좋다. 김포 문화관광과는 031-980-2743, 고양은 031-8075-3377, 파주는 031-940-4364, 연천은 031-839-2061로 문의 하는게 좋다. 

대부분 지역은 코스가 길어 간식과 물을 필히 준비해야 한다. 도시락도 가급적 지참하는 게 좋다. 특히 김포 첫째 길은 15㎞가 조금 더 되지만 중간 탈출로나 음식점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구간에 음식점과 수퍼마켓이 딱 한 군데씩 있다. 길 중간 지점인 고양포마을에 한우소고기전문식당인 원포나루터(070-8823-2141 또는 010-6363-2141)는 음식점에서 한우를 잡는 집과 직접 연계해 언제나 싱싱한 소고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음식점 바로 앞에 유일한 수퍼마켓이 있다.

연천 구간은 중간중간에 음식점이 있어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다. 특히 첫째 길 옆 약대산 자락에 있는 방갈로 카페(010-4155-0835)엔 민박과 정식이 가능하다.

교통

김포는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첫째 길 시작지점인 대명항은 서울에서 여러 대의 버스가 운행한다. 영등포역에서 출발하는 60-3(전화 031-983-8245), 영등포시장에서 출발하는 6(031-983-8245), 대명항에서 일산 킨텍스 순환하는 605(031-983-8246) 등이 모두 대명항이 종점이다. 첫째 길 종점인 문수산성 남문은 버스정류장인 성동검문소와 약 100m 떨어져 있다. 성동검문소 정류장엔 960(강화~일산), 1(강화터미널~영등포역), 70(강화터미널~인천터미널), 90(강화터미널~부평역), 8(강화터미널~송정역) 등 여러 버스가 정차한다.

연천 첫째 길 시작지점인 황포돛대엔 대중교통이 없다. 연천 적성터미널까지 접근해서 그곳에서 택시(031-832-0044)를 불러 황포돛대까지 갈 수 있다. 요금은 5,000원. 셋째 길 출발지점인 선곡교 앞까지 가는 버스는 구 전곡터미널에서 59번 버스가 운행한다. 약 40분 소요. 택시는 031-834-1177에 문의하면 된다.

고양 콜택시는 첫째 길은 1588-1382 또는 1588-1385, 둘째 길은 1577-2030이다.
파주 콜택시는 1577-2030 또는 1544-8482로 하면 된다.

 
- 글 박정원 부장대우 / 사진 정정현 부장 / 월간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