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 뒷산 오르기 *-

paxlee 2011. 6. 5. 21:11

뒷산 오르기

 

오늘도 혼자서 뒷 산을 올라갔다. 가장 쉽게 접근하기 좋은 산이 뒷 산이다. 그래서 혼자 산행을 하게 되면 그냥 뒷 산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나의 뒷 산은 칼바위봉이어서 그냥 마음놓고 산을 오르는데, 항상 망설임을 가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칼바위봉은 그오르는 코스에 바위 길이 험하고 사납기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북한산 둘레길을 갈까도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둘레길이 너무 단조롭기 때문에 산길을 걷기로 하고, 조금 다른 길이 없을까하고 수유역 3번출구에서 운행하는 마을버스 2번 종점을 향해 올라갔다. 종점에서 좌측으로 오르면 조병옥박사 묘소가 있는 곳이고, 우측으로 바로 올라가면 북한산 둘레길과 연결이 된다. 둘레길을 지나 올라가면 영락기도원을 지나서 계속 이어지는 계곡길에서 우측으로 들어섰다.

 

지난번에는 계곡을 건너 능선길로 올라갔었는데, 아직 나무들이 작은 편이라 햇볕이 따가웠다. 그래서 우측으로 더 진행을 하니 영락기도원의 철책이 쳐저있는 그 길을 따라 우측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숲이 욱어져 그늘이 시원하고 조용한 오솔길은 북한산 산길같지 않은 흙 길이 부드러워서 좋았다. 한가한 길을 혼자서 걸어도 길이 좋아 그런지 발길은 가벼웠다. 

 

북한산 산행길에도 이렇게 호젓하고 한적한 길이 있었나 할 정도로 산객을 만날수 없는 길에 매료되어 쉬엄쉬엄 올라갔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되었는 되도 낙엽이 쌓인 길을 걷는 마음은  세월의 흐름을 의식하면서 올라갔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부드러운 흙 길은 산객이 없는 그늘 진 오솔길을 조금은 외롭기도 하지만, 산행의 기분은 마냥 좋기만 하였다.

 

올라가면서 산세를 살펴보니 아카데미하우스 계곡의 좌측 능선이었다. 그 옆의 능선은 지난번에 올라갔던 능선이고, 그 다음 능선이 화계사 뒤쪽 능선이다. 다음에는 누군가를 불러 함께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면서 걸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라갔다. 얼마를 올라가다 보니 위에서 하산하는 한 팀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이 길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암벽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 산 길에서 그들의 주고 받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 무척이나 반갑기도 하였다. 4~5m의 암벽길에는 로프줄이 늘어져 있어서 쉽게 오르고 내려갈수 있게 준비가 되어있었다. 로프줄이 없어도 발을 붙이는 곳에 정해져 있어 어려움은 없는 길이었다. 이 암벽길은 이 길에서 만나는 유일한 암벽길이어서 지루함을 일깨워주기도 하는 양념같은 암벽 길이었다.

 

오늘도 한 여름의 햇볕은 따가울 정도로 쨍쨍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녹음이 짙은 숲 길은 해가리를 해 주어 시원하게 오를 수 있었지만, 오름길이 시작되고는 구슬같은 땀이 흘러 내렸다. 혼자서 산행을 하게되면 박완서님의 엣세이 "가보지 않은 길이 아름답다"고 한 그 글처럼 지난 번에 간 길보다는 새로운 길을 걷고 싶어서 옆으로 연결되는 가지길을 걷게 되었다.

 

오늘 내가 오른 이 길은 북한산 길 중에서 가장 호젓하고 낭만적인 숲 길의 오솔길은 다시 걷고 싶은 길이다. 북한산 산행 길에서 이렇게 순수한 흙  길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길을 만나기도 어렵다. 다음에는 다우산악회 회원들과 한 번 더 올라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길에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올라갈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힘이 들기 시작하였으며 땀을 더 많이 흘리며 올라갔다.

 

그 길의 끝은 칼바위능선의 문필봉아래로 연결되었다. 그 길에 올라서니 등산객은 많이 올라가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 뒷 산은 어디로 오르든지 칼바위봉으로 연결이 되었다. 산 길은 모두 정상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하우스 계곡길에서 정릉 보국문을 오르는 계곡길까지는 모든 길이 칼바위봉으로 집중이 되므로 그 오름길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 정상은 칼바위봉이다.

 

오늘은 문필봉에 들러지 않고 바로 칼바위봉으로 올라가는 길을 걸었다. 칼바위봉을 오르는 그 암벽길은 언제나 부담을 느끼며 오를 수 밖에 없다. 그 길이 힘이 든다는 것은 손과 발로 네 발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바위를 손으로 잡지 않고는 오를 수 없는 암벽길 그러나 이제 그 길도 익숙해 있어 어려움을 느끼거나 힘들어 하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것은 바로 뒷 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칼바위봉 정상에 올라서서 북한산을 바라보는 그 조망은 힘들게 올라온 수고를 깨끗이 해결해 준다. 칼바위봉에서 북한산의 정상봉 삼각봉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은 조금 다르다. 제일 높은 봉우리 백운봉 앞에는 만경봉이 겹쳐있고 그 우측에 인수봉이 솟아있으며, 그 좌측에는 노적봉이 뻗어있으며, 그 뒤로 염초봉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형제봉이 솟아있다. 그 뒤로 형제봉보다 조그 높이 솟아있는 북악산 백악봉이 겹쳐져 보인다. 형제봉에서 보현봉으로 이어진 능선과 보현봉보다 멀리 문수봉이 솟아있고, 북한산성 능선이 줄기차게 뻗어있는 모습은 북한산의 힘이 아닌가 한다. 한참을 쉬면서 땀을 삭이고 칼바위봉을 넘어서 내려갔다. 북한산성길에 올라서면 힘든 산행길은 순조로워 진다.

 

대동문에서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12시가 지나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였다. 언제나 혼자서 점심을 먹게 되면 가장 쓸쓸하게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점심을 생략 할수는 없다. 산행을 더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늘어지게 휴식시간을 가진 후 대문문을 지나 아카데미하우스 쪽으로 하산길을 걸었다. 이 하산길에도 산객은 많지 않았다. 오늘은 어쩐지 산객이 적은 날이다.

 

이 하산길도 평탄한 길은 아니다. 암벽길과 경사가 급한 하산길 걸음을 더디게 하는 길이다. 녹음이 짙은 길은 산객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기도 한다. 요즘 비가 한주도 걸으지 않고 내렸지만, 비의 양은 많지 않아 계곡마다 물이 힘차게 흐르지 않는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듣기 어려울 정도이니 물은 겨우 고여있는 물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꿩의 울음소리가 가끔 들리는 것에 향수를 느끼게 한다.

 

아카데미하우스를 지나 내려와서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다. 둘레길에도 처음보다는 둘레맨들이 적은 것었다. 그러나 이 길은 하루중 언제 걸어도 좋은 길이며, 어디서 어디까지 정해놓고 걷지 않아도 되며, 순수한 흙 길인 둘레길은 주민들의 산책로이며, 산행이 힘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그래도 우이동에서 정릉까지 이어지는 길이 가장 잘 다듬어 진 길 같다. 

 

우이동의 솔밭공원 길은 포근한 어머니 품 같은 길이며, 4.19탑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경관은 인상적이다. 그리고 둘레길에서 만나게 되는 섶다리는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다리이다. 화계사에서정릉쪽으로 오르는 능선위에 설치되어있는 하늘다리 전망대는 둘레길의 유명세를 하고 있다. 솔샘터널에서 칼바위봉으로 오르는 길 아래쪽에 생태습지가 발 길을 잡기도 한다. 

 

내가 산행을 시작한 영락기도원으로 오르는 길을 지나 둘레길을 걸어서 화계사에 집으로 향했다. 오늘 산행은 약 4시간 30분여 간단한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날씨가 더워 짧게 코스를 잡았다. 전에 같으면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수유역을 경유하여 집으로 돌아왔으나, 오늘은 둘레길을 조금 더 걸으며 둘레길을 걷는 맛도 느끼면서 간단한 산행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