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좋은 수필을 쓰려면

paxlee 2013. 2. 18. 08:13

 

                좋은 수필을 쓰려면

 

1. 좋은 수필

(1) 좋은 수필이란?


좋은 수필이 되자면 몇 가지 규범이 따르는데, 무엇보다도 문장이 솔직하고 소박해서 진솔성(眞率性)이 있어야 한다. 사물을 나타내는 말에는 오직 그것에 맞는 말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진실을 나타낸다는 뜻이며 솔직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수필의 본질이다. 문장은 아름답게 꾸미려고 할수록 진실과 멀어진다. 꾸미는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수필의 문학성을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으나, 본질론(本質論)으로 말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이나 동화는 허구(虛構)이고, 시는 심상(心象)의 형상화라고 한다면, 수필이 지니는 문학성은 개인의 인격적 고백성에 있다. 이와 같이 수필의 문학성은 1차적으로 개인의 인격적 고백성으로 독자를 감동시키는 데 있으나 그것은 내용과 함께 문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작자의 사상과 감정이 내부에서 걸러지고 삭혀져서, 잘 익은 술처럼 향기를 내야 한다. 흔히 수필의 문학성을 서정성에 두고 있으나, 지적(知的)이거나 논리적이라 해서 문학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것이든 인간의 문제가 담기면서 공감을 주는 것이면 그것이 수필의 문학성이다.


어떤 수필이 과연 좋은 수필인가? 한 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수필은 어디까지나 문학이기 때문에 객관적,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그것을 읽는 사람의 개인적인 판단이나 주관,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각자의 환경이나 이제까지 살아온 삶, 교육정도, 남녀간의 성적인 차이, 나이, 직업, 시대나 사회상, 그 글을 쓴 사람과의 관계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똑같은 수필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아주 훌륭한 수필이라고 극구 칭찬하는 데 비해 이와는 정반대로 어떤 사람은 아주 잘못된 수필이라며 비난을 퍼 부울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수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주제가 선명하고 그 주제와 내용이 잘 맞는다.
* 누구나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
* 문장이 대체로 간결하면서 짧다.
* 수필로서의 멋과 위트가 넘치며 재미가 있다.
* 강렬한 인상을 풍기거나 잔잔한 충격이나 감동을 안겨준다.
* 솔직함과 진실성이 넘친다.
* 착상이나 표현이 기발하거나 뛰어나다.
* 자만이나 자기과시가 배제되어 있다.

① 읽기 쉬워야 한다.

문장을 읽어 가는 가운데 리듬이 있고, 깊은 뜻이 있고, 군더더기 없이 산뜻하게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가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런 것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우선 표현을 쉽게 하여야 하고 내용은 진지하고 구수하게 엮어야 할 것이다.

②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짧아야

한 문장이 50자를 넘으면 지루하게 느껴진다. 문장이 너무 길면 호흡처리가 곤란하고 산만하여 글의 뜻을 파악하기 조차 힘들게 된다. 쓰는 사람이야 분위기에 도취되어 문장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길어졌군!’ 하고 이해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처어칠은 ‘나는 짧은 말과 쉬운 문구를 즐긴다.’고 말했다. 여기서 쉬운 문구라고 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고 간결하게 정돈된 것을 말하지 않았을까. 간결하면서도 짧은 문장이야 말로 수필에 있어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③ 강한 인상을 주어야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거나 다른 사람이 이미 써 버린 글을 다시 쓰면 진부하여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자기만의 독특한 소재나 단어를 발굴하여 생기가 넘치게 써야 한다. 그래야만 강한 인상을 주는 살아 있는 글이 될 수 있다.

④ 즐거움을 주는 글

수필을 읽는 목적이 있다면 은은한 즐거움이나 감동적인 분위기에 젖어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런 재미가 없으면 이 바쁜 세상에 무엇 때문에 남의 수필을 읽어 주겠는가. 수필이 재미있게 되려면 시(詩)적인 정서가 감돌고, 소설처럼 이야기가 구수하게 잘 짜여져야 한다. 웃음 속에 날카롭게 번득이는 재치도 보여야 하고, 가슴을 울려주는 진리가 들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첫째 진실성이 요구된다. 그래야 감동과 연결될 수 있다. 억지로 꾸민 이야기는 감동을 불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예술성이 있어야 한다. 수필은 실용문이 아니고 예술문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문학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야 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그냥 이야기가 아니고 문학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여 새롭게 탄생된 글이기를 바란다. 쌀과 누룩을 버물려서 익히면 술이 되듯이, 잘 여과된 사색과 감정은 즐거움을 주게된다.

⑤ 품격이 넘치는 글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글에는 문격(文格)이 있다. 유치한 감정이나 야비한 표현 등 저속한 내용은 품격을 상실하게 된다. 복잡한 세상사의 일을 글로 쓰되 그대로 쓰지 않고 맑은 마음의 눈으로 여과시켜 품위 있게 써야 한다. 이것을 심안(心眼)이라 하는데, 심안을 거치면 격이 달라진다. 난(蘭)에 대해서 글을 쓰면 여기에 향(香)이 머물러야 하고, 인생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면 사랑이 깃들어야

한다. 바다를 노래하면 물새들이 머물러야 하고, 황야를 그리면 역사 속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야 한다. 연인끼리 애정을 그리되 일

정한 간격이 있어야 하고, 지나간 추억 속에서는 절실한 그리움이 머물러야 한다. 그것이 글의 품격, 즉 문격이라 할 수 있다.

 

⑥ 진솔한 글

수필은 무조건 진솔해야 된다. 그것이 최대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솔직하면서도 구수하게, 담담하면서도 거짓 없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지성적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 수필은 주제에 관련된 상상까지는 허용할 수 있으나 허구까지를 허용한다면 진솔하다는 매력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

2. 좋지 않는 수필

(1) 표현이 졸렬한 글


아무리 좋은 내용의 글이라도 졸렬한 표현이 나타나면 문학적으로 실패작이라 할 수 있다. 쉽게 표현할 수 있고, 간단하게 기록할 수 있는 것도 어렵고 장황하게 늘어놓는다거나 별 의미도 없는 것을 횡설수설하는 것도 졸렬한 축에 든다.
다 읽고 나서 마음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고, 무엇 때문에 이 글을 썼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으면 수필의 범주에 들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교훈적이거나 자기를 내세운 글


남에게 설명조로 가르치려 들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나타내려는 것도 수필에서는 금기(禁忌)사항이다. 또 남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상식을 자기 혼자 아는 체하는 것과 설익은 설교조의 어설픈 철학을 펴는 것도 독자에게 정감을 주지 못한다.

(3) 개성이 없는 평범한 글


남들이 아직 표현하지 못한 말이나 주제를 선택해야 신선한 맛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남들이 이미 표현했거나, 수없이 반복한 단조로운 문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싱겁고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글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여 문학의 체로 걸러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개성 없는 평범한 글이 되어 독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4) 잘 다듬어지지 않는 글


옛날 집 짓는 목수가 기둥을 깎을 때, 먹줄로 줄을 긋고 불필요한 부분을 도끼로 깎아내 듯 글로 군더더기를 깎아내고 다듬어야 한

다. 그러나 군더더기는 글을 쓴 사람에게는 잘 발견되지 않는 법이다. 같은 또래의 글벗이 있어 서로 바꾸어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군더더기가 없으면 글을 이해하기 쉽고 읽어가는 데 리듬감도 있어 부드러운 인상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3. 수필을 죽이는 독소와 살리는 요소

'당신들의 천국'의 작가 이청준 선생은 말하기를, 글을 쓰는 일은 마치 '젖은 옷을 입고 거리를 나서는 것과 같다'고 했다. 어쩐지 개운치 않고 찌뿌둥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허구의 작품을 쓰는 소설가의 마음이 그러할진대, 하물며 자기를 드러내어 글을 써야 하는 수필가의 마음은 어쩌랴. 사람은 될수록 좋은 일은 자랑을 하고 싶어 하고, 안 좋은 일은 감추려고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이래서는 안되는데' 하면서도 잘 제어를 못하는지 모른다 해서 이번에는 필자가 생각하는 수필을 죽이는 독소와 살리는 요소를 짚어보기로 하겠다.

(1) 수필을 죽이는 독소

① 도덕성의 흠결

전술 한바와 같이 수필은 인격과 글쓰기가 별개가 아니고 함께 가는 문학이다. 때문에 도덕성의 흠결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친일을 했던 수필가가 애국심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하자. 누가 공감을 해주겠는가.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세금포탈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별호가 붙은 사람이 아무리 유려한 필치로 사회정의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해도 공감해 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수필은 글따로 사람따로의 문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② 자기 자랑과 과시

자기 자랑과 과시는 결정적으로 수필을 죽이는 독소이다. 수필을 쓰는 사람치고 이 정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러한 글들이 적지 않음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자랑과 과시는 대개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노골적으로 터놓고 거침없이 하는 경우와 안 그런 척 내숭을 떨면서 은근슬쩍 곁들이는 경우가 그것이다. 집안자랑을 포함해 자기와 가족자랑을 말함인데,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왜 실수담, 실패담이 성공을 거두는 작품이 많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③ 성의 없이 쓴 글

빈약한 체험과 깊이없는 사색, 그리고 농필로 쓰여진 글이 문학성이 확보될 리 만무하다. 이런 글은 자기 기망을 넘어 독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2) 수필을 살리는 요소

① 개성이 넘치는 글


다른이가 미쳐 생각하지 않는 기발한 발상과, 독특한 소재을 택하여 자기화한 문장으로 글을 쓸 때, 생명 있는 글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특장 하나쯤은 개발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떤 전문가가 아니라 어느 방면에 남다른 소양을 지님을 말한다. 여기서 참고로 한 가지를 언급하자면 평소 신변 이야기를 많이 쓴 작가로 알려진 박연구 선생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글을 쓰면서 수필 속에 꼭 한 두 가지 나만의 장치를 해 둔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개성 있는 글쓰기를 말함인데 음미할 대목이다.

② 주제와 소재의 일체화. 긴밀화

수필을 쓸 때는 주제가 잘 살아나도록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작품의 형상화와 의미화는 결국 그 정황에 들어맞는 소재와 문장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제와 소재는 마치 지휘관과 병사와의 관계로서, 일사불란하게 서로 조응되어야 하며 문장은 그 얼개가 아교칠과 같이 밀착되어야 한다.

③ 꾸준한 자기 관리

인격 수련을 위해서 자기와 주변관리는 필수이다. 그리고 사색의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작가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와 여행과 사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는 것이 아니다.

 

- 출처 : http://cafe.daum.net/pen0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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