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글쓰기도 스포츠처럼 훈련이 필요하다

paxlee 2013. 5. 14. 12:00

 

“글쓰기도 스포츠처럼 훈련이 필요하다” 

 

 

북데일리 임정섭 대표는 국내 실용 글쓰기 분야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입시 논술학원 일변도였

던 이 분야에 ‘일반인을 위한 글쓰기’라는 신무기를 들고 뛰어들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실용 글쓰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배움의 물줄기가 세차다”며 “우리나라에는 기초부터 높은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는 글쓰기 프로그램이 없다. 수준별 학습서적과 학원이 있는 영어 교육, 논술 교육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글쓰기훈련소의 주요 수강생은 30대 이상의 직장인이다. 마천루 같은 빌딩이 즐비한 여의도 한복판에 글쓰기 아카데미를 연 것도 이런 이유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강의는 다양하다. 기획서·보고서 작성법을 가르치는 ‘비즈 라이팅’, 기자와 파워블로거를 대상으로 한 ‘서평 전문가 과정’, 1:1 수준별 클리닉을 해주는 ‘온라인 글쓰기’ 등이 있는데, 수강생이 점점 늘어나는 형국이라고 한다.
   
   임 대표는 경향신문·서울신문 등에서 편집기자를 하면서 ‘잘 읽히는 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2004년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책 뉴스사이트 ‘북데일리’를 설립하고 시민기자 제도를 도입해 수백 명 시민기자의 서평을 첨삭지도하면서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2008년에 출간한 ‘프로는 한 장짜리 기획서도 다르다’의 온라인 버전 ‘기획의 별’로 2009년 대한민국 우수 교육훈련 프로그램 경진대회 대상을 받았고 ‘글쓰기훈련소’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를 펴냈다.
   
   그는 한국의 글쓰기 교육이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은 글쓰기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국어 교육은 있어도 글쓰기 교육은 없었다. 초등학교 과정에도 독서감상문 쓰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무조건 써오라고 한다. 글쓰기 구조를 서론·본론·결론, 기승전결로만 배웠는데 일기와 서평은 이 구조가 아니다. 장르에 맞는 글쓰기 교습법이 따로 있다.”
   
   또한 그는 “문법적 글쓰기 서적과 작가적 글쓰기 서적만 있었던 글쓰기 시장에 실용 글쓰기 관련 서적이 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오덕 선생님이나 장하늘 선생님의 책은 우리말의 바른 사용법을 담은 문법적 측면이고, 안정효 작가나 김탁환 작가의 책은 창의적 글쓰기 방법론을 담은 작가적 차원이다. 일기나 서평, 편지글이나 연설문, 칼럼, 기행문 등 실용적 글쓰기 방법론을 담은 책은 없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반인을 위한 글쓰기 시장에 새로운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그는 “글쓰기는 훈련”이라고 잘라 말한다. 천부적 재능이 있어야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스포츠처럼 꾸준한 훈련을 거치면 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  북데일리 ‘글쓰기훈련소’ 임정섭 대표 / 김민희 주간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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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능력 길러주는 것 모든 교과목 글쓰기 위주”

조제희 교수는 14년 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풀러턴 캠퍼스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최근 한국인들을 위한 글쓰기 방법론을 담은 책 ‘5000만의 글쓰기’(들녘)를 펴냈다. ‘글쓰기란 무엇인가?’부터 문학과 스토리텔링,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연구논문 쓰는 법 등 장르별 접근법까지 담은 이 책은 ‘글쓰기의 정석’ 같은 책이다. 그는 “글쓰기 선진국 미국에서 교수를 하면서 한국인에게 생각의 뼈대를 세우는 글쓰기 방법론을 전하고 싶었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조제희 교수는 미국 대학생들에게 영어로 에세이를 가르치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영어 에세이를 가르치려면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미국식 교육을 받았을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은 빗나갔다. 그는 대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교육받은 토종 한국인이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에서 영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볼링 그린주립대학교에서 ‘수사학’과 ‘작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 있는 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미국의 글쓰기 교육에 대해 알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1시간 가까이 격정적으로 말을 이었다.
   
   그가 제대로된 글쓰기에 눈을 뜬 건 서강대 영문학과 재학 시절, 미국인 신부가 가르치는 ‘잉글리시 라이팅’을 배우면서다. 그는 “신부님은 자신들이 배운 대로 글쓰기 수업을 하셨는데, 기존에 배우던 방식과는 차원이 달랐다. 글쓰기 방법론의 ABCD를 체계적으로 알려 주었다. 수강 후 글쓰기에 새롭게 눈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글쓰기가 모든 수업의 기반”이라며 미국의 글쓰기 교육을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과목이 글쓰기 위주로 이루어진다. 역사에 대해 배웠다면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 글을 쓰는 과정이 필수다. 한국에서의 글쓰기는 논술밖에 없다. 한국 환경에서 자란 나 역시 미국의 글쓰기 교육이 충격이었다. 미국에서 석·박사를 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리포트를 쓸 때마다 글쓰기 센터를 방문해서 도움을 받았다. 센터에서는 문법은 물론 사고의 응집성까지 봐 준다.”
   
   그는 자신이 근무 중인 캘리포니아주립대의 경우 “교과목 전체가 글쓰기”라고 말했다. 졸업 전까지 최소 3~4 과목의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며, 이와는 별도로 전공별 글쓰기 수업이 따로 있다고 한다.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글쓰기 시험을 본 후 점수가 낮으면 별도의 글쓰기 교육을 받는다. 입학식 전에 글쓰기 시험부터 보는 것이다. 그는 “대학 교육은 읽고 쓰고 읽고 쓰는 과정의 반복”이라며 “글쓰기가 지식 생산의 필수도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도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결과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과정 위주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글을 읽고 생각하고 쓰는 교육으로 바꾸면 인성 교육은 저절로 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글쓰기 교육의 기본이다.”

 

- 조제희 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학 풀러턴 캠퍼스 영문과 / 김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