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전망'을 팝니다

paxlee 2016. 4. 17. 17:59



'전망(前望)'을 팝니다 


여의도 벚꽃을 내려다보며 세계 각국의 브런치를 즐기고 북악산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껴본다.
해 질 녘 창경궁의 고즈넉함을 감상하며 프랑스 코스요리를 먹고, 밤에는 한강 다리 위의 카페에서 맥주를 마신다.
도시의 분주함에서 잠시 떨어져 산과 강 그리고 고궁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들로 안내한다.


최근 본 멋진 풍경이라고는 PC 화면 속 사진이 전부이고 여행 떠날 여유가 없어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

만족하는 사람들을 위해 '눈으로 먹는' 기분이 드는 명소를 다녀왔다. 전망이 보잘것없는 식당·카페보다는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호사를 누린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이 눈을 채웠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50층 식당에서 1000만 인구를 품고 있는 서울을 봤다. 멀리는

북한산과 서울 성곽이 보였고 가까이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눈에 들어왔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또는 그 반대로 출퇴근하

면서도 무심코 지나치는 한강은 서울 전망 명소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사람의 미각은 주변 분위기에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식당에서 포장해온 음식이 집에서는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비슷

한 이치이다. 무엇을 먹느냐보다는 어디서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서울에선 산에 오르지 않아도 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산 아래서 먹는 퐁듀와 한 잔의 커피는 그야말로 꿀맛. 산과

형형색색 지붕 집들이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잠깐만 발걸음을 옮겨도 복잡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신

다. 북악산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평창동 ‘모뜨’.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많은 사람이 매일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비슷비슷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주변 풍경은 늘

똑같고 계절만 훌쩍 바뀌어 지나가는 세월만 탓한다. 컨설팅 업계에서는 이를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고

한다. 사람은 관성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일 것이다. 가본 데만 가려는 관성을 깬다면 하루 만에 서울의 강·산·궁을 돌아보

며 먹고 마시는 일이 가능하다. 미처 지면에 담지 못한 기막힌 전망의 식당과 카페도 서울 곳곳에 숨어있다.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궁궐을 바라본다. 조금 떨어져서 그림을 봐야 멋을 제대로 느끼듯 익숙했던 고궁도

멀리서 보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을 바라보며 프랑스 음식을 먹는다. 경복궁·

창덕궁·창경궁·덕수궁의 늠름한 자태에 새삼 서울이 조선왕조 500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서동 ‘다이닝 인 스페이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산 정상인듯… 눈앞에 펼쳐진 산수화

"어떻게 빌딩 가득한 도심에 산이 있을 수 있죠?"

올해 초 서울을 방문했던 불가리아인 랄리 흐리스토바(24)는 모국에서 볼 수 없던 풍경에 카메라 촬영을 멈추지 않

았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시내에서는 산을 볼 수 없는데 서울 도심에선 차로 얼마 움직이지 않아도 한눈에 빌딩

숲과 산을 볼 수 있어 신기하다고 했다. 산과 건물이 공존하는 서울만의 장점을 살려 산 전경을 바라보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다. 등산복과 등산화 대신 치마 입고 구두 신고 가도 된다. 오랜 시간 차 타고 갈 필요가 없다. 맛있는 음식

을 먹으며 배를 채우고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눈 호강을 할 수 있다.


소격동 장진우식당에선 북악산과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3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모뜨(02-379-6500)에선 북악산이 눈앞에 다가온다. 산 아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색색 지붕 집들이 북한산과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식당은 실내와 실외로 나뉜다. 실외 테라스에

있는 나무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며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치 스위스 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테라스 곳

곳에 있는 조각상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산 아래 한적한 주택가 인근에 있어 조용히 햇살을 만끽하며 경관을 감상

한다. 테라스엔 천막이 있어 보슬비가 오는 날에도 나갈 수 있다. 담요도 구비돼 있어 쌀쌀한 날씨에도 걱정 없다.

대표 메뉴는 스위스 치즈 퐁듀(4만6000원). 파스타와 햄버거 스테이크도 있다. 오전 11시~오후 10시.


부암동 카페 산모퉁이(02-391-4737)는 북악산과 인왕산을 함께 볼 수 있다. 단독주택 건물로 실내 공간은 물론 정원과

야외 발코니도 있다. 2층 발코니에 앉아 산자락을 한눈에 바라보며 차를 마신다. 2007년 방영된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촬영지. 오전 11시~오후 10시.

소격동장진우식당(02-734-9100)에선 북악산과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이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재현한 법

주사 팔상전과 금산사 미륵전을 보고 있으면 서울 아닌 지역에 온 것 같다. 소고기 된장 링귀니 파스타, 돼지고기 스튜

와 리조토 누룽지와 같은 독특한 퓨전 한식을 선보인다.

이태원 경리단길 비스테까(02-792-7746)에선 남산이 보인다. 해질 무렵에 가면 불 밝힌 서울타워를 볼 수 있다. 스테

이크와 파스타가 주요 메뉴. 티라미수도 유명하다. 식사가 부담스럽다면 이태원 케냐 키암부 커피(02-798-0020)를

추천한다. 케냐 미술품과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이국적 느낌이 물씬 난다. 남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활짝 핀 古宮의 봄을 즐기다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조선왕조 500년 역사가 깃든 궁궐이 있는 서울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역사 도시다.

봄·여름엔 꽃과 잎이, 가을엔 낙엽이 고궁의 멋을 더해준다. 겨울에는 흰 눈이 궁궐 담벼락 위에 소복이 쌓인다.

한 폭의 그림이다.


서울 원남동 ‘오롤리데이’. 종묘 안이 들여다보인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그림은 조금 떨어져서 봐야 제대로 멋을 느낄 수 있다. 궁궐의 사계절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가 있다. 음식을 먹으며 궁궐의 늠름한 자태를 바라보고 있으면 서울이 얼마나 멋진 도시인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다이닝 인 스페이스(02-747-8105)는 건물이 전면 유리로 돼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5층

에 있는 식당에서 창덕궁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한복 입은 소녀들, 고궁을 걸어 다니는 이들이 보인다. 창덕궁

과 인근 빌딩을 바라보고 있으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 같다. 모두 9석밖에 없어 예약 필수. 식사는 코스로

이뤄진다. 창덕궁이 보이는 방향은 3주 전에 예약해야 앉을 수 있다. 점심 5 코스 5만원·저녁 8 코스 10만원. 코스

요리가 부담스럽다면 같은 건물 다른 식당에 가도 된다. 4층은 일식(제이타파스 인 스페이스·02-747-8104), 3층은

이탈리안(브라세리 인 스페이스·02-747-8103), 2층은 커피숍이다. 바라보는 높이가 다를 뿐 모든 층에서 창덕궁이

보인다.


원남동 오롤리데이(070-8885-1011)는 종묘 옆 세공 공장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카페다. 돌담이 잘 보이게 창문을

크게 트고 종묘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옥상을 확장해 테라스로 바꿨다. 박신후 대표는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종묘의 풍경은 카페 인테리어의 일부인 셈"이라고 말했다. 오롤리데이는 '류준열 카페'로도 불린다. 배우 류씨가 드

라마 '응답하라 1988'로 유명해지기 전 종종 카페 일을 도왔다고 한다. 통의동 퀸 시바(02-733-2233)와 메타포(02-

722-7407)에선 경복궁 돌담길을 배경 삼아 커피를 마신다.


흐르는 강물 보며 연인과 석양을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 공자는 "슬기로운 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

고 했다. 물과 산을 함께 볼 수 있는 한강 남단은 슬기로운 사람에게도, 어진 사람에게도 어울린다. 여의도 전경련회관

50층에 있는 브런치 카페 세상의 모든 아침(02-2055-4442)에 들어서면 굽어 흐르는 한강이 눈을 채운다. 북(北)으로는

북한산과 한양도성 일부가, 서(西)로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동(東)으로는 제2롯데월드가 보인다. 이곳에서는 하루 종

일 프랑스, 멕시코, 영국 등 여러 나라의 브런치 메뉴를 판다. 작년 12월에 문을 열었는데 소문을 타서 창가 자리는 하루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앉기 어렵다. 바게트를 잘라 달걀과 함께 구워낸 프렌치토스트(1만9000원)가 인기 메뉴. 옥수수로

만든 바삭한 토르티야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 고수와 함께 먹는 멕시코풍 아침식사 우에보스 란체로스(2만1000원)도 이색

적이다. 아메리카노(6000원), 인디아 페일 에일 생맥주(7000원) 가격은 전망을 생각하면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같은 층 사대부집곳간(02-2055-4441)에서는 전망과 함께 한식 반상과 한식 뷔페를 즐길 수 있다.


연인이 한강 동작대교 ‘구름카페’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63빌딩 옆으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연인과 함께 지켜보며 달콤한 기분에 젖어들고 싶다면 이달 재개장한 동작대교

남단 구름카페(02-3476-7999)를 찾는다. 버스역 '동작대교전망카페'가 근처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고

음료 값이 그리 비싸지 않아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 연인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타원형으로 지어진 카페의 구

조 덕에 어느 곳에 앉아도 시야가 넓다. 이곳은 한강 전망대 카페 중 높이가 가장 높은 곳. 5층에 옥상 겸 야외 테라

스가 있어 강바람을 맞으며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한강대교까지 서울의 야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음료는 아메

리카노(5000원), 그린티라떼(7000원) 선, 고르곤졸라 피자(1만6000원), 피쉬&칩스(1만8000원) 같은 식사류도 판다.

양화대교, 한강대교, 한남대교, 잠실대교 등에도 비슷한 전망대 카페가 있다.

        

전망 좋은 곳은 비싸다?

전망이 좋으면 돈이 많이 들 거라는 생각은 꼭 옳지는 않다.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 13층에는 덕수궁과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있는 카페 다락에서는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

다. 서울 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황토마루카페와 8층 황토마루정원(옥상정원)에서는 경복궁과 광화문 일

대가 눈에 들어온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군자교 상판 아래에 있는 군자교 8번가에서는 바닥에 설치한 유리 너머로 넘실대는 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

무료로 북카페를 운영한다. 토·일요일에는 무료 공연도 펼친다. 햇빛에 반사된 물살의 일렁임이 몽환적이다.

평창동 일대 미술관은 전시와 함께 북악산 전망을 즐기기 좋다. 국내 등록 1호 사립 미술관인 토탈미술관, 평창동

언덕길에 있는 가정집을 리모델링한 키미아트에 가면 일석이조(一石二鳥).

 

취재=양지호 기자 정유진 기자 편집=뉴스큐레이션팀 201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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