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서울 삶이 고달프다.

paxlee 2015. 12. 7. 15:48

 

서울 삶이 고달프다.


 



퇴직자 김수성(62·가명)씨는 요즘 경기 수원·용인 등을 돌며 이사할 집을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서울에서 태어나 계속 서울에서만 살아온 김씨가 경기도 이사를 계획 중인 것은 부족한 노후 준비 때문이다. 김씨는 “두 아이 대학 공부시키고 시집장가 보내고 나니 남는 게 집 한 채 뿐”이라며 “싼 집으로 옮겨 남은 돈을 노후 준비에 보탤 예정”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진수(37·가명)씨는 다음 달 경기 성남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지방 출신인 이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면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오른 전세금에 발목이 잡혔다. 이 씨는 “지금 있는 돈으로 같은 동네에 계속 거주하려면 빌라 전세만 가능해 아내와 상의 끝에 성남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기로 했다”고 했다.

서울을 등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자료를 보면 2008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8년간 67만7978명이 서울에서 빠져나갔다. 이 숫자는 서울 전출인구에서 전입인구를 뺀 것이다. 서울로 이사 온 사람보다 나간 사람이 67만7978명 더 많다는 뜻이다.

서울 순유출 인구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3분기를 기준으로 서울 순유출 인구는 2009년 1만5685명에서 2015년 3만7520명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순유출 인구가 계속 늘면서 서울 인구 1000만명 시대 붕괴가 멀지 않았다. 현재 서울 인구는 1010만명 정도인데, 지금 추세라면 2016년 말 1000만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인구는 지난 1988년 1000만명을 돌파했다. 28년 만에 1000만 수도 서울 시대가 끝나는 것이다.

서울을 떠나는 이유는 세대에 따라 다르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서울 순유출 인구는 2008년4분기 2498명에서 올해 3분기 8423명으로 급증했다. 노후 대비가 첫손에 꼽히는 이유이다. 보다 싼 집으로 옮겨 부족한 노후자금을 마련하거나, 소득이 끊긴 후 오른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다. 여기에 전원생활을 위해 서울을 등지는 경우도 있다. 귀농 인구는 전국적으로 작년 한 해에만 4만4568가구를 기록했다.

30~40대 젊은 층의 순유출 인구도 2008년 4분기 8649명에서 올해 3분기 1만9251명으로 늘었다. 전세금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오른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서울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다시 경기도로 밀려나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 세종시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20대 젊은 층은 사정이 좀 다르다. 20대는 아직도 서울 순유입이 많고 그 숫자도 증가세다. 올해 3분기 20대 순유입 인구는 3304명을 기록했다. 서울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 빠져나간 사람보다 3304명 많았다는 뜻이다. 2009년 4분기 1158명과 비교하면 3배 정도로 늘었다.


이는 취업난과 관련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방에 그럴듯한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어 그나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서울로 거처를 옮긴다. 다소 비싼 주거비를 감수하더라도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지방보다는 서울이 낫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박정수(26·가명)씨 는 “집 근처에서 대학까지 마쳤는데 도저히 직장을 찾을 수 없어서 상경했다”며 “이곳 역시 만만치는 않지만, 지방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버티고 있다”고 했다.

현재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서울 인구감소 추세는 불가피하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대한민국 수도에서의 삶이 그만큼 고달프다는 뜻”이라며 “연령별 맞춤형 주거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유연 기자 2015.12.07.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