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여행의 매력은 다양성이다.[50]

paxlee 2020. 1. 26. 08:43

 

독서 여행 : 왜 나는 너를 사랑 하는가?  [49-2]  - 알랭드 보통 -

 

클로이는 거창하게 잔치상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크우아장, 오랜지 쥬스, 새로내린 커피, 달걀과 토스트, 그리고 탁자 한가운데 예쁜 꽃이 꽂혀있는 꽃병이 놓여 있었다. "굉장한데, 내가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 동안 이걸다 준비했다는 거야?"  "내가 누구처럼 게으르지 않기 때문이지, 자, 식기전에 먹어요"  "이런걸 다 준비하다니 정말 착한 사람이네,"  "쓸데없는 소리,"  "아니, 정말로, 나는매일 이런 아침상을 받는게 아니거든"  나는 두팔로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말했다. 그녀는 나를 돌아보지는 않고, 내 손을 잡다니 잠시 꼭 쥐었다. "그렇게 좋아할 필요없어, 이건 특별히 차린게 아니거든, 나는 주말마다 이렇게 먹는단 말이야,"  그녀의 거짓말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의 징후였다. 나는 사랑 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아침을 먹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은 이런 받는 것의 어려움 이었다.  클로이는 전날밤에 나에게 몸을 열었고 아침에는 부엌을 열었다. 그러나 나는 인제 "내가 무엇을 했다고 이런 것을 받을 자격이 생겼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맴돌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짜증에 가까웠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딸기잼 없어?"  하고 물었다. "없어, 하지만 나무 딸기 잼은 있는데 괜찮아?"  "뭐 괜찮다고 해두지"  "음, 검은 딸기도 있는데,"  "나는 검은 딸기는 싫어, 검은 딸기 좋아해?"  "응, 안좋을게 뭐 있어?"  "식탁위에 잼이 다섯가지나 있어,"  "알겠어"  "그걸 가지고 뭐 그렇게 날리야?"  "나는 괜찮은 쨈없이 아침을 먹는 것을 싫어 하거든,"  "가게가 멀어?"  "왜?"  "가서 사오게"  "맙소사, 이제 막 식사를 하려고 앉았잖아, 지금 나갔다가 오면 다 식을 거야"  "갔다 올께"  "왜? 다 식으면 어쩌려고?"  "잼이 있어야 하거든, 그게 이유야,"  "대체 왜이래?"  "왜 이러긴? 내가 뭘 어쨌는데?"  "우스광 스럽잖아,"  "안 그런데"  "그래?"  "난 잼이 필요할 뿐이야"  "왜 그렇게 대책없이 굴어?"  아침식사로 이만큼이나 준비 했는데, 고작 잼 하나 없다고 이런 날리를 피우다니, 정말 그 잼이 필요 하다면 당장 여기서 나가서 다른 사람하고 같이 먹어."  정적이 흘렀다. 클로이의 눈이 흐려졌다. 갑자기 그녀가 일어서서 침실로 들어가 문을 꽝 닫았다.

 

나는 그대로 식탁에 주저 앉았다. 울음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내가 사랑한다고 한 여자의 속을 뒤집어 놓고나니 바보가 된 기분 이었다. 스스로 자초한 달콤씁쓸하고 사적인 고통이다. 클로이에게 상처를 준일 때문에 나 자신에게 느끼게 된 혐오는 순간적으로 클로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집에 돌아 갔을때, 나는 아침식사 일로 인한 죄책감에 젖어 있었고, 부끄러웠고,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전화를 끊었고, 이어서 너와 함께 잔 여자에게 "시시한 건달 똘마니"처럼 행동하는 버릇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사과 모독 웃음 눈물 뒤에 그날 오후 클로이와 줄리엣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죽을 쑤는 방식으로 어둠속에서 손을 잡고 4시 30분에 내셔널 영화관에서 <사랑과 죽음> 이라는 영화을 보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해피엔딩 이었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리스토 파네스는 사랑하는 사람이 원래 우리와 하나였다가 떨어져 나간 우리의 '반쪽'이기 때문에 이런 익숙한 느낌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태초에 모든 인간은 등과 옆구리가 둘에, 손과 다리가 넷, 하나의 머리에 두얼굴이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는 자웅동체였다. 이 자웅동체들은 워낙 막강하고 자존심도 강해서 제우스는 이들을 남자와 여자로 나눌수 밖에 없었다. 그날부터 모든 남자와 여자는 자신으로 부터 떨어져 나간 반쪽과이 결합을 원하게 되었다.


클로이와 나는 크리스마스를 따로 보냈지만, 새해에 런던으로 돌아와서 부터는 최대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20세기말 도시 생활에서 이루어진 전형적인 로맨스였다. 5월 중순에 클로이는 24번째 생일을 기념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피카딜리의 한 가계 진열장에 걸린 빨간 케시미어 풀오버 스웨터와 관련하여 암시를 주었다. 그래서 나는 전날 저녁 퇴근 하는길에 가계에 들려 그 스웨터를 샀고, 집에가서 파란 종이로 싼뒤 빨간 리본으로 묶었다. 선물에 넣을 카드를 쓰면서 나는 그녀에게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폴오버 스웨터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의 증표일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우리 감정을 언어로 번역한 적이 없었다. 우리 관계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지만, 그 핵심은 어쩐 일인지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것 같았다. 너무 분명해서 일수도 있고, 너무 의미심장하여 말로는 표현할수 없어서 일수도 있었다. "문제를 말하면 진짜로 문제가 생겨" 그녀는 이렇게 말 한적이 있다.


나는 클로이를 태우기 위해서 8시쯤 그녀의 아파트로 가서 선물을 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피카딜리의 상점 진열장에서 암시한 것은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 색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영수증을 가지고 가서 바꾸었다. 우리는 식당에서 낭만적인 식사를 하면서 포도주를 마시고 서툴게 젓가락 질을 했다. "어휴, 이제 좀 살겠네, 배가 고프긴 고팠나봐, 하루 종일 무척 우울했어,"  클로이가 말했다. "왜?"  "생일이면 원래 그렇잖아, 생일이란게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데도 억지로 즐거운 척해야 하잖아. 그런데 이번 생일은 결국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 친구가 도와준 덕분에."  그녀는 나를 보면서 웃었다. 내가 작년 오늘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  클로이가 물었다. "몰라, 어디 있었어?"  "끔찍한 숙모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어, 아찔했지, 나는연신 화장실에 가서 울었어, 내 생일인데도 나를 초대해준 유일한 사람이 숙모인 데다가 그 숙모는 또 계속 어떻게 너같이 좋은 여자에가 아직도 배필을 못 만났는지 모르겠다고 떠들어 대니, 따라서 너하고 만난 것도 과히 나쁜일은 아닌것 같아...."  그녀는 정말 사랑 스러웠다. 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내린 가장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어떻게 그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느끼는 매력은 독특하다는 것을 전달할수 있을까? 그 어느때 보다도 언어가 독창적이고, 개인적이고, 완전히 사적이기를 바라는 순간에 나는 감성적 의사 소통의 돌이킬수 없이 공적인 성격은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5년전에 윌리암 노트를 처음 만났다.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서 한학기 동안 공부를 같이 했다. 그는 엄청 나게 큰 키에 살갗은 늘 그을려 있었다. 윌은 버클리에서 공부를 마친 뒤 미국 서해안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이제 그의 새대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지적인 건축가의 한사람으로 꼽히고 있었다. <아키택츠 저널>은 그를 "미스 반데이 로에와 제프리바와의 사생아"  생물적 현실에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고 평가 했으며, 심지어 평소에는 과묵한 <아키택 저널 리뷰>도 그가 콘크리트를 이용하는 방식을 칭찬했다.


"그래, 요즘  만나는 사람없어"  윌이 커피를 마시면서 물었다. 그 여자 이름이 뭐드라?"  "그 여자와는 오래전에 끝났지, 지금 진지하게 사귀는 여자가 있어."  "잘 됐네, 이야기 좀 해봐"  "한번 만나서 저녁이나 같이 해"  "좋지, 이야기나 좀 해봐"  "클로이, 24세, 그래픽 디자이너, 똑똑하고 아름답고, 아주 재미있고....."  ""멋지군"  "너는 어때?"  "사실 별로 말할게 없어, UCLA 출신 여자하고 사귀었는데 서로 상대방의 머리속을 찾이하기 시작 하느라고, 그래서 둘다 비상술을 당겨 버렸지, 아직 술과 진지한 관계를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거든, 그래서 클로이 이야기나 더 해봐 그 여자에서 뭘 본 건데?"

 

서양의 철학적 사고의 출발점에서 플라톤은 무지로부터 지식으로 나아가는 진보를 어두운 동굴로부터 밝은 햇빛으로 이어가는 영광스러운 여정에 비유했다. 플라톤에 의하면 사람들은 실재로 지각할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착각으로부터 지식으로 향하는 길을 따르는 것이 유익하다는 소크라테스 적인 가정을 단순히 인식론족 관점이 아니라 도덕적 관점에서 문제 삼기까지 무려 2300년이 걸렸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칸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은 진리에 이르는 길을 놓고 플라톤을 비판했다. 그러나 도리스리히 니체는 <선악의 피안>에서 핵심을 이야기 했다. 그릇된 판단들을 포기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고,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로이는 내 부모님과 함께 점심을 먹을때 식사시간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 왔을 때 나는 그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 자신도 이해할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활기차고 재미있어 보이려고 애를 썼는데, 식탁 건너에서 자신을 마주보고 있는 낯선 두 사람의 의심과 부딪히자, 평소의 자아로 뻗어 나갈수가 없었다다는 것이다. 내부모님께 들어나게 심술을 부린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뻣뻣한 태도 때문에 클로이는 한 두마디로 대답하는 수준 이상으로 나가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역활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반응을 통하여 그것을 채택하고 암시할 뿐이다.


클로이와 내가 흔히 주고 받는 농담이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어? 오늘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  둘중의 하나가 그렇게 묻는다. "나 덜 좋아해"  "그래, 아주 많이 덜?"  "아니, 그렇게 많이는 아니고"  "10점 만점이라면?"  "오늘? 한 6.5점정도, 어이큐ㅡ 나는 마이너스 3정도 인데, 오늘 아침에 네가 할때는 12.5정도 였던 것도 같지만,"  나는 클로이가 위와 같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사랑의 가장 큰 결점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비록 잠시라고 해도 우리에게 심각한 행복을 안겨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클레이와 나는 8월 마지막 주에 스페인에 가기로 했다. 여행은 꿈을 쫓아서 현실로 돌아 가려는 시도이다. 런던에서 우리는 스페인 발렌시아 뒤편 산속의 아라스테 알푸연테 라는 마을의 개조한 농가에 가기로 경정했다. 그집은 사진보다 실제로 가서 보았을때 더 좋았다. 방들은 소박 했지만 편안했다. 욕실도 괜찮고 테라스에는 덩쿨식물이 그늘을 드리웠고, 근처 호수에서는 수영도 할수 있었다. 이웃에는 염소를 한마리 기르는 농부가 있어서 우리가 갔을때 반갑게 맞으며 올리브 기름과 치즈를 전물로 주었다.


우리는 공항에서 차를 빌려 좁은 산길을 따라서 달린뒤 오후 늦게야 그 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수영을 하려고 맑고 파란 물에 뛰어 들었다가 햇볕에 몸을 말렸다. "멋지지," 내가 물었다. "그래, 좋다"  "정말 멋져, 나는 이런 곳이 존재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모든것으로 부터 완전히 단절된 것 같아, 아무도 도망 칠수없는 낙원같아"  "여기서 평생이라도 보낼수 있을 것 같아" 클로이가 말했다. "나도"  "여기서 함께 살수 있겠네, 내가 염소를 기르고, 너는 올리브를 손질하고, 함께 책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그리고, 또"  "괜 찮아?"  나는 클로이가 갑자기 통증에 움찔하는것을 보며 물었다. "응, 지금은 괜찮아, 뭔지 모르겠어, 머리가 갑자기 심하게 아팠어, 콱콱 쑤시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닐꺼야, 아, 아냐, 젠장, 또 시작되네," "어디좀 만져 볼까?"  "만진다고 알수 있나, 안에서 그러는 건데,"  "알아 하지만 감정이입을 할거야."  "아이쿠 좀 누워야 겠어, 차를 오래타고 와서 그런가봐, 아니면 너무 놓은 곳이라서 그런지도 모르지, 안으로 들어가야 겠다, 너는 여기 있어, 곧 괜 찮아 질거야." 클로이의 통증은 가시시 않았다. 아스피린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은 자지 못했다. 보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일것 같아 걱정 이었다. 나는 의사를 부르러 가기로 했다.


내가 문을 두드렸을때 농부 부부는 식사 중이었다. 어디로 가면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20km 정도 떨어진 빌라르덴 이라는 곳에 산다는 대답 이었다. 닥터 시베드라는 시골의사 치고는 대단히 위엄있는 사람 이었다. 하얀 양복을 입은 의사는 1950년대에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한학기를 공부 했으며, 영국 극장 전통의 애호가였다. 그는 스페인에 오자마자 병이 든 쳐녀를 도우러 나서게 되어 무척 기쁜 것 같았다. 우리가 이라스데 안부앤페로 돌아 왔을 때에도 클로이의 상태는 그대로 였다. 나는 옆방으로 가서 초초하게 기다렸다. 10분뒤에 의사가 방에서 나왔다. "걱정할것 없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아침이면 괜찮아질 겁니다."  "뭐가 문제 였습니까?"  "별것 아닙니다."  복통과 두통이 좀 있었던 건데, 휴가객들 한테는 자주 흔하지요. 약을 좀 주었습니다. 그냥 머리에 '안해도리아'가 있는 것일  뿐입니다."  '안해도리아(행복)'는 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집착 스러운 공포에서 생기는 것으로, 고산병과 흡사한 것이다. 스페인의 이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흔한 병이라고 했다.


그 의사가 클로이에게 무슨 약을 주었는지 몰라도 그 다음날 아침에 씻은듯이 나았다. 우리는 호수로 다시 갔고, 그곳에서 수영을 하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우리는 스페인에서 열흘을 보냈다. 사랑의 불안정한 행복 때문에 생겨난 불안은 일상적인 말다툼으로 폭발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들렸던 '푸앤텔레스 피노데모야'라는 마을에서 심하게 싸웠던 기억이 난다. 나는 옛여자 친구에 대한 농담이 클로이의 의심을 산 모양이었다.그점을 가지고, 싸우고, 삐치고, 다시 화해를 하는 과정이 끈났을 때는 늦은 오후였다. 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울고불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가 서로에게 지독한 비난을 퍼부었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는 점은 우리가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싸운 것이다. 우리의 비난에는 복잡한 이면의 의미가 깔려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싫어 한다. 이것은 나는 이런식으로 너를 사랑하는 위험을 무럽쓸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싫다는 근본적인 주장과 통한다. 우리의 말다툼은 때때로 극적인 성격을 드러 냈다.


책꽂이를 부수고, 그릇을 깨고, 문을 쾅쾅 닫으며 기쁨과 충만함을 드러내곤 했다. 클로이는 "너를 이런 식으로 미워할수 있다는게 기분 좋아. 네가 이것을 받아 들이니까 마음이 놓여, 내가 너한테 라고 말하면 너는 나한테 뭘 집어 던지기는 하지만 떠나지는 않거든, 그게 안심이 돼"  우리는 서로 소리를 지를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생존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다. 이성적으로 노력해서 어떠한 일들을 성취한 뒤에 찾아오는 행복은 받아 들이기 쉽다. 내가 클로이와 함께 얻은 행복은 깊은 철학적 숙고 뒤에 나온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성취의 결과도 아니었다. 단지 신의 기적적 개입에 의하여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귀중한 사람을 찾아냈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 클로이와 나의 관계는 마치 신들이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이며, 따라서 신의 보복에 대한 원시적인 두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방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파스칼의 말이다.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면서 생기는 불안은 부분적으로는 내 행복의 원인이 쉽게 사라질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 이었다. 클로이는 갑자기 나에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었고, 죽을수도 있었고, 다른 남자와 결혼 할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랑이 정점에 이르렀을때 관계를 일찌감치 끝내고 싶은 유혹이 생겼다. 다른 사람이나 습관이나 둘중 하나가 끝을 내 버리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가끔 우리의 연애가 자연스러운 종말에 이르기전에 끝내 버리고 싶은 총동을 느꼈다. 사랑의 종말과 삶의 종말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후자의 경우에는 그래도 죽음 뒤에는 우리가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위안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의 끝은 반드시 사랑의 끝이 아니며, 더군다난 삶의 끝일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을 아는 연인에게는 그런 위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