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문장들』
박명숙 엮고 옮김 『소로의 문장들』
“가장 심오하고 독창적인 사상가란 멀리 여행한 사람”이다. 하지만 “집 밖을 나다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헛간 안을 오가는 사람보다 하늘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집에서 수백
또는 수천 마일 떨어진 곳까지 가서야 비로소 여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째서 집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지 못하는 걸까?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멀리까지 가서 자세히 살펴야 하는 걸까?
이런 의미에서 "집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자는 적어도 한 고장에서 오래 살아서 정확하고
유익한 관찰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나는 관찰자가 언제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늘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는 언제나 호(弧)의 중앙을
향해 서 있다. 하지만 수많은 언덕에서 수많은 관찰자가 자신과 똑같이
유리한 위치에서 해 지는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지 못한다.”
주) 호(弧, arc)는 기하학에서 이차원 평면 위의 미분가능한 곡선에서 닫힌 부분을 뜻한다.
그 예로, 원호(圓弧, circular arc)는 원둘레의 일부분을 말한다.
호의 길이는 원의 중심각의 크기에 비례를 한다. 활꼴과 부채꼴의 곡선이 호다.
렌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과 전혜린 씨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는 산문에 빠져
들게하는 작품이다. 헬렌 &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과 함께 젊은 날에 읽은
삶의 의미를 회복 시켜준 책이다.
일어서서 살지 않으면서 앉아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헛된 일인가!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내 생각이 흐르기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1851,8,19. 일기)
<소로의 문장들> 이 책은 소로의 저작들 중 아포리즘에 가까운 문장들을 발풰하여 분야 별로
정리했다. 산문으로 접했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사실 소로의 책은 꼭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충분히 줗은 에나지와 자극, 영감을 얻을수 있다.
<한 권으로 만나는 소로의 정수>라는 책의 부제처럼, 에센스를 모아둔 책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사랑하지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언제 어디서나 펼펴볼 수 있게
늘 곁에 두고 한가한 시간에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렇게 사회질서와 정의가 무너진 시대에 갈물의 잔물결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결코 절망
하지 않으리라. 너무나 습관적이고 판에 박힌 생각에 빠져 살다보니 지구에 표면이라는 게
있다는 걸 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저기 달빛에 잠긴 언덕과 강물, 괴물같은 풍경들을
보면서 놀라곤 한다. 사물의 표면을 살피는 것은 언제나 유익하다. 내 눈이
보고 있는 강물과 언덕, 이 판독 불가한 것들은 대체 다 워란 말인가?
내가 숨 쉬는 대기에는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무엇인가가 있고, 내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
하는 이것은 지구의 표면에서 불어오는 진짜 바람이다. 나는 눈으로 바깥을 내다보고,
창가로 가서 신선한 공기를 느끼고 들이 마신다. 이것은 충만한 내적 경험 못지않게
근사한 사실이다. 어째서 지금까지 우린 외면을 그토록 깎아내리려 했을까?
언제나 표면을 인식하다 보면 건전한 감각이 수시로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벗어난 은신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어떤 제도도 자연을 통제하거나 그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다.
자연에는 또 다른 종류의 권리가 지배한다. 자연 속에서 나는
온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세상이 온통 사람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난 맘껏 기지개를 켤수도 없고 모든 희망을 잃게
될 것이다. 세상은 네게 제약을 가하지만, 자연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세상은 나로
하여금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지만, 자연은 지금의 자연에 만족하게 한다.
우린 현제를 살지 않을 재간이 없다. 과거에 얽매여 지나가는 삶의 순간을 낭비하지 않는 이가
가장 축복받은 사람이다. 우리 가까이 있는 농가들의 마당에서 수탉이 홰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철학은 시대에 뒤쳐진 철학이다. 그 소리를 좀체로 우리 생각의 습관과 일이
녹슬어 구식이 되어가고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현재를 사는
사람의 철학은 우리의 철학보다 앞선 최신 철학이다.
이는 지금 이 순간을 따르는 복음이 신약보다 새로운 복음임을 시사한다. 일찍 일어나 남보다
앞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며, 자신이 있는 곳에 있는 것이 시의적절하며 시대의 선두
주자가 되는 길이다. 그런 사람은 절대 뒤처지는 법이 없다.
1. 나는 이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좋은 곳이든 나쁜
곳이든 그 속에서 살고자 세상에 왔다. <시민의 불복종>
2. 나는 태어나던 날 만큼 현명하지 못했음을 언제나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윌든>
3. 사람은 자신의 희망도 절망도 아니며, 자신의 지난 행위는 더더욱 아니다. 우린 지금까지
자신의 무엇을 했는지 모르고, 지금 우엇을 하고 있는지는 더더구나 알지 못한다.
저녁이 될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자. 그러면 그날 한 일의 어떤 부분이 한낮에
생각했던 것보다 맑게 빛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애쓴 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콩코드강과 메리맥 강에서의 일주일 >
하루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이
사소한 부분까지도 가장 고양되고 중요한 시간에 숙고할 가치가 있게끔
만들 의무가 있다. <윌든>
후회를 최대한 즐기라, 슬픔을 절대 억누르려 하지 말고, 슬픔을 보살피고 소중히 여겨라. 그러다
보면 슬픔이 그만의 온전한 존재 이유를 갖게 될 것이다. 깊이 후회하는 것은
곧 새롭게 사는 것이다. <일기>
나는 실제의 삶이 상상의 삶보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째서 실제 삶 만을 특별히
중요하고 가치있게 여기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내 생각을 사로잡는 것이 실제 삶에서
멀어 질수록 더 깊은 인상을 받는다. 실제 사건만큼 진정으로 비현실적이고
우연적인 것을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생각을 일깨우고 필사하고 싶은 문장들, 나를 고양 시키는 문장들, 오늘의 나를 회복 시키는
문장을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월든을 만나면 시민 불복종과 소로의 일기와 걷기
예찬을 찾아 읽다보면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소로의 세계로 안내하는
마중물로 큰 의미를 지니는 책이다.
- 글 : 양성희 기자 사진 [중앙일보] 2021.03.01. -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수의 일상 - 129. <이어령, 80년 생각> (0) | 2021.03.19 |
---|---|
백수의 일상 - 122.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0) | 2021.03.11 |
백수의 일상 - 110. <혼자가 혼자에게> (0) | 2021.02.24 |
백수의 일상 - 106.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2> (0) | 2021.02.17 |
백수의 일상 - 105.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1> (0) | 2021.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