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독서 : 김형석 교수
출판 : 비전과리더십. |2021.5.26. p264.: 12,600원
“지금도 독서는 내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열정과 꿈을 준다.”고 고백하는 김형석 교수는 ‘책이 만든 사람’
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올해로 102세가 되었으니, 그가 자랄 때 무슨 변변한 책이 있었으
랴. 동네에 교회 다니는 사람의 집에나 겨우 성경과 찬송가책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독서에 눈을 뜨
게 된 것은 숭실중학교에 입학해서부터이다. 다행히 숭실전문학교와 캠퍼스를 같이 쓰면서 도서관을 이용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일본어로 된 3권짜리 〈전쟁과 평화〉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이 그가 읽은 첫 번째 책 이었다. 그후
톨스토이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책이 책을 안내하는 식이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신사참배 문제로 중
학교를 자퇴하고, 1년간 도서관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더욱 알차게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때 읽기 시
작한 것이 철학, 윤리학, 사회학 같은 책이었다. 특히 철학책의 비중이 컸는데, 그때의 독서가 지금의 김형
석 교수를 만든 초석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오늘날과 같은 각종 미디어와 정보사회에 살면서도 예전처럼 독서가 필요한가?” 하고 묻는다.
나는 “그렇기에 독서는 더욱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정보는 생활에 필요한 보도일 뿐 내 삶을 키워 주지는 못
한다. 신문과 텔레비전 등은 살아가는 데 상식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내 영혼을 살찌게 하고 삶의 내용을 풍부
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역시 독서는 인간적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방법임을 의심할 수 없다. : 8p.
이 책을 처음 쓴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늙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좀 지나친 표
현인 것 같지만, 나는 책만 손에 잡으면 언제나 그 책의 주인공이 되고 책의 내용과 같은 삶을 호흡하게 된다.
20대의 연애 감정에 잠기거나 종교적 고뇌에 빠져들기도 하며 철학적 사색의 심연에 머물기도 한다.
확실히 독서는 나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삶의 열정과 꿈을 안고 살도록 이끌어 준다. 독서가 영원한
삶을 살게 해준다면 과장이며 거짓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깊이 있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도록 이끌어
준다는 말은 결코 과장도, 거짓도 아니다. : 10~11p.
학교 공부는 거의 중단했을 정도로 시간만 허락되면 하루 종일 그 책을 읽었다. 한동안 나는 평양에서 집 가까
운 기차역까지 기차로 통학을 한 적이 있다. 기차 안에서는 물론, 기차를 기다리며 정거장에서도 읽고, 시골 논
두렁길을 걸으면서도 읽었다. 이렇게 『전쟁과 평화』를 끝내고 나니 나 자신이 인생의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아, 학교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유치해 보이기도 했다.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도 생겨 앞으로는 어떤 책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8~19p.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러한 나의 독서 순서가 좋은 편은 못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은 스위스의 알프스산이나 아메
리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로키산맥의 봉우리들을 본 사람이 우리나라의 산들을 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은 사랑받을 만한 산이지만, 알프스산이나 로키산을 본 사람에게는 감동의 대상이 되기 어려
운 것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한국 문학을 먼저 읽고 그다음에 외국 문학이나 세계문학을 읽는 것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 27p.
이제와 생각해 보면 일제의 정치적 식민지가 되었다는 것보다 경제적 예속 국가가 되었다는 것이 더 우려스러
운 문제였고, 그보다도 문화적 식민지로 퇴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더 큰 잘못이었다. :
29p.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한정적이다. 경험과 혹은 간접경험으로 받아 들이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좀더 좋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수 있는 것은 도서관이나 언제든지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곳이 근에
존재한다면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질수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할게 된다. 독서는 왜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던 글들이 곳곳에 눈에 보였다.
독서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은 좋은 안내자가 되었으며, 위로의 글들이 마음을 공감해 주었다.
여기에 소개된 철학가들은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부분들이 어느정도 독소를 유지한 사람들에게도 어려운
학문이 철학이기 때문에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처음 접해야 하는 철학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이야기 하면서 김교수도 독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철학교수로 삶을 살아 오면서 100년 동안 읽은 책들에 대하여 삶의 길목에서 철학자로 살면서 인간이 갖추
어야 할 이상과 학문의 길에서 갈등과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길잡이가 되어준 독서 100년의 삶속에 녹아있는
철학에 얽힌 심오한 이야기가 김교수의 삶을 오늘까지 이어오게 한 독서의 인생이 남겨준 오늘의 삶을 조명
해 주고 있음을 일관되게 들려주는 '백년의 독서'는 김교수의 삶의 역사를 밝혀주는 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 : 김형석은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났다. 일본 조치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
과 교수, 시카고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의 연구 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인 저자는 철학 연구
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많은 제자를 길러 냈으며, 끊임없는 학문 연구와 집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60~70
년대에는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
필했다.
건강한 신앙과 삶의 길을 제시한 《예수》, 《어떻게 믿을 것인가》, 《백년을 살아보니》, 《인생의 길, 믿음이 있
어 행복했습니다》,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행복 예습》, 《왜 우리에게 기독교가 필요한가》 《그리스
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기독교, 아직 희망이 있는가》 등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로, 100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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