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단편소설집으로 여러 일화들을 다루며 인간의 본성과 가져야 할 지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계시다』,『에밀리안과 빈 북』, 『아시리아 왕 아사르하돈』, 『달걀만 한 씨앗』, 『어른보다 슬기로운 소녀들』 등,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통점으로는 톨스토이의 종교인 기독교 신앙과 신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다. 톨스토이는 50세 가까이 되어 종교를 정하였는데, 여전히 톨스토이의 종교 신앙의 양상을 두고 학자들이 논하기도 한다.
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주인공: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 시몬의 아내 마트료나, 추위에 떨던 젊은이 미하일은 날이 추워지자 모직 외투 하나를 아내와 나눠 입어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 시몬은 그 동안 모아놓은 돈과 농부 트리포노프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아서 새 모직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하지만 트리포노프의 발뺌으로 돈을 받지 못한 시몬은 외투는 커녕 구두 수선값 푼돈 20코페이카로 술만 사서 마실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회 모퉁이에서 알몸으로 거의 죽기 직전인 젊은 청년 미하일에게 자신이 입고 있는 외투를 덮어주고 함께 집으로 향했다.
모피 없이 술과 웬 모르는 청년을 데리고 들어온 남편을 보고 화가 난 마트료나는 하나 남은 빵을 나눠주지 않으려 하였다. 하지만 미하일을 보고 알 수 없는 평안을 느낀 마트료나는 결국 빵을 내어오고 잠자리도 제공해 주었다. 미하일은 스스로를 하느님께 벌을 받아 벌거벗은 채로 추위에 떨고 있었다고 말했다. 돈벌이를 위해 시몬의 구두 수선 일을 배우기로 하였다. 미하일은 시몬의 시범을 한 번 보고도 완벽하게 구사하였고 결국 대단한 솜씨의 구두 수선공으로 소문이 나 넘쳐나는 주문량으로 가난을 면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어마어마한 체격의 부잣집 신사가 마차에서 내려 약간은 거만한 태도로 문외한이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가죽을 보이며 일년 이상 신어도 튼튼한 장화를 만들어달라고 하며, 그렇지 못하면 감옥에 넣어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하였다. 시몬은 겁먹었지만 미하일의 승낙하라는 표시에 신사에게 알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웬걸, 한창 신사의 장화를 제작 중인 줄 알았던 시몬은 미하일이 가죽으로 장화가 아닌 슬리퍼를 만드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펄쩍 뛰었다. 놀랍게도 잠시 후, 신사의 하인이 다시 돌아와 주인마님이 돌연사하여 장화는 필요 없게 되었고, 그 가죽으로 죽은 사람에게 신길 슬리퍼를 급히 만들어달라 요청했다.
돌연사 이유는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시몬의 집을 나가면서 낮은 문턱에 머리를 박아 뇌진탕이 온 듯 하다. 신사와의 해프닝이 있은 후 어느덧 시몬의 집에서 미하일이 일하게 된 지 6년이 되었다. 미하일의 특이점은 마트료나가 처음에 자신을 위해 저녁을 차려 주었을 때와 신사가 장화를 주문하러 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날, 한 부인과 두 여자아이(쌍둥이 중 한 명은 절름발이)가 찾아와 아이들의 구두를 의뢰했다. 그런데 미하일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고 부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부인은 쌍둥이 자매의 친엄마가 아니며, 그들의 친엄마가 죽고 난 후 임시로 아이들을 맡게 되었으나 자신의 아이가 열병으로 죽고 난 후 쌍둥이의 평생동안의 부모가 되어주기로 결정하였다고 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미하일은 위쪽을 응시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부인이 아이들과 떠난 후, 미하일은 시몬 부부에게 그동안의 감사 인사를 하며 하느님께서 자신을 용서해주셨다고 말하며 떠날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하일이 말하기를, 그는 원래 하느님의 일을 하는 천사였고, 쌍둥이의 친엄마의 목숨을 거두러 지상에 내려왔다가 갓난 아이와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친엄마의 애원에 하느님의 일을 수행하지 않아 벌을 받게 되었다고 하였다.
하느님은 미하일에게 하느님께서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의 답을 깨달은 후에 다시 하늘로 돌아오라고 명령하셨다고 한다. 그 세 가지 질문의 답은 다음과 같다. "그녀는 저를 추운 거리로 내쫓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하느님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금세 사람이 너그러워지더니 저녁을 준비해 주더군요. 제가 다시 그녀를 봤을 때 그녀의 얼굴에도 활력이 넘쳐흘렀습니다. 전 그 얼굴에서도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저는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제게 하신 약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기뻤기에 처음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찾아와 일 년을 신어도 모양이 변하지 않고 뜯어지지 않는 장화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사람 뒤에 제 친구인 죽음의 천사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 사람은 일 년 후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오늘 저녁까지도 살지 못한다는 사실은 모르는구나.'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능력이 주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로 웃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두 번째 진리를 깨우쳐 주신 것이 기뻤기 때문이지요."
"그 부인이 자신의 배로 낳지도 않은 남의 아이들을 가엾게 여기며 눈물을 흘렸을 때, 저는 그녀에게서 살아계신 하느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저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 번째로 웃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미하일은 마지막 말을 남기며 갑자기 치솟은 한 줄기 불기둥과 함께 사라졌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입니다. 그들은 오직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사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은 그 사람 안에 계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곧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2)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주인공: 사업가와 결혼하여 도시에 사는 언니, 시골에 사는 여동생과 그녀의 남편 농부 파홈은 도시에 사는 언니와 시골에 사는 여동생이 만나 각자의 삶에 대해 자랑하다가 어쩌다 보니 서로의 삶을 헐뜯게 되었다. 동생이 말하기를 시골에서의 생활은 자유롭고 건전하여 끊임없는 유혹 속에서 불안한 도시 사람들과 다르다고 말하였다. 파홈도 거들며 땅을 벗 삼아 살아왔기에 어리석은 유혹에는 빠지지 않지만 문제는 넉넉치 못한 땅이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원하는 만큼의 땅만 가질 수 있다면 설령 악마라고 해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악마는 파홈의 말에 발끈하여 그를 땅으로 유혹하겠다고 결심한다. 파홈이 살던 마을의 지주가 땅을 팔려고 하자 지주 아래서 농부들에게 벌금을 거두던 군인 출신 관리인이 땅을 사들여 행패가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하여 농부들은 각자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너도나도 땅을 사들였고 파홈도 마찬가지였다. 파홈은 자신의 땅에서 씨도 뿌리고 목장도 세우고 장작도 얻고 가축도 기를 수 있게 되었고 농사의 풍년을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파홈의 땅에 다른 농부들의 가축이 여러 번 들어와 작물을 짓밟자 그들을 고발하여 많은 농부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에 파홈의 땅에 들어가서 보복을 하는 농부들도 늘었고 마을 사람들과 종종 다툼을 벌이며 외롭게 살게 되었다.
어느 날 한 여행자를 만나 새로운 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파홈은 봄에 가족과 함께 새로운 땅으로 떠났다. 그 땅에서도 풍년을 맞았고 마을의 조합원이 되었지만 파홈의 더 넓은 땅을 향한 욕망은 항상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파홈은 떠돌이 상인 한 사람을 만났고, 그에게서 바시키르에서 싼 값에 넓고 비옥한 땅을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얻어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바시키르에 도착하자 원주민들이 그를 환대하며 파홈이 가져온 선물들의 답례로 아주 싼 값에 원하는 만큼의 땅을 파홈의 소유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조건이 걸려있었다.
그 조건은 해가 지기 전까지 파홈이 걸어서 표식을 남긴 부분을 모두 파홈에게 주겠다는 것이었다. 파홈은 옳다구나 하고 신나는 마음에 선잠을 잤고 다음 날 해가 채 다 뜨기도 전에 일찍 출발하였다. 파홈은 걸으며 땅에 표식을 남기면서 땅의 비옥도에 감탄을 하였고 더 멀리 향할수록 더 비옥해지는 땅을 보며 멈출 수 없었다. 어느덧 해가 중천에 뜨고 슬슬 돌아가려고 마음먹은 파홈의 눈길을 사로잡은건 바로 앞에 보이는 탐스러운 땅이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파홈은 그 땅까지 모두 차지하고 나서야 출발점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점점 져 가는 해에 맞추어 발걸음도 서둘렀다.
이제 원주민들과 파홈을 기다리는 하인이 보이는 거리까지 왔지만 해가 수평선을 걸치기 시작했고 마음이 아주 급해진 파홈은 자신의 욕심을 자책하며 최선을 다해 달린다. 미친듯이 달린 파홈은 쓰러졌고 많은 땅을 차지했다는 원주민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파홈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바시키르 사람들은 혀를 차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파홈의 하인은 주인의 괭이로 땅을 파고 그를 묻었다. 파홈이 차지한 땅은 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길이, 고작 3아르신(1아르신은 71.12cm)이었다. 그것이 그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의 전부였다."
3)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계시다
구두 수선공 마르틴 아브제이치는 지하에 있는 비좁은 작업실에서 아브제이치는 지나가는 사람의 신발만 봐도 누구인지 알 정도로 오랫동안 이 도시에서 구두 수선공으로 일하였다. 항상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아브제이치는 선하고 정직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아들 카피토시가 있었으나 이내 열이 올라 숨을 거두었고, 이미 전에 두 아들과 아내 그리고 이제는 카피토시까지 잃게 되어 신실했던 아브제이치는 하느님을 원망하며 교회에도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외로운 생명도 어서 거두어달라고 빌었다. 어느 날 한 노인이 성지 순례를 와서 아브제이치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함부로 판단할 자격이 없다네. 세상 모든 일은 우리 지혜가 아닌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지. 자네 아이들이 일찍 하느님의 품으로 간 것도, 자네의 생명이 아직 세상에 있는 것도 모두 하느님의 뜻일세.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그것이 좋기 때문이겠지. 자네가 그렇게 낙담하는 것은 하느님의 기쁨이 아닌 자네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만 살아가려고 하기 때문이야." 아브제이치는 노인에게 그럼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지 물었고, 이에 노인은 하느님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답했다.
아브제이치는 어떻게 해야 하느님을 위해 살 수 있는지 물었고, 이에 노인은 '성경'에 답이 있다고 말하였다. 아브제이치는 노인의 말에 따라 매일 열심히 일을 한 후 성경을 읽었고 가슴이 기쁨으로 벅차오름을 경험했다. 어느 날 밤, 아브제이치는 잠결에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마르틴, 내일 창 너머를 잘 지켜보아라. 내가 가겠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되는 경험 후 아브제이치는 다음 날 다시 하던대로 일을 하며 슬쩍 창 밖을 의식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스테파니치라는 노인이 아브제이치의 창문 앞에서 눈을 쓸기 시작했다.
아브제이치는 날도 추운데 고생하시는 스테파니치에게 차를 대접하기로 하였다. 스테파니치는 덕분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고, 이내 떠났다. 이후 창 밖에 초라한 차림으로 품에 아이를 감싼 채 바람을 등지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이번에도 아브제이치는 여인을 자신의 방에서 몸도 녹이고 배도 채우게끔 대접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떠나보내기 전 자신의 외투와 적은 돈이지만 20코페이카를 건네주었다. 그들이 떠난 후에도 아브제이치는 어젯밤 목소리가 신경쓰여 계속 창 밖을 확인하였다. 그러다가 사과를 파는 노부인에게서 사과 하나를 훔치려 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노부인은 아이를 눈치채고 그 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경찰서로 데려가려 했다.
아브제이치는 두 사람을 떼어놓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런 녀석은 혼쭐을 내줘야 한다는 노부인은 끝내 아브제이치의 말에 용서할 마음이 생겼다. "우리 생각은 그렇지만 하느님의 생각은 그게 아닐 겁니다. 만일 사과 하나 때문에 저 아이를 때려야 한다면 죄를 많이 지은 우리는 대체 얼마나 큰 벌을 받아야 하겠습니까?" 부드러워진 노부인과 도둑질 한 아이는 서로의 짐을 들어주며 떠났다. 작업실에 홀로 남은 아브제이치는 성경을 폈고 그 순간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스테파니치와 아기를 안은 여인과 노부인과 사과를 든 사내아이의 형상이 보이며 "보아라, 이 사람이 바로 나였다"라고 하였다. (마태복음 25장 35절~36절, 마태복음 25장 40절 참고)
4) 에밀리안과 빈 북
부잣집 하인 에밀리안과 그의 아름다운 아내, 왕, 할머니가 계셨다. 에밀리안이라는 청년은 가난하여 결혼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와 결혼하기를 자초했다. 어느 날 도시 행차 중의 왕이 에밀리안의 아내를 보고는 그녀가 너무 아름다워 왕비를 삼기를 원했지만 그녀는 에밀리안과 결혼했기에 거절하였다. 하지만 왕은 그녀를 도무지 잊을 수 없어 그녀를 아내로 맞을 계략을 세운다. 바로 에밀리안을 고용하여 온갖 호된 일들을 시켜 죽게 만들어서 그의 아내를 빼앗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왕은 에밀리안에게 2명분의 일, 4명분의 일, 수십명분의 일, 하루 만에 큰 교회를 짓는 일, 수로를 파는 일 등 한 사람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을 명령하며 지키지 못할 시 처형하겠다고 하였다. 에밀리안은 매번 절망하였지만 그의 아내가 항상 "늘 하던 것처럼 명령을 따르면 돼요."라고 말하였고, 놀랍게도 매번 열심히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모든 일이 저녁시간이 되기 전 끝나곤 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던 왕은 결국 에밀리안에게 "어디인지 모르는 곳으로 가서 무엇인지 모르는 물건을 가져오너라. 만일 해내지 못한다면 당장 네 목을 칠 것이다!"라고 명한다.
무엇을 가져오든 왕이 아니라고 말하면 되기에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에밀리안의 아내는 에밀리안에게 숲에 있는 할머니를 찾아가라며 남편이 떠난 동안 왕이 자신을 잡아갈 것이지만 에밀리안이 꼭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렇게 에밀리안은 할머니를 찾았고, 할머니는 실뭉치를 건네며 그것을 굴려서 굴러가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해변 옆 큰 도시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 곳의 제일 끝 집에서 하룻밤 묵으면 필요한 물건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왕은 분명 자신이 가져오라고 한 물건이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것을 치며 강으로 가져가 부수고 물에 처박으라고 말하였다.
할머니의 말대로 수행하여 하룻밤을 묵던 에밀리안은 한 사나이가 북을 치는 소리에 깼고, 그 북을 보자마자 자신이 찾는 물건임을 알아보고 왕에게 가져갔다. 북을 가져온 에밀리안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왕은 그에게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에밀리안은 할머니 말씀대로 북을 치며 강으로 가 버리려고 하였고, 북 소리에 갑자기 왕의 모든 군인들이 홀린듯 에밀리안을 따라갔다. 겁을 먹은 왕은 아내를 돌려보내라고 명하였지만 에밀리안은 완고한 태도로 북을 처리하러 갔다. 북은 부숴지는 순간, 군인들은 마법에서 풀린 듯 모두 달아났고 그 중 한명은 할머니의 아들이었다. 에밀리안은 아내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왕은 에밀리안을 두려워하여 더는 괴롭히지 않았다. 그렇게 에밀리안과 아내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
5) 아시리아 왕 아사르하돈
주인공: 아시리아 왕 아사르하돈, 이웃나라 라이레 왕, 한 노인이 살았다. 잔인한 침략자 아사르하돈은 라이레 왕의 영토를 정복하기 위해 불을 지르고 병사들과 마을 사람들을 무참히 죽였고 라이레 왕은 감옥에 가두었다. 그때, 한 노인이 아사르하돈에게 라이레 왕은 바로 당신 자신이라고 말하며 당신은 그들을 괴롭힌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괴롭힌 것이라 말하였다. 아사르하돈이 믿지 않자 목욕통에 들어가 노인이 끼얹는 물에 머리를 담그라고 일렀다. 물에 잠기자 갑자기 아사르하돈은 라이레가 되어 그의 왕국에서 즐겨 하던 동물 사냥과 부인과의 대화, 아시리아 감옥에 끌려간 여정, 그리고 말뚝에 박혀 죽기 직전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깨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그 순간 그는 아사르하돈도 라이레도 아닌 어떤 동물이었다. 어미 당나귀의 입장이 된 아사르하돈은 새끼 당나귀가 있다는 사실에 벅차오름을 느꼈지만 곧 사냥꾼에 의해 죽게 되었다. 절망감을 느끼며 다시 깨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 아사르하돈은 드디어 물통에서 고개를 쳐들었다. 긴 시간이었다고 느꼈지만 노인이 말하기를 방금 물을 막 부었을 뿐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노인은 말했다. "이제 알았을 거요. 라이레는 바로 당신이고, 당신이 죽인 군사들 또한 당신이라는 것을 말이오. 군사뿐 아니라 당신이 사냥해 먹은 그 짐승들도 당신 자신이었단 말이오. 생명은 만물 가운데 오직 하나뿐이오.
당신은 다만 생명 일부를 가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오. 당신은 이 유일한 생명 일부를 좋게 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쁘게 대하기도 하고, 크거나 작게 하기도 하오. 자신 안의 생명을 좋게 대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가지는 것이며, 다른 존재를 자기 자신처럼 여겨 아끼고 사람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오. 당신의 생명은 모든 이의 눈에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의 생명 역시 평등하긴 마찬가지오. 생명이란 멸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소. 그것은 오직 하나이기 때문이오. 그 이외의 만물은 우리에게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오." 다음 날 아침, 아사르하돈 왕은 라이레를 비롯한 모든 포로를 풀어주었고 아들에게 왕국을 물려준 후 깨달음을 얻어 순례자가 되었다. 그는 이런 말을 전하며 순례하였다. "생명은 하나입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모든 행위는 바로 당신 자신에게 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6) 달걀만 한 씨앗
황제, 늙은 농부, 늙은 농부의 아버지, 늙은 농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있다. 달걀만 한 크기의 씨앗을 발견한 한 사람이 귀한 물건이라며 황제에게 예물로 바쳤고 황제는 여러 학자를 불러 모아 그 씨앗의 정체를 알아보라고 명령했다. 호밀의 씨앗으로 유추한 학자들은 이를 더 잘 알고 있을 늙은 농부 한 명을 데려와 물었다. 그는 지팡이를 두 개나 짚고서야 걸을 수 있었다. 이도 다 빠지고 눈도 어두운 늙은이였다. 늙은 농부는 아버지가 더 잘 알 지도 모른다고 하여 그의 아버지를 데려오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 또한 늙었긴 하였지만 지팡이 하나만 들고 들어왔고 눈과 귀도 아들보다 더 밝은 편이었다. 황제의 물음에 그가 대답하길 자신 또한 잘 모르며, 자신의 아버지께서 알고 계실지 모른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늙은 농부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데리고 오게 되었는데, 그는 지팡이도 짚지 않은 채 가벼운 걸음으로 들어왔다. 눈도 밝고 귀도 잘 들렸으며, 목소리도 또렷했다. 그 노인은 호밀 씨앗이라고 대답하며 자신이 농사 짓던 시절 어디에서나 이런 곡식이 자라고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고 하였다. 이런 씨앗을 산 적이 있느냐는 황제의 물음에 "제가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누구도 씨앗을 사거나 파는 죄악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알지도 못했지요. 누구에게나 풍족한 곡식이 있었으니까요."라고 대답하였다. 이어 어디서 이런 곡식을 심었냐는 황제의 물음에 "저의 밭은 하느님의 땅이었을 뿐입니다. 땅은 자유였습니다.
제 소유의 땅이라는 건 없었습니다. 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제가 지닌 노동뿐이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마지막으로 황제는 왜 이런 씨앗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지, 그리고 어째서 아들과 손자보다 더 건강한지에 대해 물어왔다. 이에 노인이 대답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 일해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지 않고 남의 것을 넘보며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기 것을 가지고 만족했을 뿐,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습니다."
7) 어른보다 슬기로운 소녀들
주인공: 사라판을 입고 있는 마라샤와 아쿨카, 두 소녀의 부모, 아쿨카의 할머니가 있었다. 부활절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두 소녀 마라샤와 아쿨카가 물 웅덩이에서 놀다가 마라샤가 발을 헛디뎌 아쿨카의 사라판에 흙탕물이 튀었다. 아쿨카는 마라샤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였고 놀란 마라샤는 집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그때 아쿨카의 어머니가 마라샤가 일부러 흙탕물을 뿌렸다는 아쿨카의 말을 듣고 마라샤를 붙들고 목덜미를 때렸다. 그러자 마라샤는 울음을 터뜨렸고 마라샤 어머니가 뛰어와 아쿨카의 어머니와 거칠게 욕설을 퍼부으며 싸웠다.
이 다툼은 남편들까지 끌여들었고 자칫 몸싸움이 벌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아쿨카의 할머니는 말리려 했지만 쉽게 타일러지지 않았다. 한편 마라샤와 아쿨카는 물 웅덩이 주변의 땅을 파며 물이 거리로 흘러갈 수 있는 수로를 만들며 까르르 웃으며 다시 즐겁게 놀고 있었다. 이를 본 할머니가 어른들을 향해 말을 하였고, 그 말을 듣고 창피해진 어른들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여보게, 자네들은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네. 어른이면서도 이렇게 아이들 일로 싸움을 하고 있으니 말일세. 아이들은 벌써 깨끗이 잊어버리고 저렇게 사이좋게 놀고 있잖나. 저 두 아이들이 자네들보다 훨씬 현명하구먼." (마태복음 18장 3절 참고)
4. 후기
부끄럽지만 세계적인 대작가 톨스토이의 작품을 처음 읽어보았고, 사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제목만 읽고 철학적인 내용일 줄 알았는데 이솝 우화나 안데르센 동화처럼 읽기 편한 책이어서 즐겁게 읽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책이며, 현대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들을 두고 우리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
작가 소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는 러시아 소설가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함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 여러 명작을 남긴 소설계의 거장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로 불렸으며 러시아의 문학과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친 혁명가이자 사상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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