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수의 일상 -528. <실패 두려워말고, 변화 피하지말고, 현재 멈추지말라.>

paxlee 2022. 6. 24. 07:03

실패 두려워말고, 변화 피하지말고, 현재 멈추지말라.

 

스타트업 행사 `사우스 서밋` 연사

안전한 경영 추구하는 기업
잃는 것 두려워하다간 실패

세계최대 패션 브랜드 `자라`
발빠른 디지털 전환 성공
용기있는 선택이 큰 성과로

지속가능성, 이젠 필수요소
환경에 대한 모든 책임져야

도전·혁신 갖춘 기업가정신
모든 학교서 학생에 가르쳐야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사우스 서밋 2022` 행사장 내부

모습. 총 1만5423명이 행사에 참가했다. [사진 제공 = 사우스 서밋 2022]

 

"혁신은 기술, 데이터, 머신러닝, 메타버스 등을 훨씬 뛰어넘는 개념이다."

지난 8~1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 '사우스 서밋 2022(South Summit 2022)'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 주요 연사로 참가한 파블로 이슬라 전 인디텍스 최고경영자(CEO)는 8일 마드리드 라 나베 컨벤션 센터 아레나 스테이지에서 '교육&기업가정신-진전의 기반(Education&Entrepreneurship-the Backbone of Progress)'을 주제로 강연하며 호응을 이끌었다. 그는 "혁신은 단순 기술이 아니다"며 "혁신은 마음가짐(state of mind)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슬라 전 CEO가 2005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재직한 인디텍스는 스페인 패션 리테일 기업이자 세계 최대 패션 기업으로 자라·마시모두띠·버쉬카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슬라 전 CEO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선정한 '글로벌 CEO 경영 평가(The Best-Performing CEOs in the World)'에서 2년 연속(2017~2018년) 1위를 차지한 세계적 기업인이다. 올해 그의 강연이 열린 아레나 스테이지는 스타트업 관계자·투자자·각 기업 임원 등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몰려든 청중으로 꽉 찼다. 몰려든 인파에 일부 청중은 그의 강연을 서서 듣기도 했다. 매일경제신문은 사우스 서밋의 국내 유일 미디어 파트너로 참가해 그의 강연과 인터뷰를 독점 보도한다.

이슬라 전 CEO는 "기업이 성장하면 무언가를 잃는 것이 두려워 혁신 대신 보수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하지만 보수적인 전략으로 접근하는 기업은 결국 실패한다"고 단언했다. 기업에는 혁신보다 안전함이 더 나은 선택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이슬라 전 CEO 역시 이런 기업들의 마음을 잘 읽고 있었다.

 

파블로 이슬라 전 인디텍스 CEO

이슬라 전 CEO는 과거 인디텍스 CEO로 보수적 전략보다는 혁신을 택했다. 그는 당시 인디텍스 사업을 디지털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3년 시작된 홈인테리어 브랜드 '자라 홈'은 2007년에, 자라는 2010년에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후 자라·마시모두띠 등에 무선식별장치(RFID) 시스템을 도입해 재고 관리의 경쟁력을 높였다. 2018년엔 모든 인디텍스 브랜드에 RFID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슬라 전 CEO는 이 같은 디지털화에 대해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며 "기업들이 쉽진 않지만 (다가올) 문제보다 한발짝 앞서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슬라 전 CEO는 최근 경영계 화두인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속 가능성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말은 잘못됐다"며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경쟁력이 아닌 기업이 해야 하는 올바른 일(the right thing to do)"이라고 일축했다.

이슬라 전 CEO가 인디텍스에서 세운 전략은 2025년까지 지속가능하거나 재활용된 면·리넨·폴리에스테르만을 사용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그는 "의류 제작을 하면서 생성되는 특정한 유해물질을 없앤다는 인디텍스의 목표는 이제 의류 산업의 기준이 됐다"며 "모든 기업은 환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보다) 더 큰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현재 IE 대학 국제 어드바이저리 이사회(International Advisory Board) 멤버로 재직 중인 그는 기업가정신 교육도 강조했다. 이슬라 전 CEO는 교육기관이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더 불어넣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예비 졸업생을 인터뷰한 기사를 인용했다. 이 기사에선 "졸업하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예비 졸업생이 "공공 서비스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예비 졸업생의 구체적인 답변 내용을 보면 '나는 매우 이성적이다. 그래서 (공공 서비스 관련 일로) 공무원을 하고 싶다'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비 졸업생의 대답엔 혁신과 기업가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슬라 전 CEO는 "이 같은 대답이 나온 건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도전하는 정신을 충분히 불어넣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학들의 '혁신·기업가정신 불어넣기'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사우스 서밋은 스페인 민간기업 '스페인 스타트업'과 스페인 IE 스쿨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 행사는 2012년 스페인 사업가 마리아 벤후미아가 당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기업가정신을 살려야겠다고 작심하면서 시작됐다. 사우스 서밋은 현재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모여 교류하는 장으로 성장했다. 스페인의 공유차량 서비스 기업 '캐비파이', 재정관리 애플리케이션 기업 '핀토닉', 배달 애플리케이션 기업 '글로보' 등은 과거 사우스 서밋에 참가해 투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올해 사우스 서밋에는 총 1만5423명이 참가했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션을 포함한 전체 세션의 연사는 686명, 행사를 찾은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은 220개였다. 사우스 서밋 2022의 스타트업 경진대회(Startup Competition 2022)를 신청한 신생기업 수는 3000개에 이르렀다.

[스페인 마드리드 = 윤선영 연구원] [Cover Story] : 매일경제 / 2022.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