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수의 일상 - 602. <8월의 크로아티아는 대목이다.>

paxlee 2022. 7. 25. 18:37

달마티아 해안의 꽃,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8월의 크로아티아는 대목이다. 이미 유럽의 ‘멋진 휴양도시’로 알려진 크로아티아는 가는 도시마다 피서객의 물결로 넘실댄다. 아드리아의 푸른 바다를 낀 항구도시,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인 스플리트(Sprit)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시대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 옛 달마티아의 땅 스플리트의 올드타운의 유적지는 경이로움이다.

배에서 바라본 스플리트

스플리트 항구.

 

스플리트 마을 가옥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말년을 보내기 위해 만들어낸 로마 도시
‘균열(split)’이라는 지명을 갖고 있는 스플리트의 올드타운에는 약 1700년 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중세 때 스플리트 사람들은 폐허가 된 디오클레티안 궁전(Diocletian's Palace)의 돌로 새로운 시를 건설했다. 황제가 행사를 열었던 안뜰의 석회암 열주(Peristil)광장은 여행자들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로마시대 복장을 재연한 군인들은 여행객들과 돈을 받고 사진을 찍는다. 궁전 안 신하와 하인들이 거주하던 200여 개 집들은 빼곡하게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건물마다 숍. 카페, 레스토랑, 호텔, 박물관 등으로 활용된다. 여전히 일반인이 거주하는 주택도 많다. 수많은 로마유적들 중 여전히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궁전은 이곳 밖에 없다고 한다. 유적지 보전에 큰 노력을 들이는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도시의 디오클레티안 궁전 등은 1979년 11월 유네스코로 지정되었다.

귀족이 살았던 흔적.

 

디오클레티아 궁전 종탑.


이 도시를 만든 장본인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Gaius aurelius Valerius Diocletianus, 245~313(추정), 재위 284~305)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천민으로 태어나 로마 황제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황제가 난립하던 시기에 20년 간 로마제국을 안정적으로 통치한 그는 스스로 제위에서 물러난 최초의 로마 황제였다. 그는 노년을 편안히 보내기 위해 고향 살로네(Salonae) 근교인 스플리트를 선택해 바다를 향해 디오클라스 궁전을 요새처럼 만들었다. 그는 이곳에서 아픈 무릎을 치료하며 채마밭을 돌보면서 노년을 보내는 소박한 꿈을 꾸었다. 당시 황제는 궁전을 짓는데 10년 넘게 애정을 쏟았다. 이 궁전은 스플릿 앞 섬들에서 채취한 석회암은 물론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수많은 양의 대리석을 수입해 건축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사두정치체제(4분치제도)를 실시했고 기독교를 박해한 왕이었다.

 

스플리트 올드 타운에 남아 있는 유적들


현재 스플리트의 올드타운은 네 개의 문으로 연결된다. 남문(청동문), 동문(은문, 銀門)과 서문(철문, 鐵門), 그리고 북문(금문, 金門)이 있다. 동문은 재래시장으로 남문은 바다, 서문은 쇼핑가와 이어진다. 북문을 나서면 녹음이 우거진 공원이다. 바다로 난 리바 거리(Riva street)를 따라 가면 올드타운인 ‘고궁’으로 들어서는 남문이 있다. 궁이 지어질 때만 해도 남문과 담벼락은 바다와 접한 요새 같은 형국이었지만 성벽 밖을 메운 뒤 바닷가 산책로가 조성되었다. 현재는 야자수가 도열하고 있으며 레스토랑, 바, 오페라 극장, 기념품 가게들이 이어진다. 근대와 현대가 함께 몰려있는 스플릿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궁이 만들어질 때의 남문 근처는 황제와 가족 측근들이 사는 곳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바다를 잘 보려고 창문을 많이 만든 것이 특징이다.

스플리트 올드타운.

 

열주 광장. 

 

황제의 아파트.

 

황제의 집 기둥.

 

황제 알현실.

남문을 지나 지하터널로 들어서면 지하궁전이 있다. 지하터널에는 무수한 숍과 관광객들이 발걸음이 이어진다. 신하들이 황제를 뵙기 위해 대기하던 장소였던 황제의 아파트(알현실)의 돔 형태의 지붕은 원형으로 뚫려있다. 이어 디오클레티안 궁전의 열주 광장이다. 이 궁전 내부에는 황제의 거처, 성전, 능이 있었다. 아직도 원래 있었던 성의 현관, 열주광장과 주변에 주피터 궁전, 디오클레티안 묘의 흔적, 성당 등을 볼 수 있다. 종탑 옆에 있는 팔각지붕(Octogonal roof)의 건물은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묘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지금은 묘의 위에다 성당을 세워 놓았다. 성당의 이름은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 성당 이름의 주인인 도미니우스 성인(St. Domnius)은 디오클레티아누스의 희생양이었다. 죽은 후에는 서로의 위치가 뒤바뀐 것이다.

스플리트 성 내부 가옥들.


성당 옆에 우뚝 솟은 종탑이 있다. 종탑의 맨 꼭대기는 전망대로 개방되어 있다. 구시가를 조망하려면 기꺼이 대성당의 종탑에 올라야 한다. 좁고 가파른 계단 꼭대기에 서면 구시가의 붉은 지붕과 아드리아해의 탁 트인 푸른 바다가 나란히 늘어선다. 스러진 돌기둥 위로 잡풀이 자라는 디오클레시안 궁전의 안쪽도 볼 수 있다. 궁전 바로 바깥에는 15세기 시청 건물 등의 몇몇 중세 건물이 있다. 서문 밖 ‘나로드니 트르그(Narodni trg)’ 거리는 궁전골목과는 달리 현대식 예술작품들과 다양한 럭셔리 숍들이 늘어서 있다. 덕지덕지 세월이 묻은, 올드타운과 현대적인 나로드니 거리가 함께 공존한다. 이곳에서는 매년 7월이면 서머페스티벌이 열리고 9월이면 국제영화제의 막이 오른다.

Travel data
교통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스플리트행 열차가 출발한다.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오는 장거리 버스도 스플리트를 경유한다. 이탈리아 안코나에서 페리를 이용해 도착할 수도 있다. 스플리트는 다른 동유럽 국가와 달리 열차보다는 버스 교통이 발달한 편이다.
현지 교통: 인근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버스는 매시간 출발한다. 4시간 30분 소요. 열차 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sobe'로 불리는 민박집을 알선해 준다.
먹거리: 1949년부터 있던 보비스(BOBIS) 빵집이 유명하다. 올드타운에는 레스토랑도 많다. 과일, 해산물 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들어 먹어도 좋다.
주류: 이스트라 반도는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다. 청포도 말바지아가 많이 재배되며, 검은 포도 테란도 있다. 오주스코는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맥주 중 하나다. 레몬 맛과 자몽 맛, 본래 맥주 맛이 있다.

 

- 글. 사진. 이신화 작가. [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 여성조선 7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