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수의 일상 - 609. <음악은 수학>

paxlee 2022. 7. 27. 07:37

“음악은 수학”

 

프란치노 가푸리오, ‘음악 이론’ 중에서 피타고라스, 미국 국회도서관 소장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대성당의 악장이자 작곡가 및 이론가로 활동했던 프란치노 가푸리오(Franchino Gaffurio·1451~1522)의 저서 ‘음악 이론’ 중 피타고라스를 그린 삽화다. 당시 밀라노 궁정에 최고의 미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었다면, 최고의 음악가로는 가푸리오가 있었던 것. 다빈치가 그린 ‘음악가의 초상화’ 주인공이 가푸리오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둘은 절친했는데, 두 사람 모두 고대 그리스 철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자로서의 학식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가푸리오의 ‘음악 이론’은 당대 악곡은 물론 서양 음악학의 시조라 불리는 피타고라스의 이론까지 상세히 다루고 있다. 왼쪽 위 삽화는 대장장이 여럿이 각자 모루에 망치 두드리는 소리를 피타고라스가 듣는 모습을 담고 있다. 유난히 거슬리는 소리가 있어 파헤쳐 보니 그 망치만 크기가 다른 것을 보고 음정 또한 숫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듣기 좋은 화음은 단순한 수적 비례의 결과라는 걸 깨닫는 장면이다.

 

나머지 세 개의 삽화에서 피타고라스는 종의 크기, 컵에 담은 물의 양, 현이나 피리의 길이를 일정한 비율에 맞춰 달리하면서 음정을 파악하는 중이다. ‘만물의 근원은 숫자’라고 믿었던 피타고라스는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사물의 근원적 법칙을 이해했고 화음을 통해 천체의 운동 원리를 파악했다. 그는 조화롭고 질서 정연한 우주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드는데 다만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을 뿐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피타고라스에게 정수, 기하, 천문, 음악은 모두 하나의 학문이었다. 그의 시대에 이 모두를 아우르는 통섭의 학문을 일컫는 말이 ‘마테마티카,’ 오늘날 ‘수학’을 뜻하는 ‘매스매틱스’의 어원이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우정아 포스텍 교수 · 서양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