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산에 얽힌 산서 이야기 *-

paxlee 2005. 9. 9. 22:40

 

               -* 산에 얽힌 산서 이야기 *-

 

먼저 박정헌의《끈》김헌상의《빙하의 꿈》을 읽어 볼만하다. 이 두 책은 지은이들이 히말라야에서 겪은 생생한 체험이 그대로 녹아서 만들어졌다는 점과, 산에서 경험한 삶과 죽음의 가느다란 경계선을 그리며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자서전적 등반기이고 후자는 장편소설이라는 형식상의 차이일 것이다.

히말라야의 촐라체(6,440m)를 등정 후 하산하면서 사고를 당해, 생사를 넘나드는 9일간의 사투 끝에 살아 돌아온 박정헌과 최강식의 휴먼 스토리인《끈》은, 한국판《친구의 자일을 끊어라》이다. 영국 산친구들의《친구의 자일을 끊어라》에서는 실제로 자일을 끊지만,한국의《끈》에서는 한국 산사나이들의 진정한 휴머니즘이 그대로 실현되면서 한국 알피니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되었다.

 

크레바스에 빠진 후배나 위에서 비몽사몽 자신의 몸도 주체 못하면서 끝내 자일을 놓지 않은 박정헌이나, 둘다 몇 분의 짧은 시간에 삶과 죽음의 공간을 자유로이 활보하며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갈등과 상처를 남긴다. 지은이는 심한 동상으로 여덟 손가락을 절단했지만, 손과 발의 핸디캡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동안 고급 장비가 산의 고도를 낮추었으니, 이제 신체의 핸디캡이 오히려 산의 높이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그들의 필연적이고 드라마틱했던 생환 과정은 독자의 가슴을 기쁨과 환희에, 또는 슬픔과 절망의 세계로 요동치게 만들고 진정하고 소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만든다.

《빙하의 꿈》은 에베레스트(8,848m)에 젊은 날의 고뇌를 등에 지고 죽음의 지대를 오른 두 친구의 등반 이야기로, 고산에서 사고를 당한 친구를 산에 묻고 돌아온 한 젊은 산악인의 양심과 갈등, 그리고 우정을 그린 산악소설이다. 지은이는 히말라야의 8천 미터 자이언트 봉을 3개나 등정했고 에베레스트도 등반한 바 있어,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히말라야에서의 등반을 리얼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에베레스트를 찾게 되는 동기와 정상에 오르기 직전의 고통과 갈등, 조난후의 급박한 상황전개, 친구의 죽음을 그대로 지켜만 봐야 하는 냉혹한 히말라야의 현실과 인간의 무기력함, 죽음에 대한 공포와 설산에 홀로 남겨진 절대 고독, 그리고 목숨을 걸고 획득한 명예와 조난 사고의 진실을 숨기려는 양심 등 산악인들의 끈끈한 우정과 삶의 진실을 히말라야를 무대로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위의 두 책과 성격이 비슷한 번역서로 라인홀트 메스너의《벌거 벗은 산》(김성진 옮김)이 있다. 히말라야 8000m 14 자이언트를 인류 최초로 완등했던 라인홀트 메스너가 히말라야에서 첫 번째 등정했던 산이 낭가파르밧(8,125m)이지만, 그에게 이 산은 영광과 비극의 산이다. 동생을 눈사태로 잃었기 때문이다. 1970년 5월 메스너와 동생 귄터는 낭가파르밧 루팔벽에 붙어 힘들게 고도를 높였고, 등정 후 하산을 재촉하지만 지친 상태에서 비박을 한다.

 

영하 30도에서 침낭없이 비박을 한 귄터가 심하게 탈진되었고 폭풍우가 몰아 치며 상황이 어려워진다. 그들은 쉬워 보이는 디아밀 벽으로 하산하지만 환각상태와 탈진으로 메스너만 살아 돌아온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현재형으로 서술하며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을 독자와 함께 교감하고 있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솔직하게 표현한 이 한 편의 드라마에는 동생을 산에서 잃은 좌절과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 등 내면의 진실들이 드러나 있다.

수직의 도전자는 1925년 알프스 샤모니 가이드들의 산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책으로 등산가인 지은이의 산 속에서의 삶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알프스의 명 등산 가이드였던 세르베따가 드류봉에서 조난을 당하고, 그의 시신을 찾기 위해 구조대가 떠날 때 세르베따의 아들인 삐에르가 합류한다. 그러나 삐에르는 추락하고, 그 후유증으로 정신착란과 병마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최고 산악인의 길인 가이드로 마침내 성공한다는 스토리다. 원본은 세계 2차대전이 일어나 기존의 모든 가치가 무너지고 나치 독일의 침략을 받아 프랑스 국민이 좌절감의 늪에 깊이 빠져 있는 1941년 알제리아에서 발표된 책으로, 당시 프랑스 국민의 재기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산악소설이다.

낮은 산이 낫다는 처녀시절 태백산맥을 겨울철에 단독으로 종주하면서 독보적인 여성산악인으로 알려졌던 지은이가, 중년이 되어 산골로 내려가 텃밭을 일군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처음 시골에 내려와서 고생스럽게 녹차를 만들던 기억, 고무신에 얽힌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

 

지은이가 운영하던 사랑방 형식의 찻집 백두대간에서 대동여지도를 떼어내야 했을 때의 아픔, 많이 베풀면서 자꾸 더 해주려고 하는 이웃 등, 저자가 자연 속으로 돌아가 느끼는 감정들과 생각들을 편안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등산에서 입산의 경지로 바뀐 산과, 일상이 몸을 낮게 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실감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네안의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라는 인생을 높은 산에 비유해서, 마치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듯이 인생의 목표를 정해서 달성하는 전략을 알려준다. 지은이가 직접 고산등반을 하면서 겪었던 극한의 상황을 예로 들면서 10가지 교훈을 소개하고 있다.《산을 오르듯 나를 경영하라》는 철학과 종교를 뛰어넘는 산이 선사하는 소중한 교훈들을 메모한 기록과 경영의 지혜 134가지가 담겨 있다.

 

산을 오르기는 힘들고 내려가기는 어렵다 등의 주제로 경영인으로서의 묵직한 경험을 전수한다.《네안의 정상을 찾아라》는 극한등반가인 지은이 자신의 등반 경험을 삶과 비즈니스에 응용 가능한 참신하고 유용한 전략들로 승화시킨 에세이다. 등반 과정에서 겪게 되는 목표 설정과 리더십, 의사 결정 등의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신의 산으로 떠난 여행은 히말라야의 설산 위에 있는 전설의 눈표범을 찾아나선 여행이, 산업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을 담고 영적인 순례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에세이다.《산이 거기 있었네》는 동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지은이가 중년의 나이에 건강을 걱정하다가 등산을 시작해서 국내의 100개 산을 등정한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 목표를 3년만에 이루는데, 등정한 산 이름을 수첩에 적어나가는 일의 즐거움 등 잔잔한 톤의 수필이다.《산들머리 산날머리지은이가 오르내린 한북정맥과 33개 산에 대한 생생한 산행기이다. 가이드북이 아닌 수필의 형태이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가면서 산의 정취를 느끼기 좋다.


시킴 히말라야히말라야는 8천 미터를 넘는 봉우리들이 28개 있지만 이 중에 불교적인 의미를 가진 유일한 고봉이 캉첸중가(8,586m)이다. 그 산에서 흘러내리는 산세를 따라 포진하고 있는 왕국이 시킴인데, 그곳의 하루하루와 사람 이야기, 삶과 구별되지 않는 불교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르왈 히말라야는 인간이 신의 경지에 올라서는 지혜와 깨달음의 구도과정을 담은 인도의 신화를 소개하고 있다. 인도 신화의 발원지를 직접 방문하여 봉우리와 골짜기마다 숨겨진 신화를 찾아내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신(神)의 삶인가?에 대한 해답을 알려준다.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 산에 자유가 있다, 아 인수봉!과 같은 등산과 알피니즘에 관련하여 묵직하고 고전적인 주제들을 엮은 책으로 한 원로산악인의 산에 대한 단상과 철학을 잘 엿볼 수 있다.

 

조망의 즐거움산의 조망은 우주와 그 조화 그리고 신비에 대하여 인간의 외경을 나타내는 의식이며, 산의 상하 수직으로의 모습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살피는 행위이다. 더불어 산의 위치와 강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우리나라 지리를 이해하는 데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 계룡산 천왕봉에 올라 대둔산 위로 122km 떨어진 지리산이 보인다.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 SERI 전망 2006 *-  (0) 2005.12.10
-** 산서를 읽는 즐거움 -  (0) 2005.09.11
'펄벅'의 "대지"  (0) 2005.02.03
* 다빈치 코드 *  (0) 2005.01.28
* 연금술사 *  (0) 2005.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