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서(山書)를
읽는 즐거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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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알고 이해하는 단계를 뛰어 넘어 산에 은밀하게 숨어있는 보물들을 찾아내는
희열과 보람을 선사한다. 산에서 찾는 삶의 진실과 그 깊은 의미는
반복해서 읽을수록 맛과 향이 더해진다. 먹이를 찾는 야생 짐승처럼 산서는 갈증의 대상이었고 폭식의 충실한 메뉴가 되었다.
산서는 산을 주제로 하거나 소재로 하여 산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다. 산의 절대적인
존재에 도전하는 인간이, 그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 역사를 기록한 감동과 외경의 서적들이다. 산서에는
대자연의 감동과 경이로움이 있고, 저자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교감을 통해 풍요로운 정서와 깊은 내면의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탐사 대원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말로리의 시체는
엎드린 자세였고 두 팔은 위를 향해 뻗어 있었고 부러진 오른쪽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두 다리는 서로 교차되어 있었다. 그는 탈진해서 앉아서 죽은
것이 아니었다. 떨어지면서 계속 제동을 하였고 추락이 멈추었을 때 한동안 살아 있었던 것 같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75년간의 전설을
불과 45분 만에 묻은 5명의 탐사대원들은 당시를 회상한다. ‘어느 누구도
말로리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편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좀더
머물고 싶었다.’』 『‘정상에 가까워 지면서 고객들을 돌아서게 하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정상이 눈 앞에 보이면 고객들은 기필코 오를려고 고집을
부립니다. 기상과 체력 조건, 하산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여 하산을 권유하면 면전에서 코웃음을 치고 마냥 올라가기만 합니다. 8000
미터에서 저산소증으로 인한 치매현상은, 판단의 정확성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7만
달러라는 거액을 지불한 고객들은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경험있는 가이드들의 판단력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상에 오르게 해달라는 의미로
만용을 사게 됩니다.’ 등정 후 하산하면서 갑자기 몰아닥친 강풍과 추위, 저체온증, 산소부족 등으로 대참사가 발생하였다.
하나
둘 죽어가는 대원들을 보며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좌절․ 절망․ 공포 등을 체험하면서 자연의 위대함보다는 인간의 무력함에 전율한다.』 합리적인
모험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 환경적인 요인이 클라이머 개인의 정신적․육체적
한계와 겹치면서 극한의 모험으로 치닫게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고 그 극한의 모험을 피하거나 타협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 시대마다 직면하는 일정 수준의 한계성이 있고, 그 한계에 신중히 도전하면서 등산의
역사는 전진을 계속하여 왔다. 순간순간 접근하는 조난을 인지하면서도, 최후의 순간까지 확신을 갖고 도전하는 정신적인 평형감각이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극한의 모험을 합리적인 모험으로 진행시키는 등반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미국의 신예 클라이머 마크 트와이트는《 Extreme Alpinism
》에서 훌륭한 등반가의 조건을 제시했다. 『훌륭한 등반가는 뛰어난 체력과 기술의 소유자라기
보다는, 자신의 육체를 외부의 자연 조건과 환경에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진
자이다. 위대한 등반가는 도전하는 대상에 맞게 자신의 성격조차 새로이 변화시킬 수 있는 의지의
소유자이다. 그들은 난관을 만났을 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통제하면서 목표를 향해 지독하게
집중한다. 이러한 강인한 의지는 자기 자신을 철저히 이해하고 육체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통렬하게 깨닫는 과정에서부터 길러진다. 산은 자연의 힘과 비밀의 환상적인 걸작이다. 등반에서의 실수와 경험을 통하여 정확한 자기반성을 치열하게 반복해야 한다. 등반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곧 등반가 자신의 변신과 성격 개조의 과정이기도 하다. 추위와 고통, 죽음에의 공포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겪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과정은 철저하게 인간 의지의 영역이다.』 3개월 후 그녀는 K2를 역시 같은 방식으로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하다 갑작스런 폭풍에 희생된다. 이 기록적인 등반의 성과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한 K2에 도전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다.’라는 언론의 비판으로
퇴색한다. 그녀가 깎아지른 공포와 죽음의 지대에서 얻은 자유와 성취, 그 꿈을 찾아가는 여자의 모습, 결혼생활의 불화와
갈등으로 파탄을 맞는 아내의 모습, 이혼 후 아이들과의 생활을 위해 생계수단을 확보하고 경제적인 자립을 해야하는 엄마가 선택한 직업은 전문
등반가,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은 항상 그녀를 괴롭혀 왔다.
앨리슨이
계획한 경이로운 등반들은 이런 혼란스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 그녀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아들 톰과 딸 케이트가 있다.
K2를 등반하며 앨리슨은 한 시도 그들을 잊은 적이 없고, 이번이 마지막 원정등반이라며 다짐했고, 고른 숨을 쉬며 자고 있을 아이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이들과 K2 모두를 원했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 아이들에게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K2를 등정한다면 아이들에게는 더욱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리라고 믿었다.
K2 정상을 밟고 하산하는 순간부터 폭풍이 그녀를 휘감은 순간까지가 앨리슨이 누린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 소나무가 읽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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