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퍼온글

-* 성탄 이야기 *-

paxlee 2005. 12. 23. 00:04
 
   

      '성탄 이야기' 옛날 옛날 브라질 북동쪽에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가진 거라곤 암탉 한 마리 뿐인 부부는 하루하루를 근근이 먹고 살았습 니다. 그런데 그 암탉이 그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죽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마을 신부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신부는 그저 이렇 게 말할 뿐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창문도 열지 않고서 문을 닫아버리는 법이 없는 분입니 다. 당신이 가진 돈으로는 살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테지만, 그래도 시장에 가서 누군가 당신에게 제일 처음 권한 물건을 사십시오. 거 기에 하느님의 은총이 깃들길 빌겠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기적을 위 한 날입니다.” 남자는 막막한 마음으로 시장을 헤매다녔습니다. 한 상인이 뭘 찾 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도 모르겠어요. 가진 돈도 별로 없는데, 신부님이 누군가 제게 처음 권한 물건을 사야만 한다고 하셨거든요. ”상인은 매우 부자였지만, 아무리 잔돈푼일망정 외면할 사람이 아니 었습니다. 상인은 일단 남자의 돈을 받아 챙기고는 몇자 휘갈긴 종 이 한 장을 건넸습니다. “신부님 말씀이 딱 맞구려. 내가 원래 좀 친절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특히 기쁜 날이잖소. 난 지금 당신에게 천국에 있는 내 자리 를 파는 거라오. 자, 여기 있소.” 그날 저녁, 부자 상인은 아내에게 그 날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만큼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 자신의 뛰어난 상술 덕분이 라고 자랑했습니다. “창피한 줄이나 아세요!” 상인의 아내가 소리쳤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 그런 짓을 하다니, 참 잘 하는 짓이군요! 당장 그 사람 집에 찾아가서 사과하고 종이를 도로 받아와요, 안 그러면 이 집에 다시는 한 발짝도 못 들여놓을 줄 알아요!” 아내의 불같은 성화에 놀란 상인은 허겁지겁 남자의 집을 찾아 나섰 습니다. 가난한 부부는 먹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헐벗은 식탁에 달랑 종이 한 장을 올려놓고 마주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못할 짓을 한 것 같소. 여기 당신 돈이오. 내가 판 물건을 돌려주시오.” “당신은 잘못한 게 없는데요. 난 신부님의 충고를 따른 거고요. 당신이 나에게 판 이 물건에 축복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아니오. 그건 그저 종이 쪼가리일 뿐이오. 천국에 있는 자기 자리를 남한테 판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오. 판 값의 두 배로 주고 되사리다.” 하지만 기적을 믿는 가난한 남자는 상인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상인은 액수를 점차 높였습니다. 나중에는 금화 열 닢까지 불렀습니다. 가난한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그 정도로는 안 되겠는데요. 당신 아내가 누려야 마땅할 인생을 그녀에게 선물하려면, 금화 백 닢은 필요 할 겁니다. 그게 내가 오늘밤 일어나길 바랐던 기적이니까요. ”상인은 결국 종이 한 장 되사는 데 금화 백 닢을 지불했습니다. 가난한 부부에게는 기적이 일어났고, 상인은 아내의 단호한 청을 들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상인의 아내는 행여 남편에게 너무 모질 게 군 게 아닐까, 꺼림칙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미사가 끝나자마자, 그 녀는 신부를 찾아가 종이 한장을 금화 백 닢에 되사온 이야기를 전하며 물었습니다. “신부님, 제가 좀 지나쳤던 걸까요? 천국의 자리 하나가 정말 그 정도로 값어치가 나가는 걸까요?” “자매님, 남편을 통해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 으니, 그는 하느님의 도구로 쓰인 것이지요. 천국의 자리를 단돈 몇 푼에 팔아 넘겼을 때는 그만큼의 값어치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금화 백 닢 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자매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금화 백 닢을 치렀으니까요.” - "연금술사"의 브라질 작가 "파울 코엘료"의 "성탄 이야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