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야기

-* 와인 이야기 2 *-

paxlee 2007. 7. 30. 19:41

 

               와인 이야기 2           /손진호

 

 안데스 산맥이 빚어낸 칠레 와인의 걸작들

 

와인의 맛과 향은 포도 품종과, 그 품종이 자란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칠레 와인은 이런 점에서 특이하다. 남북으로 긴 국토를 가지고 있는 칠레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지형 조건을 갖고 있다. 동쪽으로는 해발 7,000m급의 장엄한 안데스 산맥, 서쪽으로는 광활한 태평양, 남쪽으로는 혹한의 남극지대, 북쪽으론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병충해가 침범할 수 없는 자연적인 보호막이 형성되어 있다.

 

이런 자연환경 덕분에 19세기 초반 프랑스로부터 들여온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샤르도네 등 유럽 정통 품종이 그 고유한 특성을 고이 간직한 채 남아 있다. 청정 환경에서 자란 품종 고유의 향과 맛이 남아 있으며, 여기에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저렴한 노동력으로 생산되는 칠레 와인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칠레 와인의 국내 수입량은 2004년에 체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2000년 대비 다섯 배 이상 늘었다.

 

국내에 수입된 칠레 와인은 100여 종이 넘는다. 칠레 와인은 유럽 전통 와인의 섬세함과 미국 와인의 풍부한 과일향과 힘을 동시에 갖춘 제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색상은 훨씬 진하다. 짙은 과일향에 부드러움과 매끄러운 탄닌을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제품을 소개한다.

 

  카시제로 델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

 

  스페인어로 카시제로 델 디아블로악마의 셀러라는 뜻이다. 셀러(cellar)란 지하에 있는 와인 저장고를 뜻한다. 이 와인 이름의 유래는 재미있다. 포도원 지하 저장고의 와인이 자꾸 없어지는 것을 이상히 여긴 주인은 지하실에 숨어서 망을 보았다. 일꾼들이 몰래 들어와 와인을 훔쳐 가는 것이 아닌가! 주인이 귀신 소리를 내자 일꾼들은 혼비백산 도망가서 다시는 와인이 도난당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악마의 셀러라는 소문이 났다.

  이 제품은 잘 익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만들었다. 싱싱한 자두와 산딸기 향이 나며, 부드러운 탄닌이 주는 질감이 부담 없다. 가격은 2만 원 정도로 각종 스테이크나 소시지 바비큐 요리와 잘 어울린다.

 

  안티얄(Antiyal)

 

  칠레의 대표적인 유기농 와인이다. 안티얄은 태양의 아들이란 뜻이다. 안티얄은 1에이커 정도의 소규모 포도밭에서 생태영농 방식으로 생산한다. 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카르메네르, 시라를 블랜딩하여 만들었다. 국내 시판가는 12만 원 정도로 비싸다.

  가격 부담이 있다면 6만 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한 쿠엔(Kuyen)이란 와인을 권한다. 유기농법의 순수함이 깃든 토속적 전통미를 느낄 수 있다. 두 와인 모두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호평받는 제품들이다.

 

  산 페드로(San Pedro)

 

  1865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산 페드로 양조장은 1만~2만 원짜리에서부터 5만~6만 원 정도의 중저가 대중 와인을 생산한다. 이 중 대표작은 카스티요 데 몰리나(Castillo de Molina) 시리즈로 가격은 3만 원대. 4만 원대 후반의 대표 브랜드인 1865 는 이 회사 창립연도를 브랜드로 사용했다.

 

  산 페드로 양조장이 빚은 브랜드 중 카르메네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추천한다. 이것은 칠레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국가 대표 품종이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섞어 놓은 듯한 진한 색상과 농축미, 매콤한 풍미가 인상적이다. 음식도 매콤하고 자극적인 것까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김치찌개나 비빔밥, 제육볶음 등과 잘 어울린다.

 

  하라스 데 피르케 (Haras de Pirque)

 

  1991년 칠레의 폴로선수 출신 에드워드 마테는 칠레 최고의 종마장 하라스 데 피르케를 인수했다. 그 영지에 포도밭을 일구어 유기농 재배를 했다. 말굽 모양으로 설계된 양조장은 모양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내부의 양조 시스템도 최첨단이다. 2004년에는 이탈리아 와인업계의 대부(代父) 피에로 안티노리와 국제적인 합작 와인 알비스(Albis)를 탄생시켰다. 알비스는 새벽이라는 의미다.

 

짙은 암홍색에 블랙커런트와 민트향, 후추와 정향의 매콤함이 배어 있는 와인이다. 잘 익은 과일향과 어우러진 부드러운 탄닌의 진한 느낌이 블랙 초콜릿을 먹는 듯하다. 가격은 14만 원대로 비싼 편. 이보다 저렴한 와인인 에쿠스 시리즈와 캐릭터 시리즈는 3만~4만 원대로 수준 높은 칠레 와인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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