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야기

-* 와인 이야기 3 *-

paxlee 2007. 7. 31. 12:42

 

                  와인 이야기 3   / 정인석

 

영혼이 살아 있는 와인의 귀족 프랑스 보르도 와인

 

정인석 님은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등 전 세계 유명 와이너리들을 견학하며 독학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2001년 초 청담동에 와인 숍 '와인라인'을 오픈했다. '와인라인'은 현재 국내 최대 와인 숍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이란 명분 아래 제3세계의 수많은 와인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와인 하면 프랑스 와인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고, 그중에서도 보르도 와인이 대표주자로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보르도 와인은 특별하다. 역사와 전통이 있고 맛과 향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에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보르도 와인은 이 특별함을 테루아르(Terroir)로 설명한다. 테루아르는 기후, 토양, 포도 품종의 복합적인 콤비네이션을 말하는데, 이 모든 것이 잘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수세기 동안 와인 메이커들은 보르도 지방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여러 포도 품종을 심어 보고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비법을 다른 나라에서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지금도 전 세계의 와인 메이커들이 세계 각지에서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은 어렵다. 영어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라벨에 적힌 이름들은 발음조차 하기 힘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처럼 포도 품종이 표기되어 있지도 않다. 게다가 제3세계의 과일향이 많고 자극적인 와인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이라면 드라이하고 산도(酸度)가 있는 보르도 와인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보르도의 와인 라벨에는 포도 품종 대신 지역과 샤토 이름 혹은 와인 메이커가 표시되어 있다. 샤토는 직역하면 성(城)이란 뜻인데 포도원을 소유하고 제조하고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와인 프로덕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포도 품종과 등급 그리고 지역에 대한 약간의 이해를 갖추고 있으면 프랑스 와인을 선별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보르도에서는 레드 와인이 전체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는 화이트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 역시 드라이한 것이 대부분인데, 예외적으로 소테른, 바르삭 지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달콤한 디저트용 화이트 와인이 나오기도 한다.

 

  보르도의 레드 와인 포도 품종은 크게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말벡 등 5가지로 나뉜다.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은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60~70%에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말벡 등을 브랜딩한 것이다.

 

  보르도 지역은 지롱드 강을 중심으로 서쪽에 위치한 오메독, 그라브 등의 좌안지역과 동쪽의 생테밀리옹, 포므롤 등 우안지역으로 나뉜다. 좌안은 물이 잘 빠지는 자갈질의 토양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재배되며 타닌이 강하고 오랜 기간 숙성할 수 있는 와인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우안은 점토질의 토양으로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이 주 재배종이며 부드러운 타닌과 접근하기 쉬운 와인을 생산한다.

 

  프랑스의 와인등급은 vin de table (뱅 드 타블르·여러지역의 포도주가 섞인 테이블 와인) vin de pay (뱅 드 페·원산지가 표시되지만 낮은 등급의 와인)AOC(아펠라시옹 도리진 콩트롤레·양질의 와인)로 구분된다. vin de table와 vin de pay는 1만 원 전후의 값싼 와인들이 대부분. AOC 등급의 와인은 1만 원대부터 수백 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AOC 등급은 다시 가장 높은 그랑크뤼 등급과 크뤼부르주아 등급, 그리고 일반 등급으로 나뉜다. 그랑크뤼 등급 안에서도 여러 가지 체계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1855 메독 등급 보르도 와인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1855년 파리 박람회 때 61개의 샤토에 그랑크뤼 등급이 매겨진 이래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숫자에 거의 변화가 없는 것. 그 유명한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샤토 탈보 등이 이 등급에 속한다.

 

  크뤼부르주아 등급도 크뤼부르주아 익셉셔날 크뤼부르주아 수페리에 크뤼부르주아 등 세 가지로 나뉘며 샤토 샤스스플린, 샤토 포텡삭, 샤토 레이숑 등이 이 등급에 속한다. 크뤼부르주아 등급은 1855 메독 등급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다소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잘 찾으면 그랑크뤼 등급에 버금가는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날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메독 와인이라 함은 메독 지방에서 생산된 메독 AOC 와인을 일컫는데, 일반적으로 보르도 AOC 와인보다는 메독 AOC 와인이, 메독 AOC 와인보다는 마고 AOC나 포이악 AOC 와인이 품질이 더 좋고 가격도 더 비싼 편이다. 지역이 세분화되고 구체적일수록 더 좋은 와인이 생산되는 것이다.

 

  현재 보르도에만 1만 2,000여 개의 와인 메이커가 있으며 품질과 등급에 따라, 그리고 같은 와인일지라도 생산한 연도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르도 최고의 빈티지는 1995년, 1996년, 2000년, 2003년을 꼽을 수 있다. AOC 일반 등급 와인들은 빈티지에 따라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지만 그랑크뤼 등급과 크뤼부르주아 익셉셔날 등급 이상의 와인들은 빈티지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컬렉션용이 아니라면 굳이 인기 빈티지의 와인을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하기보다는 평범한 해의 잘 숙성된 와인을 구매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그랑크뤼나 크뤼부르주아 익셉셔날에 속하는 고급 와인 외에 일반적인 보르도 AOC 와인들과 메독 AOC 와인들은 샤토가 적혀 있는 와인보다는 보르도의 대형 회사 코르디에(Cordier)나 지네스테(Ginestet) 등 큰 회사에서 만든 와인을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메독 지역 안의 포이악, 마고, 생테스테프 와인들은 4만~7만 원대다. 또 Les Hauts de Pontet, La Sirene de Giscours, Chateau Duluc 등 그랑크뤼의 세컨드 라벨을 구매하면 저렴한 가격에 그랑크뤼 와인의 특징을 맛볼 수 있다. 세컨드 라벨이란 본 와인을 만들기에는 조금 덜 여물었거나 중심부에서 벗어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똑같은 공정으로 만든 와인으로, 맛과 향이 훌륭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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