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도전! 5대륙 최고봉 3. *-

paxlee 2007. 8. 11. 21:17

 

            북미 최고봉 매킨리

 

         

   웨스트버트레스 루트 C3 상단의 모터

       사이클힐을 오르는 산악인들.

 

알래스카에 위치한 매킨리(Mt. McKinley·6,194m)는 한국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자인 고상돈씨가 1979년 동료 대원과 추락사한 이후 많은 사고가 일어남으로 해서 국내 산악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악명 높은 고봉으로 알려져 있다.

 

알래스카 인디언들이 데날리(Denali), 러시아인들은 큰 산이란 의미의 불샤야고라 부르는 매킨리는 해발 6,194m지만, 북극권과 가까워 공기 중 산소가 희박하고, 기온이 낮을 뿐더러 베링해협과 알래스카만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강해 히말라야의 7,000m급 고봉만큼 어려운 봉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크레바스 추락사고와 탈진에 이은 동상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이다.

 

등반루트는 20여 개 있으나, 대부분 웨스트버트레스(West Buttress) 루트로 등정을 시도한다. 등반시즌은 4월에서 7월까지지만, 5월 말에서 6월 중순이 빙하와 날씨가 가장 안정적이다. 히든 크레바스가 거의 다 드러나고, 적어도 마지막 캠프(데날리빌리지·5,200m)까지 눈길이 잘 나 있어 사고의 위험도 적고, 체력소모도 줄일 수 있다. 등반기간은 2~3주로, 성공의 관건은 역시 날씨와 고소적응이다. 입산료는 1인당 200달러.

 

데날리 국립공원 레인저 사무실이 위치한 탈키트나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40분 가량 떨어진 랜딩포인트(2,100m)에 내려서면 빙하 산행이 시작된다. 이후 등반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식량을 직접 나르고, 5~7개의 이동캠프를 설치해가면서 정상을 향해야 한다. 특히 C3(3,400m)까지는 완경사의 설원을 빠지지 않고 걸어가기 위해 실이 달린 스키를 신은 채 짐의 일부는 썰매에 싣고 운행해야 하는 게 다른 대륙의 최고봉 등반과 다른 점이다.

 

    ▲ 카힐트나빙하 상단의 C2에서 바라본 매킨리 정상.

 

이후 C3에 스키를 데포시켜 놓은 다음 급경사 설사면인 모터사이클 힐과 강풍으로 악명 높은 윈디코너를 거쳐 전진캠프격인 매킨리시티(4,400m)에 도착한 다음 헤드월을 거쳐 마지막 캠프인 데날리빌리지(5,100m)에서 등정에 나서게 된다. 날씨와 등반루트에 관한 상황은 매킨리시티의 레인저 막사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매킨리 등반은 한국팀의 경우 대부분 앵커리지에서 북쪽으로 약 70km 떨어진 와실라에서 장비점과 여행사를 운영하는 재미 산악인 오갑복씨를 통해 패키지 식으로 하고 있다. 앵커리지 도착 이후 국립공원 사무소가 위치한 탈키트나까지의 차량 이동과 랜딩포인트까지의 경비행기 이동 등을 모두 해결해주며, 사고발생시 현지 레인저와의 무전교신도 해결해 준다.

 

                   ▲ 94년 5월 매킨리 정상에 오른 박영석씨.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아콩카구아(Aconcagua·6,959m)는 남미 대륙 최고봉이자 안데스산맥 최고봉이다. 사뭇 황량한 분위기의 이 산은 날씨와 적설량에 따라 같은 루트라도 난이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상황이 좋을 때는 경등산화에 특별한 장비 없이도 정상까지 오를 수 있지만, 눈이 많을 때에는 특히 6,300m 높이에서 정상까지 가파른 설사면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이중화는 물론이요 피켈과 아이젠은 물론, 확보장비도 준비해야 하고, 추위와 강풍에 대비한 복장도 철저해야 갖춰야 한다. 

 

      

 ▲ 삭막한 분위기의 니도 데 콘도레스 C2.

    부근의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해야 한다.

 

등반기점 마을인 푸엔테 델 잉카(Puente Del Inca·2700m)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나 칠레의 수도인 산티에고에서 비행기로 1~2시간 거리인 멘도사를 거쳐 진입한다. 멘도사에는 입산신청을 받는 공원사무소가 있다(입산료 300달러). 멘도사에서 푸엔테 델 잉카까지는 차로 4시간 거리다.

 

등반시즌은 12월에서 1월 말. 등반루트는 10여 개 있으나 북면 노멀루트를 가장 선호한다. 북면 루트의 베이스캠프는 오르코네스 계곡을 따라 이틀간 들어서면 닿는 플라자 데 뮬라(Plaza de Mulas·4,230m). 잉카에서 37km 떨어진 베이스캠프까지는 모든 짐을 뮬라에 실어 올린다. 대원들도 뮬라를 타고 하루에 오를 수 있지만, 콘플루엔시아(Confluencia·3,250m)에서 하루 묵고 오르는 게 고소적응에 도움된다.

 

C1은 급경사 흙사면 상단의 캄비오 데 펜디엔테(Cambio de Pendienta·5,200m)나, 또는 200m 위쪽의 널따란 안부인 니도 데 콘도레스(Nido de Condores·5,400m). 니도 데 콘도레스가 지형이 안정적이고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만년설이 있어 캠프지로 선호한다. C1에서 C2까지는 표고차(400m)도 크게 나지 않고 등반시간(3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C2에는 대피소가 3개소 있지만, 문이 없거나 강풍에 지붕이 날아가 버려 대부분 텐트를 치고 지낸다. 

 

      

 ▲ 2001년 1월11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아콩카구아 정상에 오른 박하선씨.

 

등반의 관건으로 꼽히는 구간은 C2~정상 구간이다. C2에서 표고차가 450m 나는 인디펜시아 대피소(Independencia·6,250m)를 지나  상단의 델 비엔토 콜(Del Viento Col·약 6,400m)에서 사면을 가로지르다 돌사면지대인 카날레타(Canaleta)를 거쳐 정상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눈이 없으면 흙사면에 길이 뚜렷하게 나 있지만, 눈이 많으면 40~50도 설벽을 이루어 섬뜩케 하는 구간이다.

 

아콩카구아 등반사고의 대부분이 이 구간에서 일어난다. 특히 카날레타 구간은 한 발 디디면 두 발짝 밀릴 만큼 돌밭이 불안정하고, 늘 사태가 일어나 하산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또한 하산길에 인디펜덴시아를 지나면서 동릉 루트로 빠질 위험이 높으니 정상을 향할 때 특별히 이 지역을 잘 익혀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