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의 발자취

-* 도전! 5대륙 최고봉 4.*-

paxlee 2007. 8. 12. 15:49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 아콩카구아 북면 노멀루트 C1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사면으로 나 있다.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을 이룬 킬리만자로(Kilimanjaro·5,895m)는 등반이란 표현보다는 트레킹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7대륙 최고봉 가운데 제일 난이도가 떨어지는 봉이다. 정상적인 산악인이라면 체력 조절과 고소적응에 실패하지 않는 한 등정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에 위치해 있지만, 대개 국제선 항공기가 정기운항하는 케냐의 나이로비를 거쳐 차량으로 탄자니아의 아루샤를 경유해 모시까지 접근한 다음 마랑구 게이트(1,800m)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킬리만자로는 6개 등산로가 있는데, 대개 길이는 길지만 순탄하면서도 경치가 가장 좋을 뿐더러 하루거리에 산장이 마련돼 있는 마랑구 루트를 가장 많이 찾는다.

 

       

 ▲ 킬리만자로 정상인 우후루피크에 올라

    등정의 기쁨을 만끽하는 산악인들. 

 

코카콜라 루트라 불리는 마랑구 루트는 국립공원 사무소가 위치한 마랑구 게이트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입산료와 산장비가 약 500달러. 여기에 가이드비와 포터비가 추가된다. 첫날 숙박지인 만다라 산장(2,720m)까지는 고도 920m, 거리 7.8km로 5시간 안팎이 걸린다.

 

둘째 날은 호롬보 산장(3,720m)까지 오른다. 고도 1,000m, 거리 11.7km로, 6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호롬보 산장에서는 고소적응을 위해 하루쯤 쉬거나 혹은 마웬지 산장을 다녀온다. 호롬보 산장을 출발해 1시간 거리에 있는 마지막 샘에서 식수를 꼭 준비해야 한다. 키보 산장(4,700m)까지는 고도 980m, 산행거리 9.26km로, 5시간 정도 걸린다.

 

키보 산장에서 정상을 향해 출발하는 시각은 자정경이다. 이후 길만스 포인트(5,685m)를 거쳐 정상인 우후루 피크에 올라선 다음 다시 길만스 포인트를 거쳐 키보 산장으로 되내려선 다음 이 날로 호롬보 산장까지 하산하기에 등산고도 1,200m, 하산고도 2,200m에 산행거리는 등산 7.5km, 하산 16.76km에 이른다. 

 

   ▲ 해발 4,000m대의 삭막한 황무지에서 바라본 킬리만자로 정상.

 

정상까지 8시간, 정상에서 호롬보 산장까지 8시간 정도 걸린다. 이튿날에는 만다라 산장을 거쳐 마랑구 게이트까지 내려선다.

특별한 장비는 필요없지만, 호롬보 산장 이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특히 정상으로 향하는 날은 우모복 정도의 보온의류는 갖춰야 한다.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

 

칼스텐즈(Carstenz·4,884m)는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인도네시아의 이리안자야섬에 있는 오세아니아 최고봉으로, 적도 지방이지만 만년설이 존재한다. 동쪽은 파푸아뉴기니아, 서쪽은 인도네시아령에 속해 있는 이리얀자야섬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정글을 이루고 있으며 내륙은 거대한 산악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푼칵자야라고 부르는 칼스텐즈는 지도상에 간혹 5,030m로 고도가 표기되어 있기도 하나 4,884m가 통상 고도로 알려져 있다. 남부 해안에서 50여km 떨어져 있는 수디르만 산군에 솟아 있는 칼스텐즈를 처음 발견한 것은 1623년 네덜란드의 항해사 칼스텐즈로, 이후 푼칵자야라는 이름을 두고도 첫 발견자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이 봉은 1936년 콜리진과 도우지가 첫 등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1962년 오스트리아의 하인리히 하러와 템플이 초등한 이래 북쪽 벽에 13개 루트, 남면에 3개 루트가 나 있다.

 

     

 ▲ 칼스텐츠 정상에 오른 대한산악연맹 새천년 원정대.

 

94년 허영호씨 일행이 처음으로 등정한 이후 한국팀이 등반한 루트는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표고차 약 1,000m인 북면 루트로, 새벽 1~2시쯤 출발해 당일에 등반을 끝낸다. 정상부가 거대한 석회암 덩어리로 이뤄진 봉우리로 기존루트 중에는 천화대 암릉을 등반할 수 있는 5.8급의 암벽등반도 해야 한다.

 

칼스텐츠 등반의 관건은 등반 자체보다는 등반허가를 받아내는 일이다. 가장 좋은 어프로치 루트가 금·구리 광산으로 나 있어 2002년부터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안상의 이유로 등반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여러 산악인들이 광부로 위장하거나 군인과 경비원들을 매수해 이곳을 통과했다. 이 봉 입산이 금지돼 지금껏 오스트레일리아의 최고봉 코시어스코(Kosciuszko·2,228m)를 오르는 것으로 7대륙 최고봉 완등을 인정한 것이다. 

 

 

 ▲ 거대한 설원을 가로지르며 빈슨매시프 정상으로 향하는

     대한산악연맹 새천년 원정대.

 

           남미 최고봉 빈슨매시프

 

빈슨매시프(Vinson Massif·4,897m)는 남극의 서쪽 센티늘(Sentinel) 산맥의 엘스워스(Ellsworth) 산군에 속해 있는 남극 최고봉이다. 1966년 12월17일 7대륙 최고봉 중 마지막으로 미국팀이 초등했고, 우리나라는 1985년 11월29일 한국남극관측탐험대(대장 홍석하)의 허욱, 허정식, 이찬영 세 대원이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등정했다.

 

남극의 기상은 12월과 1월이 최상의 상태. 따라서 등반도 이 기간에 시도한다. 빈슨매시프 등반은 등반 자체보다 비용과 접근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 우선 대행사인 ANI(Adventure Network International)를 이용하지 않고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남극대륙의 출발기점인 칠레 남단의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에서 남극 탐험의 전진기지인 패트리어트힐(Patroit Hill)을 거쳐 베이스캠프까지는 왕복하는 데 1인당 무려 27,500달러를 내야 한다.

 

또한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출발이 1주일 이상 늦춰지기도 할 만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마젤란(Magellan) 해협과 벨링샤우젠(Bellingshausen) 바다를 통과하는 것도 문제지만, 빙원 상의 자연 활주로를 이용해야 하는 패트리어트힐에 착륙할 때 바람이 조금만 강해도 착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푼타아레나스에서 800km 떨어져 있는 패트리어트힐은 ANI의 남극 캠프로, 남극점 도보탐험이나 빈슨매시프 원정대와 남극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와 통신시설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브란스콤(Branscom) 빙하에 위치한 빈슨매시프 베이스캠프(2,100m)는 패트리어트힐에서 120km 떨어져 있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다.

 

이후 매일 오후 2시 이후 등반을 시작해 해발 2,900m, 3,100m, 3,900m지점에 캠프를 설치한 다음 등정에 나선다. 등반의 관건은 강한 바람과 추위. 경험자들의 말에 따르면 바람이 불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체감온도가 낮아지고, 우모복을 입은 채 침낭에 들어가도 추위를 느낄 정도라고. 따라서 히말라야 7,000m급 고봉 등반에 준하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 

 

글·한필석 기자/ 월간 산 437호 0603.

참고문헌 : <새천년 7대륙의 정상>,

사진·대한산악연맹 7대륙원정대, 박영석, 오은선, 김영미, 박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