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13 : 산행기] * 설화가 환상적인 태백산 산행! *

paxlee 2002. 1. 11. 10:44

 

태백산 산행을 출발해야 하는 저녁 9시에도 함박눈은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어 이런 날씨에 정녕 태백산을 가야할 것인지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였지만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새해를 준비하는 새해 일출맞이 산행을 출발을 하였다.

길음역에 도착을 하니 눈이 그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승차를 하여 동대문을 거쳐 양제역에서 모두들 승차를 하니 그린고속버스에 좌석이 모자라 스타렉스 12인승에 나누어 타고 밤 11시에 출발을 하였다. 한해의 그믐날 하얀 눈이 대지를 덮고 어두움이 세상을 감싸안고 있는 가운데 태백산에는 눈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을까? 그 정상 장군봉에는 얼마나 추울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등산객이 모여들까? 이런 저런 걱정아닌 걱정을 하면서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눈이 쌓인 길은 미끄러워 시간은 지체되었는데, 영월 고개를 넘어가는 동안은 버스의 달리는 속력이 점점 줄어 들어 속된 말로 엉검엉검 기어가고 있었다. 출발 후 공대장님은 새벽 4시쯤 화방재 종점에 도착하여 7시 40분 전에 장군봉 정상에서 일출을 맞는다고 예정하였는데 길이 워낙 미끄러워 새벽 5시 20분경에 도착하였다. 5시 30분쯤 산행을 시작하여 눈 쌓인 산길을 찾아 올라가기 시작을 하였다. 먼저 올라간 사람들의 발자욱이 별로 없어 산길을 눈으로 덮어놓아 랜턴을 켜서 들고 앞사람의 뒤를 이어 올라가다가 눈 쌓인 밭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아이젠을 하였어도 경사길을 오를 때는 미끄러워 주의를 하면서 일렬로 늘어져 얼마를 올라가다가 좌 우측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어느쪽으로 가야하는지를 무전기로 연락을 하니 무조건 좌측으로 가라고 하여 좌측길로 가다보니 계속 내리막길이다. 산행길이란 내려가고 올라가고 하는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므로 그러려니 하면서 가는데, 아무래도 이길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상하다고 하니 동행하는 분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여 다시 연락을 하여도 무전기가 연락이 안되어 오락가락하고 있는데, 가고파산악회 회원들은 소리치며 이길이 맞다고 하면서 지나가고, 피닉스, 한빛, 백운, 산빛, 제일 이렇게 여러 산악회 회원들이 한데 어울려 자기 동료들을 소리쳐 부르며 찾고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었다.

눈이 쌓여 길을 잘못 들어서서 헤매기를 한시간 넘게 우왕 좌왕 하다보니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한군데 모여서 오도 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되돌아가 그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야 한다고 하여 서로 동료를 확인하여 되돌아 가려고 하여도 길은 좁고 사람은 많다보니 쉽게 빠져 나아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정확히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 한명없이 이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시작하였다는 것을 생각하니 한심하기가 그 어느곳에 비교하여 볼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만한것이 공대장님이라고 한바탕 공대장님을 원망하면서 투들거리며 그 갈림길에 되돌아와 시간을 보니 새벽 7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이것은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 눈이 길을 덮어 놓아 길을 잘못 들어서서 그렇게 된 것이며, 어두운 밤이어서 주위 상황을 살필수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닭을 수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갈림길에 되 돌아와서 제일님들을 기다리면서 제일을 소리쳐 불러도 반응이 없다. 조금 있으니 고인돌님이 오셔서 함께 기다리다가 우리가 여기서 한시간 이상 헤매는 동안 후미는 이길을 지나갔을 테니 추격을 하자고 하면서 먼저 출발을 하였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편편한 조금 넓은 길이 나온다. 앞서가던 분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길을 놓치고 잘 못 들어선 것이 원인이었구나 하고 되돌아보게 되었다.

날씨는 잔뜩 흐려있고 일출이 7시 40분 경인데, 그시간에 정상에 날아가지 않는 바에야 도착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라가고 있는데, 유일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니 이젠 빨리 가려고 하여도 등산인파가 너무 많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고인돌님이 옆으로 옆으로 빨리가면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따라가고 또 밀리는 길에서는 지체를 하면서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눈은 더 많이 쌓여있고 상고대의 눈꽃은 더 많이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어서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그 감동은 완전히 신의 세계를 거닐고 있는 착각을 느낄정도로 눈꽃에 흠뻑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동쪽하늘에 해무리는 붉게 물들어가고 있어 일출의 시간은 가까워 지는데, 정상의 길은 멀고 태백산 일출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곳에서 한시간 이상을 헤매면서 그 아까운 시간을 다 까먹고 그 유명한 민족의 영산 태백산 장군봉 코밑에 까지 와서 일출을 못보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을 하니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 어둡기만 하던 하늘에 별이 보이고 어쩌면 다행히 먼저 올라간 분들은 일출을 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정상의 오름길을 한 3/2쯤 올라왔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이르니 벌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조금더 오르다 동쪽 하늘을 올려다 보니 구름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새해 새아침의 맑고 밝은 태양이 눈이 부시게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아준다. 그 밝은 빛의 정기를 가슴에 안으며 올해도 건강하게 하고싶은 일을 할 수있게 능력을 주시고 조금 더 즐겁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복을 주십시요. 그리고 우리 제일산악회 회원님들도 건강하게 산행을 무사히 할 수있게 보살펴 주시기를 기원하면서 계속하여 올라갔습니다. 이제 장군봉 정상이 얼마남지 않은 지점에 이르러 눈꽃이 너무 아름답고 해무리의 붉은 하늘의 배경이 멋있어 그냥 지나가기가 아쉬워 고인돌님과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고인돌님은 정상에 올라가면 바람이 불고 추우니 후미를 기다리자고 하고, 소나무는 앞서간 분들을 만나기 위하여 먼저 장군봉(1566m)정상에 올라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제일의 그리운 얼굴은 그 어디에도 없어서 너무너무 서운하였다.

우리 제일 님들이 기다려주지 않고 또 먼저 갔구나 하면서 천제단을 향하여 가는 길은 바람이 세차게 분다. 장군봉에서 300m 이기 때문에 10분도 안되어 도착을 하였다. 우선 천제단에 올라가 향을 피우고 눈으로 덮인 제단에서 두번 절하고 마음으로 소원을 빌고 제일회원들의 건강과 무사 산행을 기원하였다. 천제단은 신라시대에는 왕이 직접 제례를 올렸으며 그 전통은 고려와 조선조를 거쳐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지금도 개천절이면 하늘에 제를 지낸다고 한다.

태백산에도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살아서 천년을 살고 죽어서 천년을 버틴다고 하는 주목나무가 엄청나게 굵은 나무들이 많이 있는데 하나같이 굵은 주목나무는 속이 텅 비어있는가 하면... 아니면 세멘트로 땜질을 하여 나무색으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주목은 수백년 천년을 살아오면서 속을 비우고 살아가는 그 이유가 궁금하여 산을 오르면서 눈 길을 걸어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심끝에 얻은 결론은 주목처럼 천년의 세월을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들 보다는 보기싫은 것을 많이보아야 하고 마음 아픈일들이 더 많았을 테니까 그 많은 것들을 가슴에 쌓아놓고는 견디기가 너무 너무 힘들어서 마음(속)을 비우지 않고는 정녕 살아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한 점에 머물수 있었습니다.

천제단에 그 많은 인파가 모여있는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봐도 우리 제일님들의 얼굴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오전 9시쯤 도착하여 이제나 저제나 후미의 우리 님들이 오려나 하고 30분까지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다. 혼자서 웅커리고 서서 기다리는 그 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외롭고 추웠다. 그래서 먼저내려가기로 하고 문수봉으로 가는 길이 있고 당골광장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어 우리의 하산지점이 당골이므로 당골광장으로 통하는 하산길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오늘은 어쩌다가 이렇게 외톨이로 산행을 하게 되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는데, 어떤 젊은이가 미끄러지면서 나의 다리를 건드려 소나무도 같이 넘어지면서 그 젊은이의 몸에 부딪치면서 넘어져서 다치지는 않았다. 젊은이가 놀라서 긴장을 하면서 다치지 않았느냐고 문의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닐포대를 들고 다니며 내리막길에서 눈썰매를 타면서 내려가기도 한다. 그들은 그 만큼 눈 산행을 많이 한 경험자들이었다.

혼자서 추위에 떨면서 망경사에 10시쯤에 도착을 하니 절 입구에서 공대장님이 반갑게 맞아주는 데, 얼마나 반가운지 안아주고 싶었다. 후미를 올려보내고 망경사에서 만나기로 하고 공대장님은 중간에서 지름길로 망경사에 먼저 와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였다. 망경사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너무 고지대에 있어 그런지 절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게 보였다. 만경사에서 바라보이는 눈꽃의 절경은 올려다 보는 것과 평면으로 보이는 것과 내려다 보는 그 아름다운 상고대 눈꽃의 모습을 보고 또 보아도 잊혀지지 않도록 뇌리에 저장을 시켜놓았다. 절 입구에 용정(龍井)이라는 샘 물이 있는데, 龍井(1470m) 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로 개천절에 천제단에서 올리는 천제(天祭)의 제수(祭水)로 쓰인다고 한다.

용정은 이렇게 고지대에 있으면서도 아무리 가믐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졸졸 흐르는 물을 받아 공대장님과 나누어 마시고 있으니 아름드리님이 도착을 하고 10시 30분쯤 되니 많은 분들이 모여들기 시작을 하였다. 우선 추우니까 여기서 라면을 끓여먹고 가자고 하여 한편에서는 라면을 끓이고 빵과 귤을 나누어 먹으며 술 한잔을 나누며 추위에 웅커리고 기다리다가 대구팀이 먼저 끓인 뜨거운 라면을 먹으니 속이 따뜻하여 지는것 같다, 일부는 이길로 하산을 하고 일부는 문수봉으로 돌아 내려간다고 하여 그 팀에 참여하기로 하고 13명쯤이 출발하였다. 가다가 되돌아 보니 오지를 않아 소리쳐 알아보니 3명이 더 참여를 하여 조금 기다렸다가 함께 출발을 하였다.

11시쯤 망경사를 출발하여 문수봉에 도착을 하니 11시 40분이 다 되었다. 문수봉에 가지 않고 태백산을 다녀 왔다면 태백산은 돌과 바위가 없는 산이라고 할 만큼 흙으로 이루어진 둥글고 밋밋한 산이었다고 할 뻔 하였다. 문수봉 정상 100m 주위에는 수 많은 바위로 되어 있어 눈이 쌓인 바윗길은 더 오르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 정상에는 5-6년전 서울의 어느 처사가 쌓았다는 2m 넘는 돌탑 3개가 있는데, 아주 견고하고 아름답게 우뚝 서있다. 이 돌탑을 보는 순간 치악산의 그 돌 탑이 생각나는데, 그 탑의 주인공이 이탑을 쌓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돌탑의 양지바른곳에서 모두들 모여 쉬었다가 다시 하산길을 따라 출발을 하였다.

문수봉에서 내려오는 계곡길도 깊고 멀어서 많은 시간이 요구되었다. 얼마를 내려오니 맑은 개울물이 흐르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물이 낙동강의 발원지라고 하면서 눈에 엎드려 물을 먹어서 나도 같은 방식으로 맑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일어나 되돌아 보니 소나무가 또 너무 빨리 내려왔는지 우리 일행이 보이지를 않는다. 천천히 먼산 가까운 산을 바라보면서 한가롭게 내려오다보니 어느듯 평지에 이르렀다. 산 입구에서도 키가 쭉쭉 뻗은 낙엽송이 우거져 있었는데, 하산길에서도 낙엽송이 무리지어 있다.

주차장 가까운곳에 이르니 석탄박물관이 있어 이곳에 들어가 구경을 하였다. 1층에서 부터 7층까지 석탄의 종류에서 부터 탄광촌의 문화가 그곳에서 숨쉬고 있어서 아주 귀중한 석탄에 관계된 모든것을 한 눈에 볼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7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트를 타니 불이 꺼지고 탄광굴을 달리는 탄광열차의 소리를 내면서 내려와 그 열차를 타고 가는 느낌을 느끼게 하였다. 지하층에 도착을 하니 지하 갱도의 막장에서 석탄을 채취하는 그 모습을 원시 채시시에서 부터 나오면서 그 발달 순서에 따라 현대의 대형 채취기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을 재현하여 놓았는데,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자료를 볼수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되었다.

그래서 "광산촌의 금기"라는 글귀가 기록되어 있어 여기에 옮겨 본다. 이글에 그들의 문화가 녹아 있는것 같았다.
* 광부가 출근할 때 여자가 앞질러 길을 건너지 않는다.
* 흉몽(凶夢)을 꾼 날은 출근을 삼가한다.
* 갱내에 살고있는 쥐를 잡지 않는다.
* 도시락은 쳥색이나 홍색보자기로 싸고 밥은 4주걱을 담지 않는다.
* 까마귀 울음소리를 들으면 조심하여야 한다.

이곳에 들렸다가 혼자서 내려오니 또 주차장입구에 공대장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모두다 도착하였는데, 어디를 갔다가 이제서 오느냐고 한다.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그곳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오후 1시 30분 경에 서둘러 출발을 하였다. 우리가 산행을 시작한 화방재에서 대구팀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길음역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스타렉스에 타고, 동대문과 양재역 방향으로 가는 님들은 그린고속버스에 나누어 타고 나란히 출발을 하였다. 중앙고속도로에서는 씽씽 달려왔는데,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입구에서 많이 지체되었고 영동고속도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중부고속도로에 들어 서니 이곳에서도 지체를 반복하면서 무사히 서울에 도착하여 오후 7시 조금 넘어 7호선 태능입구역에서 하차를 하였다.

태백산 (1566m)은 높되 가파르지 않고 크되 험하지 않으며, 남성처럼 웅장하지만 여성처럼 부드러워 남여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의 영산이라고 하는 태백산을 순수한 우리 말로 옮기면 "크고 밝은 뫼"라고 부른다고 한다. 겨울 산행의 백미라고 하는 눈 산행의 멋과 상고대 눈꽃의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산행길에서 헤매기도 하였지만 그것은 모든일을 하면서 금년에는 너무 서둘지 말고 주위를 살피면서 정도를 찾아 가는 지혜를 가지라는 가르침으로 기억하려고 합니다.

저무는 해를 함께보내면서 제야의 종소리에 지난해의 아쉬웠던 모든 것을 날려 보내고, 2002년 새해 새아침에 태백산 천제단에 더불어 오른 제일님들의 가정마다 화목하고 내내 건강하시고, 하고싶은 일들을 열심히하여 꿈과 소망을 이루시는 새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함께 산행하여 주신 모든 분들도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1년 12월 31일 - 2002년 1월 1일 산행 - 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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