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산행기

[09 : 산행기] * 추석 연휴를 지리산에서 *

paxlee 2002. 1. 11. 10:39

        

* 추석 연휴를 지리산에서...!!! * - 6조의 지리산 종주기 -

추석연휴를 좀 더 유익하고 뜻 있게 보내기 위한 조그만 소망을 안고 그 어느 산보다 오르기 힘들다는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게 되었다.

2박 3일간의 지리산 종주를 출발하는 그린고속버스를 타기 위하여 10월 1일 오후 5시 30분에 길음역에 도착하여 승차를 하였다. 예정 되로 동대문과 양제동 서초구 구민회관 앞에서 산행 동료들을 승차시켜 7시가 넘어 출발을 하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50%는 낯선 새 얼굴들이었다. 공대장님의 인사말씀과 산행코스와 진행사항에 대한 설명을 하신 후 1조에서 9조까지 조장님들의 인사가 끝나고 각자의 닉네임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 서로의 우의를 다지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평택을 지나면서 닉이 '잘먹고 잘살자 '님을 태우고, 천안톨게이트를 돌아 나오면서 '뚜꺼비'님과 '야호'님을 승차시키고, 대전에서 4명을 더 태우고, 오다가 거창에서 6명을 태우고, 또 얼마를 오다가 2명을 마지막으로 승차시켜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새벽 2시경이었다.한 밤중이어서 배낭을 확인하여 메고는 각 조장을 중심으로 산행이 곧바로 시작되었다.

우리 6조는 뜨레모아님을 조장으로 하여 선유도님, beneticta님, bee님, 잘먹고잘살자님, 그리고 소나무가 한 조가 되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팀웍을 다져 나아가자고 다짐을 하면서 후미에서 랜턴을 밝히고 노고단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으로 크고 둥근 달밤에 별빛이 초롱초롱한 산중의 맑고 싱그러운 산 공기를 마시며 야간 산행의 맛과 멋을 경험하면서 3시경에 노고단 대피소 앞에 도착하여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완주를 비는 산신제를 공대장과 각지역 대장이 먼저 절을 하고 각 조별로 절을 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노고단 능선에 도착하여 구례쪽의 야경을 한번 둘러보고, 어둠속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우리 6조는 앞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어둠을 뚫고 돌과 물이 고여있어 치걱치걱한 길을 걸어서 삼도봉에 도착하여 숨을 고른 후 한번 더 사진을 찍고, 임걸령을 향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조별 산행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나아갔다. 달빛이 있지만 주위를 확인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 앞사람의 뒤만 열심히 따라 걷게 되어 진행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임걸령을 지나 뱀사골 갈림길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가자고 하였는데, 우리 6조는 앞서 진행하다가 550개의 계단 길을 내려오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지체하여 bee님과 앞서 나가면서 뒤를 돌아보아도 따라 오는 기척이 없다. 시계를 보니 6시전이어서 6시 20분 전후에 일출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면서 bee님에게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 천천히 올라오라고 한 후 속력을 내서 올라가고 있는데, 뜨레모아님이 베낭을 메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다가오더니 뱀사골 갈림길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였다고 하면서 토끼봉에서 기다려 달라고 하여 잠시 지체를 한 후 토끼봉에 제일 먼저 도착하니 6시 28분이었다. 일출은 산 위에 솟아오르고 있다. 조금 기다리니 bee님이 도착하여 둘이서 준비한 김밥과 떡을 먹고 기다리고 기다려도 6조는 오지를 않는다.

다른 조를 모두 보내고, 얼마 후 잘먹고잘살자님과 benedicta님이 도착하였는데, 선유도님에게 문제가 생겨 늦는다고 한다. 잘먹고님이 다시 마중을 나가고 얼마를 기다린 후 선유도님과 뜨레모아님이 도착을 하였는데, 선유도님은 정신을 못 가누고 있어 부축한 손을 놓자 쓰러진다. 잘살자님이 핀으로 침을 놓아 보기도 하였으나 효과가 없다. 옷가지를 꺼내어 땅바닥에 깔고 편하게 쉬도록한 후 선유도님이 안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6조는 종주를 계속할 수 있을지? 여기서 하산을 하여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 선유도님을 걱정하면서 깨어나기를 침착하게 기다려 주는 한마음은 우리조의 팀웍을 단단하게 다져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 오랜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9시 10분쯤 선유도님이 눈을 뜨고 툭툭털고 일어 나드니 이제 갈 수 있다고 하면서 출발하자고 한다. 모든 팀들이 모두 지나가고 우리는 9시 15분에 다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후미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천천히 산과 산이 어우러진 주위의 산들을 들러보면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연하천 산장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다. 물을 먹고 물병을 체워 다시 출발하였다. 공대장님이 3조에 낙오자가 있어 5명이 뱀사골로 하산을 하여 8조 터벅이님이 후미를 책임지게 되었다고 하면서 우리 6조를 앞세우고 후미에서 산행을 하여 우리는 가능한 빠르게 걸어가고 있으나 힘이 들기 시작하였다. 12시 20분경에 백소령대피소에 도착하니 식사중인 조도 있고 벌써 출발한 조도 있었다. 6조와 8조는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느지막하게 출발하여 선비샘에 도착하니 2시 40분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조금씩 지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선유도님은 계속 선두를 유지하면서 잘먹님과 bee님이 힘이 들면 야자하고 외치면 같은 구호를 외쳐가며 앞서가고 benedicta님과 뜨레모아님, 소나무가 뒤에서 따라가는 형태를 유지하며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었다. 세석산장까지의 그 코스는 힘든 발걸음을 더 지치게 하였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은 돌맹이가 너무 많았고 바윗길은 더 많은 힘을 요구하고 있었다. 5시경에 세석산장에 도착하여 볼일을 보고 어둡기 전에 장터목산장에 도착하기 위하여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그 능선 고개에서 다시 6조가 모여 팀웍을 다지고 모두 지친 몸을 이끌고 출발을 하였다.

산 고개를 하나 넘고 또 넘어도 돌맹이와 바윗길은 점점 더 걸음을 더디게 하고 이제는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오르고 내려가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도 장터목산장은 보이지를 않는다.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였다. 마지막 고개에 올라서니 고인돌님이 마중을 나와 있다. 이제는 지칠 대로 지친 몸 이여서 이를 악물고 걸어야 하였다. 드디어 6시 50분경에 장터목산장에 도착을 하여 우리 제일님들을 찾아도 어둠이 깔려 보이지를 않는다.

 

입구에 배낭을 풀어놓고 랜턴만 가지고 마중을 나갔다. 마지막 고개를 2/3쯤 올라가니 뜨레모아님과 benedicta님이 내려와 랜턴을 밝히고 시작한 산행을 랜턴을 밝히면서 장터목에 도착하게 되었다. 장장 17시간의 대장정은 힘들고 지친 고통의 길이었다. 이렇게 난 코스를 계획한 욕심 많은 공대장님을 원망도 하면서 걸어온 길이었다.

어둡고 쌀쌀한 바람이 부는 밖에서 늦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추위에 움추리면서 잠자리에 배낭을 옮겨놓고 코펠하나에는 밥을 짖고, 또 다른 곳에는 찌개를 끓여서 8조와 같이 맛있는 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마시고 간단히 마무리를 하였다. 사람은 많고 물이 귀하여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길바닥에까지 사람들이 잠을 자고있어 다리 사이를 더듬어 걸어다녀야 하는 산장의 밤은 다시 가고싶지 않은 미개인의 사회 같았다. 코고는 소리가 있기는 하였으나 너무나 지쳐 바로 단잠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3일 아침 옆에서 부서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물어보니 4시란다. 잠이 그리웠지만 일어나 담요를 개어놓고 배낭을 메고 나오니 어제의 날씨와는 다르게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가리고 있다. 일출보기는 틀렸으니 라면이라도 끊여먹고 올라가자고 하여 다시 8조와 어울려 라면을 끓여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5시 20분에 랜턴을 다시 켜 들고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을 하니 시작부터 바위가 길을 막고 있다. 계속 오르막길은 바위와 돌맹이가 걸음을 더디게 하고 있다.

 

멀리 지평선에 붉게 물들어 가고 있고, 길 좌우에는 고사목이 곧곧하게 늘어서서 지나가는 산행인들의 잘잘 못을 질타하기 위하여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르고 돌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게 험하고 경사도가 심하다. 어제의 여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6시 20분에 천왕봉에 도착하여 구름사이로 비치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일출이 있기까지의 구름 사이사이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빛의 연출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천왕봉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도 산행인이 너무 많아 차레를 기다렸다가 찍어야 했다. 다시 커피라도 끓여먹고 내려가자고 하여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중산리를 향하여 하산을 시작하였다.

고도가 높을수록 단풍은 아름답게 물들어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붉은색과 노오란색, 연초록의색, 소나무의 파아란색이 어울려 아름다운 색의 연출은 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더욱 경사도가 심하여 철계단이 있는가 하면 로프줄이 늘어져있고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내려가면서 즐겁게 인사말들을 하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혼자 올라오기에 -수고하십니다.- 하고 인사를 하였드니 그분은 -반갑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라고 말을 하여 나는 한동안 어리둥절하였다.

 

산행을 하면서 축하한다는 말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그 분은 나보다 한 수 앞서 생각하고 말을 하였으므로 나는 한참 후에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말의 의미는 지리산 종주를 하고 천왕봉을 다녀 내려오는 것을 축하한다는 이야기였다.

법계사 앞 땅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에서 물을 마시고 양치질을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많은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발목과 무릎이 따로 움직이고 있어 걸음걸이의 자세가 가지가색이었다. 얼마를 내려오니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이제 어느 정도 지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반가웠다. 먼저 온 님들이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있어 우리도 발을 물에 담그니 발이 시리다. 그리고 속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다. 먼저 왔다고 먼저 출발을 하여 우리도 서둘러 준비를 하여 내려왔다. 또 얼마를 내려오니 고무호스에 물이 흐르고 있어 세수를 하고 가라고 권하여 머리를 감고 수염까지 밀고 세수를 하고 나니 날아갈 듯이 시원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공대장님이 기다리고 있어 반가움의 악수를 나누고 함께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타고 종점에 도착하여 덕유산자락님이 만들어 왔다는 준비된 식사를 맛있게 먹고 술을 마시고 만남님이 준비한 배를 후식으로 먹고 단체사진을 찍고, 조별로 찍고, 모두들 무사히 하산하였다는 소식을 집에 전화로 전하고, 드디어 지리산 종주를 마감하고 귀경길에 올랐다.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소통이 원할하여 편하게 올라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밤10시였다.

우리 6조가 2박 3일간 한식구가 되어 그 힘들고 어렵다는 지리산 종주를 하루에 17시간의 강행군을 하면서 협력 합심하여 낙오자 없이 이루어 낸 이번 지리산 종주산행은 기념비적으로 잊혀지지 않는 산행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땀을 흘리고 수고하신 만큼의 보람도 얻어 오셨으리라 믿습니다. 지리산 종주에서 확인한 건강함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용기와 힘 이런 것은 그 어디에서도 배우고 익힐 수 없는 삶에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2001년 10월 1-3일 제일산악회 - 소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