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다양한 문화

-* 고산증치료에 비아그라가 필수품이다. *-

paxlee 2008. 2. 27. 21:27

 

               고산에선 여성도 비아그라 쓴다?

 

이제는 고산트레킹과 고산등반의 필수약품으로 자리잡아,
 
             
         ▲ 한국화이자의 진품 비아그라. 그러나 가짜도 이와
             너무도 흡사하여 일반이 구분하기란 매우 어렵다.
 
비아그라가 고산증 예방약으로 거의 확실하게 자리매김된 것 같다. 고산 트레커들은 물론 고산등반에 나서는 산악인들에게도 비아그라를 비롯한 발기부전치료제는 치명적 고산병으로부터 목숨을 지키는 필수 구호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코베아의 김동숙 사장(59)은 2004년 서울산악조난구조대의 네팔 로부제캉 원정에 격려단장으로 베이스캠프까지 동행한 적이 있다. 그때 확실하게 비아그라 덕을 봤다면서 이렇게 털어놓는다. “해발 4,200m쯤 되는 딩보체엔가에 다다랐을 때 으시시 떨리고 발도 차가워지고 하더군요. 아, 고소가 오는구나 싶었던 그 날 밤 잘 때 반 알(50mg)을 복용했는데, 곧 몸이 풀리고 따듯해지면서 잠이 스르르 오더라구요.
 
그렇게 잠을 푹 잤고, 다음날 아침 아주 컨디션이 좋아진 걸 느꼈어요. 그 날 이후부터 낮에는 다이아목스를 한 알씩, 잘 때는 비아그라를 한 알씩 복용했는데, 그 후 5,000m대의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까지 별 고생 없었어요. 예전엔 3,000m만 넘어도 고소증이 왔었거든요.”

정용희씨(48ㆍ실다비산악회)는 최근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5,642m) 등정 때 비아그라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제가 고소에 좀 약해서 고소에 가면 대개 어지럽고 졸립고, 손발이 저리고 하는 체질이라 이번 엘브루즈 원정 때는 처음 3일간 다이아목스를 복용했는데, 그래도 좀 어지러웠어요. 그래서 비아그라를 복용했더니 증상이 가시더군요.
 
숨은 좀 가빴지만 어지럼증이나 손발 저림증상은 없어졌어요. 등정 전날 밤, 그러니까 3,800m 지점 산장에서 자기 전(등정 7시간 전)에 50mg 먹고 출발 때(등정 2시간 전)에 또 복용하고 올라갔는데, 고소를 못 느꼈다 싶을 정도로 효과를 봤습니다.” 그러면서 정용희씨는 “일행 중 제 선배 한 분은 혈압이 높아서 의사 처방을 받아 비아그라를 사와서는 50mg씩 몇 번 복용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전한다.

그외, 비아그라 효과를 봤다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정씨는 “그때 산에서 웬 비아그라냐고 물었던 어느 동행자가 여러 사람한테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받았을 만큼 고산에서 비아그라 사용은 이제 상식이 된 것 같다”고 덧붙인다.
 
* 다이아목스와 작용기제 전혀 달라

고산 트레킹에선 이제 여성도 비아그라를 사용하는 추세다. 최근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다녀온 이기열씨(51ㆍ평택 여산회 전 회장)가 한 예다.

“2년 전 엘브루즈 등정 때는 구토증을 느낄 정도로 고소증이 심했어요. 그래서 석 달 전 킬리만자로 마차메루트 트레킹 갔을 때는 해발 4,600m 최종 캠프에 도착한 낮 12시경 반 알 50mg 먹고 밤 11시40분 정상 가기 직전에 또 한 알 먹었는데, 그 덕인지 모르지만 해발 6,195m 정상까지 올랐다가 하산할 때까지 고소증은 별로 못 느꼈어요.”

이씨는 해발 3,800m의 캠프에서 3일간 머무르며 고소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한편 킬리만자로 마차메 루트가 급경사인 엘브루즈와 달리 완경사인 등 등행 조건상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씨는 “분명히 효과를 본 것 같고, 그래서 또 트레킹을 간다면 꼭 다시 비아그라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만 여자가 비아그라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하며 웃는다.

기실 산악인들은 여러 해 전부터 비아그라를 고산등반용 비상약품으로 사용해왔다. 조형규씨(57)는 한국 산악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산악인으로서 눕체 동계 세계초등, 낭가파르밧 한국 초등, 에베레스트 남서벽 한국초등 등을 대장으로 이끈 한편 가셔브룸2봉, 로체 등정 등도 직접 해낸 산악인이자 함안에서 중앙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다. 그가 고산 원정대들에게 항상 여러 가지 비상약품을 채워 무료로 빌려주곤 해온 약상자는 한국 산악계에서 일종의 명물이 된 지 오래다. 그런 조 대장의 말을 빌면, 산악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아그라를 고산병 예방 겸 치료제로 써왔다고 한다.

▲ <좌> 부산세관 직원들이 압수한 가짜‘비아그라’. 고산에서 고소증에 걸렸는데 진짜 비아그라가 아니면 큰 낭패이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우> 국내에서 시판중인 여러가지 발기부전치료제. 모두 혈관확장의 효과가 있다.(조선일보 DB 사진)

“봄시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엔 이미 5년째 매년 등반대 의료봉사를 나오는 북유럽 출신 어느 여의사가 있어요. 그 의사가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처방해주는 약이 실은 비아그랍니다.”

그러면서 조 대장은 다이아목스와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다이아목스는 일종의 이뇨제 역할을 하는 것인데, 조금 장기간 쓰면 고소증은 좀 해소해주지만 신체의 밸런스가 깨지므로 무력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대원들한테 비아그라는 예방약으로, 다이아목스는 고소증이 온 다음 치료제로 쓰게 했어요. 증상이 심하면 두 약품을 같이 먹여서 저지대로 하산시켰고-. 하지만 베이스캠프에서 일단 고소적응이 되면 제2캠프 정도까지는 약을 복용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조 대장의 말을 빌면 비아그라는 폐, 성기, 뇌혈관의 순서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가장 무서운 고산병 증세인 뇌수종과 폐수종을 예방해준다는 것. 조 대장은 “해발 7,000m 이상의 고소캠프에서 뇌수종이나 폐수종이 오면 응급조치가 거의 불가능한데, 비아그라는 이런 치명적 상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품이라 할 만하다”고 말한다. 조 대장은 “동맥혈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로 측정해보면 바로 수치로 그 효과를 알 수 있다”고도 말했다.

여러 복용자들은 내일 정상길 상태가 어떨까, 눈보라는 오지 않을까 등등 다음날 산행에 대한 여러 궁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수면 중 발기 등의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실버원정대의 팀닥터로서 소아신장 전문가인 이재승 박사(신촌세브란스병원) 또한 비아그라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이 박사는 과거 킬리만자로 트레킹시 다이아목스를 효과적으로 사용케해 초심자들도 전원 등정케 한 적도 있다. 그런 이 박사에 따르면, 다이아목스와 비아그라는 작용기제가 크게 다르다. 다이아목스는 신체가 더 많은 산소를 대사하도록 해서 조직의 산소부족으로 인한 증상들을 최소화하는 것이며, 비아그라는 수축한 동맥을 확장시켜 혈류를 원활히 해 몸속에 산소의 공급을 늘여주는 역할을 한다.

해발 4,000m대의 고지대 거주민들은 호기, 즉 내뿜는 숨길 속의 산화질소 농도가 저지대 사람들에 비해 2배 정도 높다고 한다. 이는 혈액 속의 산화질소 농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며, 그러면 혈관이 확장되어 폐에 흐르는 혈액량이 많아져서 결과적으로 고소에서도 산소섭취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아그라가 작용하는 기제도 이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 킬라만자로의 트레커들. 비아그라가 아무리 효과가 좋다고 해도 ‘서둘지 않고 천천히’라는 원칙에 앞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권오길 교수(강원대 생명과학부)의 설명은 이렇다. ‘성기의 발기에는 자극이 있어야 한다. 정상인의 경우 시상하부의 성욕신호를 음경이 받으면 해면조직의 세포에서는 환상 지엠피(cyclic GMP·cGMP)라는 화학물질이 만들어진다(보통 때는 분비하지 않음). 이것이 동맥을 확장시키고 정맥은 꽉 닫히게 하여 음경에 피가 괴게 한다. 그런데 이 화학물질이 파괴되지도 않고 계속 분비된다면 문제다.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인체는 cGMP를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 이것을 분해하게 된다. 그 효소가 바로 포스포디에스트라제 5형(Phosphodiesterase type 5·PDE5)인데, 비아그라는 바로 이 효소의 억제물질이다.’

이 PDE5 효소는 고소에서 폐동맥 혈관을 수축시켜 호흡 곤란을 일으키게 하는 효소와 같으며, 그러므로 폐수종이나 뇌수종 같은 고소증상에 비아그라는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폐동맥 질환 앓던 아기 생명 비아그라로 구하기도

          

        

         ▲ 트레커의 짐을 나르고 있는 셰르파족 소년. 고지대사람들은

             폐혈류량이 높아 산소 섭취량도 많다.

             비아그라의 작용 원리도 이와 같다.

 

작년 초 미국에서는 6개월만에 태어난 미숙아의 생명을 비아그라로 구해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폐동맥 고혈압을 앓고 있던 아기는 불완전한 심장과 폐 때문에 산소 전달에 문제가 있었는데, 비아그라로 폐에 있는 미세혈관들을 확장시켜주며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양대산악부 에베레스트 원정대는 50여 알의 비아그라를 가져가 여러 대원이 사용해 보았다. 이중 등정자인 석진호 등반대장은 제3캠프에서 제4캠프로 올라갈 때 예방 차원에서 복용해봤는데 이미 고소순응이 된 상태여서인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산등반이 처음인 20대 후반의 젊은 홍석훈 대원은 “6,400m의 제2캠프 이하에선 다이아목스를 복용했는데 별 효과를 못 느꼈고, 6,400m 이후 고소에서는 매일 아침 캠프 출발 직전에 비아그라를 한 알씩 복용했는데 뒷골이 땡기던 증상이 사라졌다”면서 “고산등반을 다시 하게 되면 비아그라를 또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아그라 외에 자이데나,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의 발기부전치료제도 기본적인 작용기제는 모두 똑 같다는 점에서 고소증에 대한 효과도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들 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데, 비뇨기과는 물론 내과, 가정의학과 등에서도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비뇨기과에서 처방하는 비율은 30%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메일을 보내 싸게 판다고 하는 것들은 가짜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약국에서 파는 것들 중에도 가짜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약사인 조형규씨의 말을 빌면 외양만 보고 일반인이 가짜 여부를 판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평소 단골로 다니는 믿을 만한, 그리고 한국 화이자 본사에서 직접 약을 떼어오는 약국에서 파는 약을 사는 것이 그나마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비아그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소매가가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대개 100mg 한 알에 14,000원 안팎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킹시 비아그라를 찾는 사람은 날로 늘고 있다는 것이 조형규씨의 말이다.

이렇듯 비아그라 류의 고산증 예방효과가 거의 부동의 사실로 굳어진 것 같다. 산소통처럼 고산등반을 그만큼 쉽게 만드는 확실한 보조수단이 된 것이다. 이렇고 보면 고산 등정시 무산소 여부가 아니라 무비아그라 여부를 따지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 글 안중국 차장 월간 산 [459호] 2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