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MTB 라이딩 <하>]
토롱라 내려서니 고소증 싹…‘룰루랄라’
베시사하르~토롱라~베니 234.66km… 베니~포카라는 버스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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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진 길을 가로지르려고 강변으로 내려섰다가 자전거로 강물을 건너지 못하고 낮은 곳을 찾아 찬물에 들어선다. 물살의 부드러움 속에 거친 모래, 각이 진 자갈을 번갈아 밟으며 건넜다.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돌과 모래는 금세 차가웠던 발을 데워주어 몸 속의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다. 내친김에 강 끝까지 걸어가자고 했지만 연약한 발바닥은 거친 자갈돌에 견디지 못해 얼마 못 가서 다시 신발을 신고 자전거에 올라탄다.
이미 버스를 타고 온 가이드는 로지를 잡아놓고 기다리고 있다. 로지 방에 들어가니 그동안 묵었던 로지보다 시설이 뛰어나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깊숙한 골짜기에 시설과 조경을 정말 잘 해놓았다. 식당에 가보니 이곳 게시판에는 자전거 라이딩하러 온 팀의 사진도 걸려 있는데, 이 집을 칭찬하는 글의 일색이다.
- ▲ 묵티나스에서 하루 머물고 아침나절 마을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곳부터는 차가 다녀 길이 비교적 양호하다. 비 온 뒤라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어 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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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자보았다고 하는 로지에 들어가 여장을 푸니 쥐 똥오줌 냄새가 지독하고 저녁부터 내린 비로 천장에서 물이 샌다. 며칠째 저녁이면 비가 내린다. 그래도 새벽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비가 그치니 걱정이 되지 않는다. 타토파니 온천에 가서 목욕을 할까 했는데, 석회성분이 섞인 물이라 회색빛이 돌고 지저분해 마음이 싹 가신다. 로지 샤워룸에서 햇볕에 데워진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하루의 일과를 끝낸다.
묵티나스부터 베니(Beni·848m)까지 차량 이동 수단이 없다. 고용인들이 자전거를 쫓아오지 못해 그들이 걸을 수 있는 거리만큼 일정을 줄인다. 번다로 인해 모든 교통수단이 정지된 이후 포카라까지 자전거로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 많다.
- ▲ 묵티나스를 출발해서 카로파니(2,531m) 마을 로지에서 여정을 끝내고 셀카 한 장 팍. 얼굴에 선크림을 바른 현우와 내 얼굴이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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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베니로 들어가니 번다로 인해 거의 모든 가게는 셔터를 내리고 유령 도시처럼 고요하다. 갑자기 윗길에서 고함 소리가 들리더니 번다 행진이 우리 앞으로 지나간다. 이곳 시골에서도 수백 명이 구호를 외치고 소리를 지르며 마을 주도로로 행진하고 있다. 일부 데모꾼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행진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우리의 데모대 모습이다.
버스 정거장에서 콜라를 한 잔 마시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데 현지인이 다가와 포카라까지 밤에 몰래 택시로 태워주겠다며 거액을 달라 한다. 깎아보려 했으나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 사람들의 성격대로 가면 또 다른 택시 운전사가 협상하러 올 것 같아 기다리고 있자니 역시 다른 사람이 온다. 헌데 처음에 찾아왔던 택시 운전사가 뭐라고 하더니 그냥 돌아간다. 처음 온 택시 운전사가 이 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모양이다.
호텔로 들어서자 우리 고용인들은 포카라까지 그냥 걸어가자고 한다. “너무 더워 당신들이 힘들어다”며 차를 다시 알아보라고 했지만 이들의 15일치 급료를 단 5시간 만에 써버리는 것이 아까웠던 터라 아내에게 걸어가는 일이 생기면 경비 쓰고 남은 돈을 택시비 대신 저들에게 보너스로 주자고 했다.
- ▲ 묵티나스에서 카로파니까지 운행 기록. 전체 일정 중 하루 이동 거리가 가장 긴 날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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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닭 먹었지만 번다 풀려 포카라까지 값싼 버스로 이동번다 때문에 셔터를 내린 생닭 가게를 찾아가 몰래 한 마리를 주문하고 호텔 주방에 한국식 요리인 백숙을 부탁했다. 고용인들과 둘러앉아 오랜만에 먹어 보는 백숙에 아내는 “대원 잘 둔 덕에 호강한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호텔에서 청구한 불 사용료는 닭 값의 두 배다. 결국 비싼 백숙을 먹은 셈이 되었다.
베니가 848m로 인수봉 높이와 비슷한 고도이지만 햇볕이 비출 때부터 그냥 걸어갈 수 없는 지경이다. 새벽 먼 길을 가기 위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움직여 출발 준비를 하는데 고용인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번다가 풀려 오늘 아침부터 버스가 다닌다는 것이다. 정말 다행이다. 도로를 따라 포카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것을 생각하니 내리쬐는 햇볕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내심 걱정했는데 일이 잘 풀렸다.
버스 터미널로 갔더니 어제 우리에게 택시 흥정을 해왔던 운전사가 보인다. 그는 약간 뾰로통한 얼굴로 우리가 짐을 버스에 옮겨 싣는 것을 보고 있다. 아내는 말한다.
“바보. 어제 깎은 가격으로 포카라에 갔으면 돈 좀 벌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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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박 12일 동안의 총 라이딩 거리는 234.66km.
* 1일차 목적지인 바훈단다를 거치지 않고 도로로 간다면 95% 이상 하루에 가능하다. 7일차는 라이딩을 끝내고 마낭에서 하루 쉬었다. 라이딩 %는 필자의 주관적인 수치임.
* 라이딩 시간은 올라갈 때는 보통 트레커 걸음보다 늦고 내려갈 때는 빠름.
* 위 데이터는 가민GPS를 활용했음.
- 글·사진 유학재 필라코리아 기술고문 / 월간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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