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단장한 광화문

▲ 8월15일 제막식을 가진 광화문 현판. 고종 중건 때의 한자 글씨를
디지털 복원한 것이다.
조선왕조의 정궁(正宮)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이 15일 다시 열렸다. 1865년 고종 때 중건 당시의 자리에서 원래 모습으로 찾아온 것이다. 2006년 12월 복원 공사를 시작한 지 45개월 만이다. 이날 오전 옛 모습을 되찾은 광화문의 현판 제막식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의 식전 행사로 거행됐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복원 공사를 지휘한 도편수 신응수 대목장(大木匠) 등이 광화문의 웅장한 자태를 지켜봤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앞 화면에서는 조선 태조4년(1395년) 처음 세워진 이후 615년 동안 나라의 흥망성쇠를 함께 겪어온 광화문의 역사가 사진을 통해 펼쳐졌다.
1890년대의 광화문 전경부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기의 모습, 1968년 1차 복원됐던 모습과 이번 복원 과정 등이 차례로 지나갔다.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끝난 오전 10시 30분쯤 광화문 개문식(開門式)이 열렸다. 한복 차림의 이명박 대통령과 이건무 문화재청장을 비롯해 독립유공자와 각계 대표들, 어린이 대표들로 구성된 개문식 참가단이 의장대가 늘어선 길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했다.
웅장한 피리 소리와 함께 경복궁 수문장이 개문(開門)을 명하자, 붉게 칠해진 광화문의 세 홍예(아치)문 중 가운데 문이 활짝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경복궁 전각의 첫번째 문인 흥례문(興禮門)이 또렷하게 정면으로 눈에 들어왔다. 일제 통치의 영향으로 틀어졌던 광화문이 원래 위치와 각도를 되찾은 것이다.
개문식 참가단은 풍악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선시대 임금만 드나들 수 있었던 가운데 문을 통해 경복궁으로 들어섰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부터 일반 시민에게 완전히 개방된 광화문은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걸어보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 하루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15만명이 '왕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뜻을 가진 광화문 앞에 서서 광화문 복원이 새로운 국운 융성의 계기가 되길 기원했다.
시민들은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광화문 앞에서 사진 찍기에 바빴고, 일부는 문루(門樓)에 올라가 광화문 광장을 지켜보았다. 경기도 수원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는 송재창(78)씨는 "일제가 훼손했던 광화문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되찾은 것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나라의 문이 다시 열렸으니 좋은 기운이 들어와 경제도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광화문을 찾은 이희진(13)양은 "광화문 복원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처마도 날렵하고 단청도 아름답다"며 감탄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조선왕실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이자 한국 역사의 아이콘인 광화문 복원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일제 때 비틀어진 위치와 각도 등이 제자리를 되찾고 문루도 원래대로 목조로 복원한 만큼 우리 국민의 자긍심과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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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을 지키는 수호신 해태상 -
1990년 시작된 '1차 정비' 마무리 내년부터 궁중 생활·문화 복원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을 1865년 고종 때 중건(重建)된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은 1990년부터 20년간 진행돼온 제1차 경복궁 종합정비 사업의 마무리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조선왕조 정궁(正宮)인 경복궁의 기본 틀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1차 종합정비 사업은 옛 조선총독부 청사 등 일제 잔재를 철거하고, 경복궁 정전(正殿)과 편전(便殿), 침전(寢殿), 동궁(東宮), 빈전(殯殿)의 주요건물을 정비했다.
이에 따라 임금이 신하들의 조회 의식을 받거나 사신을 맞던 근정전과 근정문을 보수하고, 왕의 침실인 강녕전(康寧殿)과 왕세자부부 생활공간인 동궁의 주(主)전각 자선당(資善堂), 궁성 안쪽에 위치한 첫 번째 문인 흥례문(興禮門), 명성황후 시해의 비극을 간직한 건청궁(乾淸宮) 등 건물 89동이 복원됐다. 남아있던 건물 36동까지 합하면, 고종 당시 500여동이 있던 궁궐 전각의 25%인 125동이 옛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동십자각 주변의 궁궐 담장 설치와 하수암거 이설 공사가 12월까지 예정돼 있지만, 이번 광화문 공개로 경복궁 1차 종합정비 사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사업에는 모두 1571억원이 투입됐다.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2011년부터 2030년까지 5400억원을 투입해 제2차 경복궁 종합정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차 종합정비 사업은 궁궐의 생활 및 문화환경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1단계로 2011년부터 5년간 침전 영역에 집중해서 궁중 생활문화를 복원하고, 2단계(2013~2018년)는 통치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승정원 등 궐내각사(闕內各司) 영역, 3단계(2016~2020년)는 제왕(帝王)의 교육장소이기도 했던 동궁 영역, 4단계(2019~2023년)는 왕·왕비의 여가장소였던 후원 영역, 5단계(2022~2026년)는 궁성을 지키던 중앙군 총사령부였던 오위도총부(五衛都摠府) 영역, 6단계(2024~2030)는 역대 임금의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모시던 선원전(璿源殿) 영역을 차례로 정비한다.
2차 종합정비 사업을 통해 254동의 전각을 복원할 계획이며, 이 사업이 끝나면 경복궁 전각 379동이 옛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는 고종 당시 전각의 76%에 해당한다. 김원기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장은 "1차 사업이 경복궁의 뼈대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차 사업은 살을 붙여 나가는 과정"이라면서 "2차 사업이 끝나는 2030년쯤에는 사실상 고종 당시의 경복궁 모습을 거의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 글 / 이태경 / 김기철 / 조선일보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