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다양한 문화

-* 꿈의 '안나푸르나' 라운딩 <1> *-

paxlee 2010. 12. 21. 21:20

꿈의 '안나푸르나' 라운딩 <1> 신들의 산책로   

꿈의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어로 '곡식과 풍요'라는 뜻이란다. '안나'는 물이 풍부한 것을, '푸르나'는 생산을 높인다는 의미로 힌두교에서 농사와 관계된 여신을 의미한다. 인도 대륙과 티베트 고원을 동서로 가르고 흐르는 네팔 히말라야의 중심선에 안나푸르나의 제1봉(8,091m)을 비롯한 안나푸르나의 산군들이 위치하며 동쪽으로는 '마나슬루(8,156m)' 산군과 접하고 서쪽으로는 다울라기리(8,167m)가 서로 연접하여 거대한 하나의 산군을 이루고 있다. 8,000m 이상의 고봉중에 열번째에 해당하며 8,000m가 넘는 고봉 14좌 중 인간의 발걸음을 처음으로 허락한 산이다. 일찍부터 교역로를 따라 트레킹 코스가 발달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안나푸르나 라운딩'은 안나푸르나 산군을 한 바퀴 크게 도는 안나푸르나 일주 트레킹코스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은 5,416m의 토롱라(Thorung La)다. 야카와캉(Yakawakang·6,482m)과 카퉁캉(Kathungkhang·6,484m) 사이로 넘어가는 이 고갯길은 티벳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낭'지역과 은둔의 왕국으로 알려진 '무스탕' 지역을 양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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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포 아래서 그네를 타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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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길을 떠나다

 

무작정 서울을 떠나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한 것은 10월 9일이었다. 현지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동행할 포터 한명을 부탁한 뒤 혼자 생면부지의 오지인 안나푸르나를 향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5일. 그 중에서 서울에서 트레킹의 시작점인 베시사하르까지 이틀, 종착점인 나야풀에서 다시 서울까지 돌아오는데 이틀이 필요해서 트레킹은 단 11일 뿐이었다.

 

하루 20km에서 많게는 하루 35km를 혼자서 걷고 또 걸었다.

보통 3,000m가 넘으면 고소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번 코스는 5,416m의 토롱라 패스가 있다. 이 곳을 무사히 넘는 것이 이번 산행의 관건이 될 터였다. 고산에서의 트레킹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문제와 싸워야하고 거리와 상관없이 하루 500m 이상 고도를 올릴 수 없다. 고소적응을 위해서 3,000m 정도에서 하루나 이틀을 쉬어야 하지만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안나푸르나'가 나를 안아주면 무사히 넘어갈 것이고 '안나푸르나'가 허락하지 않으면 되돌아갈 수 밖에...

 

'지금부터 짧았지만 고통스러웠고 잊을 수 없는, 낮선 곳으로의 여정을 기록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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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온 단체 트레커들이 쇠줄로 만든 구름다리를 지난다. 안나푸르나는 유럽 트레커들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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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시작점인 베시사하르에서 3시간쯤 걸으면 처음으로 안나푸르나의 설산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마을 불불레에 도착한다.

마을 초입에 긴 구름다리도 처음 만난다. 처음 만난 구름다리에 잠시 흥분하기도 했지만

트래킹을 하는 동안 이런 구름다리는 수도 없이 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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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그렁, 덩그렁" 맨앞에 선 당나귀 목에 걸린 '워낭소리'가 정겹다.

윗마을로 윗마을로 삶에 필요한 물품을 나르는 당나귀 무리를 따라 길을 재촉한다.

당나귀의 무리의 이동속도는 매우 느린 것 같지만 결국은 그들을 앞질러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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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말리기. 사과는 매우 작아서 탱자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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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사가 거의 없어 밋밋한 하루를 지나자 갑자기 낯선 풍경들이 날 끌어안는다.

안나푸르나와 마나슬루 사이에 마르샹디 나디(강)이 흐른다. 길을 계속 계곡을 따라 이어지고 길을 걷다보면

마르샹디 강은 까마득한 절벽아래서 소용돌이 치며 흘러간다. 

 수백미터의 폭포들이 산 정상에서 바로 강물위로 낙하하는 꿈같은 장관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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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색으로 표시된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

베시사하르를 출발하여 토롱라 패스(5416m)를 넘어 시계반대방향으로 진행하여 나야풀까지 보통 18일이 소요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들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매우 다양하고 잘 발달되어 있어 성수기인 10월부터 12월 사이에는 트레커들로 붐빈다. 짧은 '푼힐' 코스와 중간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 가장 긴 '안나푸르나 라운딩'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1. 푼힐(3,193m) 코스

   푼힐 코스는 포카라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나야풀에서 시작한다. 힐레, 울레리를 지나 말들이 쉬어간다는 고라파니까지 가야한다. 힐레에서 울레리까지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심한 돌계단길이어서 매우 힘들다. 보통 힐레에서 하루를 자고 고라파니에 도착하면 다음날 오후가 된다. 3일째 새벽에 일어나 약 50분정도 걸어서 푼힐에 오르면 안나푸르나 산군과 다울라기리 산군의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출을 본 다음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하산. 내려오는 길은 하루면 충분하다. 고소 적응이 필요없어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2.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 코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 역시 나야폴에서 시작한다.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는데 4일, 하산에 3일 정도 소요되고 중간에 고소적응을 위해 3,000m 정도에서 하루를 쉬는 것이 좋다. 3,000m 이상 고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일정을 잡으면 고소증세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푼힐 코스와 묶어서 열흘 정도 잡으면 여유있는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지도에서 청색으로 표시된 루트)

 

3. 안나푸르나 라운딩(5,416m)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는 18일 이상이 소요되고 고소적응과 거리때문에 상당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고소적응에 실패하거나 눈이 쌓여 등산로가 막히면 5,416m의 토롱라를 넘기 힘들다. 네팔 사람들이 진정한 샹그릴라의 땅이라고 부르는 마낭지역의 풍경과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는 무스탕의 경이로운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은 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까?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는 트레커들은 대부분 베시사하르에서 출발하여 토롱라를 넘는 코스를 택한다. 물론 시계방향으로 도는 트레커들도 있지만......

안나푸르나 라운딩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토롱라를 넘을 때 시계 방향으로 넘으면 묵티나트(3,800m)에서 토롱라(5,416m)까지 하루에 1,600m 이상의 고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고소적응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 마지막 롯지가 있는 토롱패디(4,800m)에서 600m만 오르면 정상에 도달하고 바로 묵티나트로 하산하기 때문에 고소적응이 용이하다. 그래서 많은 트레커들이 시계반대방향을 택하게 된다.

고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하루 500m 이상 고도를 높이면 안되고 3,000m와 4,000m에서 반드시 하루정도 휴식을 해야한다.

 

여정

 

제1일   서울-카트만두

제2일   카트만두-베시사하르(카트만두에서 트레킹의 시작점인 베시사하르까지 자동차로 7시간 소요)

 

제3일   베시사하르-불불레-느가디-바훈단다-샹제

제4일   샹제-탈-다라파니-바가르찹

제5일   바가르찹-다나규-차메-브라탕-두쿠리포가리

제6일   두쿠리포가리-피상-훔데-브라가

제7일   브라가-마낭-군상-야크카르카

제8일   야크카르카-레타르-토롱페디

제9일   토롱페디-하이패스-토롱라-묵티나트

제10일  묵티나트-카그베니-좀솜-마르파-툭체-나르중

제11일  나르중-칼로파니-레테-다나-타토파니

제12일  타토파니-시카-고라파니

제13일  고라파니-푼힐-고라파니-울레리-힐레-나야폴-포카라

 

제14일  포카라-카트만두(경비행기 30분)

제15일  카트만두-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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