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다양한 문화

-* 꿈의 '안나푸르나' 라운딩 <5> *-

paxlee 2010. 12. 25. 21:27

 

 

                    안나푸르나의 사람들

 

"나마스떼" 네팔 말은 이 한마디 밖에 배우지 못했다.

'내 안에 있는 신이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신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산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나마스떼"라고 하면 상대방도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한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여유가 없었다.

보이는대로 "나마스떼"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신기한 것은 그들의 반응이었다.

낮선 이방인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대면 카메라를 피하려 하거나 싫은 표정을 하는 것이 보통의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안나푸르나에서 나의 카메라와 마주친 사람들은 카메라를 피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아주 오래된 연인이나 친구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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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포터들. 포터들 중에는 나이어린 소년들도 많았고 여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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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들고 20여년의 고행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자신 없는, 가장 어려운 사진은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찍는 것, '포트레이트(portrait)' 사진이다. 사람의 얼굴을 카메라로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겪은 세월과 깊이가 보인다. 자기의 생각과 주관이 뚜렷하면 사진에서도 그 표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생각없이 입만 나불거리는 인사라면 셔터 소리에서 벌써 그 사람됨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관상쟁이가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안나푸르나의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는 것은 참 편안했다.

카메라를 거부하지도 않고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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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땔감을 구해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짧은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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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하는 처녀. 안나푸르나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왼쪽 코에 피어싱을 했다.

왜 왼쪽인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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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가. 티벳 난민촌 앞에서 짐을 나르다 잠시 쉬고 있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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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낭가는 길 훔데 마을 입구에서 갓 구운 빵을 팔던 소녀. 영어도 썩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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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타토파니 초입에서 트레커들에게 과일을 팔고 있는 여자 어린이들.

사진을 찍고 30Rs(500원정도)의 과일을 사서 먹어봤는데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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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사람들의 삶은 누추하고 빈곤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자유롭고 풍요로웠다.

 

자유는 항상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영혼은 자신을 타인에게 내 보이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타인을 배척하고 시기한다. 안나푸르나 사람들은 자신의 궁핍을 내보이는데 꺼려하지도 않았고 남의 것을 탐하지도 않았다. 네팔인들의 행복지수는 항상 세계 상위권이라고 한다. 물질적 탐욕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서울은 어떠한가.

투쟁하고 남의 것을 탐하고 이웃을 시기하고 조금이라도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누르려하지 않는가

  

                     - /바람처럼/ - 카메라와 길을 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