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다양한 문화

-* 스위스 산악 열차 [3] *-

paxlee 2011. 2. 11. 10:52

 

스위스 산악 열차 [3]

 

알프스에서의 첫 밤, 목동의 어깨에 내려 앉은 별이 되는 꿈도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되어 초원을 달리는 꿈도 꾸어보지도 못한 채 달고 깊은 잠을 잤다

드디어 소원하던 산악열차  알프스의 영봉 융프라우에 오르는 날이다. 

고산지대인 스위스는 기후 변화가 크고 일교차도 심하다.

융프라우는 여름이 우기여서 山이 허락해야만 그 얼굴을 볼 수 있다는 말도 있어

자난 밤 하늘에 뜬 반달과 별을 보면서도 조금 염려가 되었다.

 

48944582.jpg 스위스 picture by youngsphoto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의 커튼을 젖힌 순간 방금 헹구어 건져 놓은 듯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며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눈 덮힌 알프스가 거기 우뚝 있었다. 융푸라우가 내게 허락하는 것 만이 아니라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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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융단을 펼쳐놓은 알프스 산자락은 그 자체로 햇살 좋은 테라스였다.

그 테라스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앙증맞은 통나무집들.

잠이 채 달아나지 않은 내 눈 앞에  갑자기 펼쳐진 이 풍경들은 

좀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정결하고, 평화롭고, 온화했다.

 

83c59916.jpg Swiss picture by youngsphoto

  스위스 전통 가옥인 샬레(Salet)스타일로 지어진 호텔

 

유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아침 식사이다.

아침을 정식으로 먹는 유럽에서는 빵에 훈제 육류와 어류,

치즈와 요구르트 신선한 과일과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왠만한 호텔에선 아침 식사만큼 성대하게 차려 내놓는다

 

도마 위에 놓고 쓱싹쓱싹 자 호밀빵에  스위스 치즈와 훈제 연어를 얹어

 스위스 전통복장의 종업원이 가져다 준 커피로 아침을 먹고 (아! 거품낸 뜨거운 우유를

탄 진한 커피는 정말 맛있다) 인터라켄(Interaken)역을 향해 출발했다.

 

역까지는 1시간쯤 내려가야 했지만 융프라우에서의 고산증을 덜기 위해

일부러 해발 1,500m 위에 있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것이었다.

 

4-8.jpg picture by youngsphoto

 

더 할 수 없이 맑은 공기, 잘 부풀린 빵처럼 보드랍고 따스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딸랑딸랑~ 방울소리. 

 

척박한 산악지대를 정부의 보조를 받아 목초지로 개간하여 자부심으로 가꾸어진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스위스의 마스코트인 소들의 워낭 소리다.

 

a492fbdd.jpg picture by youngsphoto

 

스위스의 목축업은 봄이면 산중턱에다 풀어 놓아 사육하고

겨울엔 마을의 계곡으로 몰고 내려와 사육하는 알프스식 이동목축업이다.

 

그래서인지 산 중턱에 이런 통나무 집들이 많지만 허름해도 정갈하고 정겨워

겨울용 땔감으로 쌓아놓은 장작들은 하이디의 할아버지가 패 놓으신 것이고

통나무 집에선 하이디와 목동 `피터`가  금방이라도 뛰어 나올 것 같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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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에 옹기종기 지어있는 샬레(Shalet)는 하나하나가 추를 달고 째깍거리는 시계같다.

샬레(Shalet)는 스위스 축산 농가 전통 목조가옥으로 주로 1층은 헛간이나

창고로 사용하며 2층은 부얶과 거실, 3층은 침실로 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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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이 많은 곳이라 눈과 비를 피하기 위해  처마를 길게 늘여 멋진 석가래를 하고

나무벽은 조각을 하거나 색칠로 장식하고 창에는 알록달록 예쁜 셔터를 단다.

  

샬레(Shalet)의 지붕 바로 아래에는 이 집처럼 1951이라든가 1873, 1906 등의

숫자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데그 샬레가 지어진 연도이다.

 그만큼 샬레의 전통을 자랑스러워하는 스위스는융프라우 지방에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한다.

 

변해야 산다, 변화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라고 부르짖는 요즘 세상에서

변하지 않으면서도 자알~ 사는 모습이 무엇인지고색창연한 몸으로 보여주는

샬레(Shalet)는 차라리 신비스러웠다.

 

문득 눈에 들어 온 어느 샬레의 뒤편 창가. 빨래 집게로 널어놓은 옷가지가 아니었으면

나는 그곳이 영영 동화의 나라인 줄 알았으리라. 

 

db95f272.jpg picture by youngsphoto  

 

인터라켄 동역(Interaken OST)에 도착하였다. 일년에 백만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는

인터라켄 동역은 의외로 작고 아담하였다. 역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배낭에

겨울용 잠바와 준비물을 넣어 둘러매고 역사로 들어서니 아침 9시인데도 창구는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우리 말도 간간히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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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를 오르는 관문인 인터라켄(Interaken)은 브리엔츠 호수와  툰 호수 사이에 위치하여 ‘호수 사이’라는 뜻이다. 동역(東驛)과 서역(西驛)이 있는데 동역에서 산악기차를 타고 가다 라우터부루넨역에서 톱니바퀴 기차로 갈아탄 뒤 클라이너샤이덱 역에서 다시 한번 갈아타야 된다.    "神은 스위스를 알프스에 가두었으나 그들은 알프스에 철도를 만들어 그것을 극복했다!" 라는  유명한 수식어가 따르는 스위스의 산악기차에 드디어 오른 것이다.  

 

시속 10Km로 잔잔히 달리는 기차. 몸은 수초처럼 흔들리지만 가슴은 쿵쾅쿵쾅 요동을 친다. . .    

"스위스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의 한가운데 위치하여 오랫동안 열강들의 힘이 상충하는 지역이었다. 자칫 어느 한곳에 속할 수 있는 위험성을 늘 안고 있는 스위스는 열강들의 힘을 견제하는 방법으로 폐쇄가 아닌 개방 정책을 택했다. 그것이 바로 철도였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모든 열강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내주면서  어느 나라도 쉽게 차지할 수 없는

나라(중립국)를 지향한 것이다.    

 

그토록 중요한 지역을 어느 한 나라가 차지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스위스는 바로 이런 강자의 심리를 역이용하고, 그 사이에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생존의 법칙을 터득했다.   우리나라 경상도 크기만한 면적에 150년 역사를 지닌 철도 총 길이는 5,000Km. 기차로 가지 못할 곳이 없는 나라, 스위스는 기차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렀고, 다시 기차를 통해 미래로 향하고 있다."

 

   b40daae3.jpg picture by youngsphoto   

 

완만한 초원을 20분쯤 달려 라우터부루넨(Lauterbrunnen)역에 닿았다. 

이곳에서 톱니바퀴열차인 WAB로 갈아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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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융프라우의 산세가 시작되는 라우터브루넨은 융프라우 산자락 마을 중 가장 오래된 마을로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이다. 주변에는 알프스의 눈이 녹아 떨어지는

수많은 폭포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괴테가 와서 반했다는 유럽에서 두번째로 낙차를 자랑하는

슈타우바흐 폭포가 기차역 바로 옆에 손 닿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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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브룬넨역을 지나자 기차는 가파르게 오르며 알프스의 영봉, 융프라우를 뒤로

 U자 형 웅장한 협곡이 나타난다. 라우터부루넨(Lauterbrunnen)협곡이다.

관광객들이 감탄사를 터트리며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건 말건

기차는 톱니를 하나씩 물어가며 천천히 우직하게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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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과 어깨동무하는 트래킹 코스 따라 자전거로 하이킹 하는 사람

걸어서 하이킹을 하는 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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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융프라우의 발치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 발치 아래 산등성은 초록의 향연이다.

겨울과 여름이 공존하는 곳. 봄과 가을은 저기 어디쯤에 있을까 생각하는데

열어놓은 기차의 창으로 봄바람이 살랑이며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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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 옆 봉인 뭰히봉(Monch/4107m)이 보이는 뵝거넬프(Wengernalp/1873m) 역.

  웅장한 알프스에 비해 역들은 이름없는 시골역처럼 아담하고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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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 코스를 따라 기차에서 내려 역과 역 사이의 구간을 트래킹을 하기도 한다.

알프스가 품을 넉넉히 허락하는 날, 그 품에 안겨 걷는 모습도 부럽다.

`흠~! 내려 오는 길엔 나도 트래킹을 해 보아야지! ` 

 

         _Kleine_Scheidegg.jpg picture by youngsphoto  

 

라우터브루넨역에서 1시간쯤 올라왔을까 해발 4107m, 뭰히봉(우측)과

산악인들에게 그 품을 내주지 않기로 이름난 우리에겐 `North Face`로 더 알려진 

해발 3970m의 아이거북벽(좌측) 앞에 클라이네샤이덱(Kleine Scseidegg/2320m)역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융프라우요흐 역까지의 1134m 구간은 아이거와 묀히의 암반 속을 뚫고지나는 

경사가 워낙 가파른 (고도차이 1393 m) 구간이어   ‘토블러`라는

특수한 톱니바퀴의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jungfrauregion_large.jpg picture by youngs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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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터널로 들어가기 전 뒤를 돌아다 보니 산 허리를 돌아 내려가는 기차가 보인다

 기차가 아이거북벽 터널로 들어가자 TV를 통하여 터널의 역사를 소개한다.

(우리말 안내도 있다) 융푸라우를 오르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겠기에  

 

 여행기가 길어지지만 소개를 해 본다.  . . 1893년 엔지니어였던 아돌프 구이에르 젤러는

딸과 함께 클라이네샤이덱역까지 열차를 타고왔다가 더 올라갈 수 없음에 실망하고 

클라이네샤이덱를 출발하여 융프라우요흐까지 암벽을 뚫고 가는 방법을 고안하여 설계한다.

 

이 공사는 알프스의 상징적인 세 개의 봉우리 중 아이거와 묀히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어서

스위스 의회까지 상정되어 투표로 통과되었지만 혹독한 자연 조건과 자금난, 붕괴 사고로

7년의 예상 공사 기간을 넘기던 중 공사감독과 설계자가 모두 죽고 만다. 

 

그리고도 9년이 더 지난 16년만에 완공을 하게 된 융프라우 철도는 1912년 8월 1일

스위스 독립 기념일을 맞아 개통식을 하게 된다.

5,000Km의 스위스 철도 중 최고의 철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총 공사비 15 million)

 

자연과의 사투 끝에 얻은 위대한 이 터널이야말로

 융푸라우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유럽의 정상이요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우게 만든 장본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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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역                                                     기차 안의 삼성 광고판

 

이런 대단한 역사를 가진 기차는 아이거반드, 아이스미어 두 지하역에서

터널을 뚫은 흔적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다녀오도록 5분씩 정차한 뒤

종착역인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역에 도착하였다.

 

배낭에 넣어갖고 간 겨울용 잠바를 꺼내입고  완전무장을 한 뒤 기차에서 내리니

역 안내 화면에는 -2도 라고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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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 구이엘 젤러의 흉상이 있는 융프라우요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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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내판이 없어 서운했던가.

누군가 우리말로 `얼음궁전`이라는 낙서를 해 놓았다.

 

융푸라우 정상을 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가기 위해 

얼음궁전 터널을 따라 나가는 동안 고도로 인해 숨이 헉헉 차기 시작한다.

   

                 06b30461.jpg picture by youngsphoto

       얼음궁전얏호~! 드디어 여기가 Top Of Europe 이닷!

                         

         - 글 최영옥 - 내 마음의 풍경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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