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 국내 커피점 110년 역사 *-

paxlee 2011. 8. 15. 11:25

 

●국내 커피점 110년 역사

 

고종때 ‘양탕국’→ 인천에 근대식 다방 → 전쟁뒤 대중화 → 원두 전문점 ‘진화’

 

1896년 아관파천 당시 커피를 처음 맛본 고종은 덕수궁으로 돌아온 뒤에 ‘정관헌’을 만들어 커피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왕실의 처음이자 마지막 다방이다. 당시 커피는 거무튀튀한 것이 한약 같다고 해서 서양에서 온 탕국이라는 ‘양탕(洋湯)국’, 영어 발음을 중국식으로 차용한 ‘가배’(??)라고 불렸다.

 

1898년에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인천 대불호텔에 근대식 다방이 문을 연 뒤에 독일 여인 손탁이 서울 정동에 지은 손탁호텔(1902년), 조선호텔(1914년) 등에 다방이 잇따라 들어섰다. 다방의 첫 전성기는 1920,30년대. 서양 문물을 받아 들인 모던보이나 모던걸들은 다방에서 자유연애를 꿈꿨고, 문화예술인들은 아지트로 삼았다. 영화감독 이경손이 서울 종로에 개업한 ‘카카듀’(1927년)가 한국인이 처음 세운 다방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이 특히 다방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건축가 이순석이 운영
하던 ‘낙랑파라’(1931년)의 단골이면서 스스로 ‘제비’, ‘쯔루’, ‘무기’ 등의 옥호를 지닌 다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6·25 전쟁 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인스턴트 커피가 보급되고, 전화기가 한 구석을 차지하면서 다방 출입구는 다시 북적였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수입품인 커피를 자제하자.”고 호소하면서 다방은 된서리를 맞았다. 이때 돌파구가 됐던 것이 바로 달걀. 달걀 노른자와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아침밥 대용으로 판매한 ‘모닝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다시 다방에는 손님이 모여들었다.

 

1970년대 직장이나 집에서 손쉽게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와 자판기가 등장하면서 또다시 다방은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 공략 계층에 따라 젊은층이 많이 찾는 음악다방과 일명 ‘레지’로 불리는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다방으로, 성격이 확실하게 양분됐다. 원두커피를 내세우며 1988년에 문을 연 ‘쟈뎅’도 초기 프랜차이즈로 각광받더니 원두 원산지와 가공법을 다채롭게 활용하는 커피 전문점에 자리를 내줬다.

 

그 시절 다방과 오늘의 커피전문점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커피뿐. 누군가를 기다리며 음악을 신청하거나 탁자 위 성냥으로 탑을 쌓는 모습은 간 데 없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거나 책장을 넘기며 뭔가를 끼적이는 모습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그렇게 110년이 커피향과 함께 흘렀다.                              - 최여경기자 서울신문 -

 

‘전설의 바리스타’ 박이추씨

 

“커피는 쉽고 빠르게 심리적 안정 줘”

 

‘커피의 달인, 대한민국 커피의 전설, 1세대 최고의 커피 장인, 일본식 핸드 드립의 초절정 고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듯한 강원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 절절 끓는 한여름 해변만큼이나 커피 전문점 ‘보헤미안’의 박이추(60) 바리스타는 청춘이다.

 

2000년 7월 이곳에 커피 전문점을 연 지 10년이 넘었다.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인이 됐지만 사장이나 대표로 불리는 것은 어색하다며 여전히 ‘바리스타’로 불러 주길 고집하는 커피 장인이다. 그는 재일교포 2세다. 청년시절을 일본에서 보내고 한국에 정착한 지 벌써 40년이 넘었지만 아직 우리말은 어눌하다.

 

▲ 5일 강원 강릉시 연곡면 영진해변의 커피전문점 보헤미안에서 직접 볶은 원두에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박이추 바리스타의 진지한 모습. 그는 최근 불고 있는 커피 열풍에 대해 “커피는 유행”이라고 진단한다.

 

●강릉가게 주말 300여명 방문

 

그는 “조용한 곳이 좋아 바닷가에 정착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하는 30여석의 자리가 주말이면 하루 300여명, 주중에는 100~150명의 손님들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그는 보헤미안을 찾는 손님들에게 모든 커피를 손수 내려 보답한다. 그가 내리는 커피는 은은하면서 묵직하고 깊다.

 

맛의 비결에 대해서는 “정성이 비결이랄까 특별한 것은 없다.”면서 “맛있는 커피를 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커피를 맛있게 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겠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보헤미안은 커피를 맛보기 위해 무작정 강릉을 찾는 마니아들까지 생겨나면서 관광명소로까지 자리잡았다. 강릉 관광안내소에서 ‘박이추 바리스타’ 이름 석 자만 물어도 친절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커피는 유행이라고 생각”

 

최근 불고 있는 ‘커피 광풍’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사견임을 강조한 뒤 “커피는 유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신선한 재료를 찾아내 커피 콩을 볶는 일, 또 어떤 방법으로든 그 콩에서 시큼쌉쌀한, 혹은 달짝지근한 여러 가지 커피의 맛을 뽑아내는 작업 자체가 유행일 수 있다. 이 시대가 이러한 유행에 물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커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기존 마니아들 외에 새로운 커피 인구가 보태졌기 때문”이라면서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커피 한 잔에 시름을 달래며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커피는 다른 어떤 수단보다 쉽고 시간도 덜 걸린다.”고 분석했다.

 

“내년부터는 새로 전문점 한 곳을 더 내고 쉬는 날도 늘릴 계획”이라는 그는 “오는 9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일본 아오모리로 커피기행을 다녀오고 서울과 군산, 부산 등에서 지인들과 함께 여는 서민 커피 강좌도 더 늘릴 작정”이라고 말했다.              

 

 - 강릉 조한종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