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 한국인에게 커피란 무엇인가 *-

paxlee 2011. 8. 16. 22:07

 

                             ●한국인에게 커피란 무엇인가

 

“커피 한잔 할까?”… 만남과 소통의 ‘은어’

 

 커커피는 만남의 매개체다. 과거 연인과 다방에 마주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요.”라고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봐도~”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가수 펄시스터즈의 1968년작 ‘커피 한 잔’에는 연인과의 만남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이 녹아 있다. 또 커피가 주선하는 만남은 대부분 격식이 있었다. 연인과의 만남, 사업적 만남, 공식적 회의 등에 주로 등장했다. 서양식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로도 인기가 높았다. 이처럼 커피는 만남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상해 보이려고 쓰디쓴 맛을 참고 마셨던 블랙커피는 아련한 추억이 됐다.

 

시대가 변했다. 커피도 변했다. 가공커피는 원두커피로, 프림은 우유로 바뀌었다. 캐러멜, 모카 등이 첨가되면서 다양한 맛의 커피가 최근 몇년 사이 쏟아졌다. 커피 맛이 달라지니 주문법도 달라졌다. “커피 둘 크림 하나요.” 대신 “‘캐러멜 마키아토 샷’ 추가해서 그란데(Grande) 사이즈로 주세요.”라는 말이 일반화됐다.

 

커피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커피 문외한이라도 ‘아메리카노’쯤은 안다. 원두를 갈아 만든 에스프레소 원액을 물에 희석해 진한 커피향을 즐길 수 있는 커피라는 사실 정도는 이미 상식이 됐다.

이처럼 국민들이 커피에 열광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커피에 대한 인식이 만남의 매개체 차원을 넘어 다양하게 ‘용도 변경’된 탓이 크다.

 

우선 커피는 예나 지금이나 수다를 떨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자동차 경적이 넘쳐나는 도심에서도 카페에서는 소음을 압도하는 대화들로 넘쳐난다. 식사를 마친 뒤 “커피 한잔 할까.”라는 제안은 손윗사람과 아랫사람,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벽도 허물어 준다. 카페 공간의 활용도가 다양해진 점도 커피 열풍을 부추겼다.

 

카페는 사무실 도서관, 스터디룸 등으로 활용되며 대중의 생활 패턴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코피스족(coffee+office), 카페맘(caffe+mom), 카페브러리족(caffe+library) 등의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그들에겐 ‘밥값보다 비싼’ 커피값도 아깝지 않다. 커피맛을 즐기기보다 카페의 산뜻한 인테리어를 통해 마치 ‘파리지앵’이 된 양 자신을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투영시키며 만족감을 얻는다.

 

김찬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카페는 자신의 산뜻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세트장처럼 여겨진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공부방이자 놀이터”라고 규정했다. 사회개방적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커피 열풍을 가열시켰다. 과거엔 연인이나 누군가와의 만남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칸막이가 있고 침침한 다방을 찾곤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밝고 개방된 공간인 서구적인 카페가 확산되면서 ‘커피로 인한 만남’도 지상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런 개방적 만남은 자연스럽게 커피의 열풍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차보다 커피’인 이유는 무엇일까. 차는 일단 우려내는 과정이 커피보다 복잡하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커피는 손에 들고 이동하면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다. 또 여러 사람과 마시기에도, 혼자 음미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긴 카페가 이제 포화상태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커피의 진화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커피가 어떤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장해 국민들의 마음을 매혹시킬지 주목된다.          - 이영준·김진아기자 서울신문 -

 

뜨거운 커피 전쟁

 

커피는 맛보다 이미지로 승부한다.

커피 전문점들의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상위 8개 브랜드 커피 전문점 수만도 2800여개에 달한다. 제과, 패스트푸드, 아이스크림 업체까지 ‘커피 전쟁’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대학가나 지하철역 주변의 메인 상권을 벗어나 아파트단지, 이면도로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도 속속 점포가 개설되고 있다. 그 수가 급증하는 만큼 업체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컨셉트’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요즘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한다. 인스턴트커피가 1조 2000억원대,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 전문점이 1조원대, 캔커피류의 RTD(Ready-To-Drink) 커피 시장이 7000억원대 규모다. 커피 전문점 매장 수는 카페베네가 630곳으로 가장 많고, 엔제리너스커피가 480곳, 스타벅스가 360곳으로 뒤를 잇고 있다. 커피숍, 다방, 카페 등을 모두 합하면 2만 8000여곳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커피 시장이 매년 20%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춰 봤을 때 2015년 커피 관련 전체 점포 수는 3만곳,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점포 수는 매년 1200곳이 늘어 1만 1500곳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직영점 방식인 외국계 브랜드 점포 개설이 둔화되는 반면 프랜차이즈(가맹점) 방식의 국내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 전문점들은 제품 가격, 맛, 향, 원두의 신선도, 서브 메뉴(샌드위치, 와플, 젤라토 등) 등을 달리해 차별화를 꾀하던 초기 전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특화된 컨셉트’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지역 특색을 살린 ‘지역 특설 매장’을 연이어 개점했다. 부산의 경우 달맞이길, 해운대 청사포, 광안리 해수욕장 등에 바다 전망을 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매장을 열었다.

 

스타벅스는 고객·사회 환원 등 ‘착한 경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입지를 굳힌 만큼 착한 이미지를 특화해 미래 고객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경상 이익의 4.3%에 달하는 9억 5000여만원을 장학금 등의 형태로 지역민과 단체에 돌려줬다.

 

맥세스실행컨설팅 현운성 선임연구원은 “2015년에는 커피 시장이 4조 4000억원대로 성장하고,
이 중 커피 전문점의 매출액이 약 3조원으로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친환경적인 ‘가든 컨셉트’ 등 기존 커피 전문점과는 다른 컨셉트의 매장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승훈 기자 서울신문 -

 

커피믹스 커피음료 커피머신 시장도 확대

 

커피전문점에서 시작된 커피전쟁도 커피믹스 커피음료 커피머신 등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커피사업에 새로 진출하거나 확대하는 식음료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커피업체들도 커피 부문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커피믹스다. 동서식품(작년 시장점유율 76% 추정)과 네슬레(17%)가 과점해온 커피믹스 시장에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가 뛰어든 데 이어 대상도 올 하반기에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형적인 내수 품목으로 인식됐던 커피믹스의 수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중국과 카자흐스탄에 커피믹스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동서식품은 일본 업체와 수출계약을 맺었다.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1조1000억원 선이던 커피믹스 시장 규모가 올해는 1조2000억원 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두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커피머신 사업에 나서는 식음료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동서식품은 이달 중 사무실 · 업소용 커피머신 '타시모 프로페셔널'을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가정용 커피머신 '타시모'도 내놓기로 했다. 종합 커피브랜드 '바바커피'를 선보인 웅진식품은 편의점 사무실 등을 겨냥,원두커피머신 렌털사업에 나섰다.

 

커피음료 판촉전도 치열하다. 빙그레는 그동안 대리점망을 통해 시장을 넓혀온 프리미엄 커피음료 '아카페라' 판촉 강화를 위해 이달부터 광고 및 길거리 마케팅에 본격 나섰다. 커피음료 1위인 롯데칠성음료는 원두커피음료인 '칸타타' 매출만 올해 8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코카콜라는 최근 출시한 '조지아 에메랄드 마운틴 블렌드'를 앞세워 고급 캔커피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업체 간 판촉 경쟁까지 가열되면서 커피전문점 커피음료 커피믹스 등을 포함한 올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2조7000억원 추정)에 비해 17%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원두커피 비중이 50%를 넘는 선진국과 달리 30%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국내 커피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김철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

뜨거운 커피와 종이잔

 

'과학'이라는 단어에는 무한한 신뢰의 뜻이 숨어 있다. 과학기술의 시대인 21세기에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합리적인 판단들은 진리로 믿어지며 더 이상의 다른 잣대로 이를 평가하려 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연을 온전히 이해하고 인간의 편익 증진을 위해 올바르게 이용되는 과학의 가치는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들 만큼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의 그림자는 비단 거시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에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작은 과학적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때에도 생활에서 매우 널리 쓰이는 과학의 쓰임에 우리의 몸과 세상을 보존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하루에도 수 없이 쓰이는 종이컵은 최상급의 천연펄프와 폴리에틸렌 코팅 그리고 잉크구성되어 있다. 가공 과정에서 되도록 어떠한 접착제도 쓰이지 않게 되어 있으며 음료용 종이컵의 안쪽에는 방수를 위해 폴리에틸렌 코팅이 되어 있다.

인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종이컵 안 쪽에 코팅이 되어 있는 폴리에틸렌인데, 이는 약 섭씨 110도 이상의 온도에서 녹아 나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인체에 무해하고 섭취를 하게 되어도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는 폴리에틸렌의 특성 상 종이컵 내부 코팅 재료로의 쓰임은 충분히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할 수 있다.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약 90도) 붓고 약 20분이 지난 후에 확인을 해 보니 오른쪽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뜨거운 물에 노출된 폴리에틸렌 코팅이 벗겨지고 본래 종이의 펄프 구조가 보여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비록 아직까지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진 물질이지만, 자연 그대로의 물질이 아닌 인공 화학물질인 만큼 먼 미래에 발견될 수 있는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가급적 종이컵의 사용을 줄여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 홍진기 MIT 연구원,강상욱 상명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