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 키스보다 황홀한 맛좋은 커피 만들기 *-

paxlee 2011. 9. 22. 23:26

 

                키스보다 황홀한 맛좋은 커피 만들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초입에 있는 커피숍 '더 커피 랩'에서 한국 바리스타의 대부 허경택 교수가 커피 만들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18세기 프랑스 정치가 탈레랑의 커피 예찬은 이같이 뜨거웠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선보인 것으로 알려진 1896년 이래, 커피는 이제 한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음료가 됐다. 작년에 우리나라에 수입된 커피는 11만7000t. 사상 최대였다. 성인 1명이 작년 한 해 커피 312잔을 마셨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견 다 비슷해 보이는 커피지만, 그 종류만 수백 가지에 이른다.
한국 바리스타의 대부(代父) 허경택(60)강원도 상지영서대 조리음료바리스타과 교수는 “맛있는 커피 한 잔엔 커피 10g, 원두 60알의 ‘비밀’ 공식이 숨어있다”고 했다.

◆커피 고수 “나의 맛있는 커피 만들기 비법은…”

매일 같이 마시는 커피라도 다 같은 커피가 아니다. 분명히 ‘맛있는 커피’는 따로 있는 법이다.
최근 허 교수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초입에 들어선 커피숍 ‘더 커피 랩(The Coffee Lab)’의 주방에서 직접 ‘고수의 커피 만들기’ 시범을 보였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일반 커피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 머신’을 사용하는 방법과 거름 장치를 이용해 물을 직접 부어 내리는 ‘드립 커피(Drip Coffee)’로 나눈다. 이날 허 교수는 볶은 원두를 갈고, 거름 장치 위에 간 커피를 올린 뒤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는 정통 커피 만들기 방법을 선보였다.

개인마다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허 교수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 ▲커피의 양 ▲간 커피의 입자 굵기 ▲물의 온도 ▲커피를 내리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커피의 양은 드립 커피를 만들 땐 한 잔 일 인분용으로 10g 정도가, 커피 머신을 사용할 땐 7g 정도가 딱 적당량이다. 10g은 커피 원두가 60개 정도 들어가는 양이다. 그래서 커피 애호가로 알려진 베토벤은, 정확하게 60개의 커피 원두를 샌 다음 커피를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커피는 보통 ‘커피 그라인더’를 이용, 갈아낸다.
일반인은 사실 커피 입자의 굵기까지 조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커피 머신에 들어가는 간 커피의 입자는 대략 밀가루와 설탕 입자 중간 정도의 크기로, 드립 커피를 만들 땐 설탕 입자 정도로 약간 굵게 갈아내는 게 정석이라고 한다.

물의 온도는 커피의 향과 맛이 가장 장 우러나오게 하면서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맛있는 커피를 위한 ‘황금 온도’는 드립 커피의 경우 80~85도 정도. 커피 머신에서는 90~95도 정도다.
이날 허 교수는 물을 팔팔 끓인 다음 바로 커피를 만드는 데 사용하지 않고, 온도계를 꽂아 정확하게 85도 아래로 물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드립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는 커피 내리는 기술이다. 적당한 입자 굵기로 잘 갈아낸 커피를 거름 장치 위에 올려두고, ‘황금 온도’를 맞춘 물까지 준비됐다면 이제 커피 위에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는 순서만 남았다. 물을 밖에서 안으로 빙빙 돌리듯이 부어주다가 다시 안에서 밖으로 빙빙 돌리는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한다.
이 기술에 능숙한 바리스타만이 커피의 향과 맛을 잘 살릴 수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커피 10g, 원두 60알의 '비밀 공식'] 인포그래픽스 
     내용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 인포그래픽스 바로가기


◆‘에스프레소’...“빨리 빨리” 영어의 ‘익스프레스’서 기원

하지만 일반인들이 ‘식후’ 커피로 주로 찾는 커피는 주로 ‘칙~’하는 소리를 내는 커피 머신에서 뽑혀나오는 커피다. 주요 대형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대부분이 커피 머신에서 만들어진 커피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피 머신에서 나오는 ‘에스프레소’는, 이를 베이스로 하여 여러 파생 커피들을 만들어낸다. 에스프레소에 140g 정도의 물을 넣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우유와 우유 거품을 넣으면 ‘카페라떼’가 된다.
카푸치노는 카페라떼에 넣는 양보다 많은 우유와 우유 거품을 넣으면 되고, ‘카페 모카’엔 우유와 초콜릿, 생크림이 추가되는 식이다.

커피 머신은 1855년 파리의 한 전시회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자신의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아까워 한 이탈리아 튜진 지방의 한 기계 제작소 주인이, 짧은 시간에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이 같은 기계를 고안했다. ‘에스프레소 커피’의 탄생이었다. ‘에스프레소’란 말도
영어의 ‘빠른(express)’란 의미를 담고 있다. 얇은 입자의 커피를 높은 온도에서 순식간에 뽑아낸다. 20~30mL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뽑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30초 정도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향이 날아가기 전에 빨리 마셔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전 세계 대회에선 원두 볶은 지 3~5일 된 상태에서 가장…

최근 대형 커피전문점에 가면 주문을 받는 곳에 ‘우리는 볶은 지 X일 된 신선한 커피 원두를 사용합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커피 원두는 바로 커피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한 번 볶은 다음에 커피를 우려내는 방식을 쓴다. 그렇다면 볶은 지 얼마나 된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일까.

흔히 생각하기에 볶자마자 바로 나온 커피가 가장 신선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바로 볶은 커피나 너무 볶은 지 오래된 커피보다는 볶은 지 3~14일 정도 지난 커피가 가장 신선한 상태의 커피다. 볶은 지 얼마 안 되는 커피는, 볶을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 나쁜 공기 성분이 커피 원두에서 충분히 빠져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게 허 교수 설명이다.
커피가 신선한지는 드립 커피를 만들 때 뜨거운 물을 입자 위에 부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신선한 커피에서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 입자가 마치 오븐 안에 빵이 부풀어 오르듯이 봉곳하게 부풀어 오른다.

유럽과 미국, 일본에선 가장 맛좋은 커피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뽑기 위해 ‘바리스타 세계 대회’도 연다. ‘바리스타(barrista)’란 즉석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마치 무술의 고수를 고르듯
전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바리스타들은 바리스타 세계 대회에 참여해 자존심 대결을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세계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아직 우승을 해본 적은 없다.

이들 대회는 보통 커피 머신을 이용해 에스프레소 커피를 이용한 커피를 만드는 것을 대결한다. 커피 머신은 대회 측에서 제공하지만, 물과 우유, 커피 원두 등은 모두 출전자가 직접 공수해 와야 한다.
이때 내로라하는 각국 바리스타들은 주로 볶은 지 3~5일 정도 지난 커피 원두를 사용한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난 커피 원두가 가장 맛도 좋고 향도 좋기 때문이란다.

허 교수는 한국 바리스타를 교육해 전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 출전할 바리스타들을 배출하는 역할도 해왔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도 커피는 이제 단순한 기호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됐다”며 “커피는 사람과 사람의 매개체가 되고, 음악·문화을 더욱 맛깔 나고 성숙하게 해주는 마법을 지녔다”고 말했다.

- 글 /  김성모 기자  /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