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우이암이 아름다웠다.
오늘(8/26)은 참으로 오랜만에 도봉산 우이암을 다녀왔다. 지난번 7/8(7월 두번째 일요일) 운길산에서 예봉산까지 산행을 한 후 첫 산행이니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그냥 까마득하다. 일요일 마다 비가 내리기도 하였고, 또 다른 일이 있어 산에 못 간 날도 있었다. 그렇게 그 무더운 여름은 가고, 산행이 마냥 즐거운 가을이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지난 주 비가 계속 낼릴때는 가을장마라고 하기도 하였다. 옛날에는 비가 와도 우중산행을 즐기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우중산행이 싫어졌다. 그래서 비가 조금만 내려도 산행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도봉산을 가드라도 좀 다른 길을 가려고 전철4호선 쌍문역에서 1126번 초록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안방학동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버스 종점에서 조금만 오르면 도봉산둘레길에 올라설수 있다. 우측으로 가면 무수골을 지나 도봉동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둘레길을 가다가 정의공주 묘소로 가는 방향으로 오르다가 우이암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방학능선 길은 자꾸만 좌측 우이동 쪽으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도봉산 산길이지만 암벽길이 아니고 흙 길이어서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혼자서 산행을 시작하였지만, 심심하지 않을 만큼 산객들이 많은 편이었다. 우이동에서 올라가는 것보다 그 오름 길은 매우 길게만 느껴지는 길이 이어지고 조금 오르니 전신에서 구슬같은 땀이 사정없이 솟아 오른다. 중간 정도도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속옷까지 흠뻑 졌었다. 우이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면 능선길에서 원통사로 오르는 우측길의 갈림길이 이어지고 원통사로 오르는 길은 조금 내려갔다가 우측으로 돌아서 다시 올라가야 하는 길이 이어진다. 계속 땀을 흘리며 원통사에 도착하니 산행을 시작한지 90분이 지나고 있었다.
원통사는 조계종 전통사찰로 신라 경문왕3년(864)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는 천년사찰이다. 원통이란 절대의 진리는 모든 것에 두루 통한다는 뜻으로 관음보살의 덕을 칭송하여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원통사는 예로부터 주위에 수락산과 삼각산을 거느리고 한강을 바라보는 도봉산의 최고 길지에 자리잡은 수행기도처로 무학대사를 비롯해서 만공, 동산, 춘성등 선지식인들께서 지년을 얻으으며, 조선 영조시 영의정을 지낸 조현명, 서명균, 정이검 등이 국사를 논하며 심신을 닦았던 당대 유학자들 사이에 명소로 이름이 높았던 사찰이라 전한다.
원통사에 일주문을 들어서서 원통사를 올려다보면 거대한 우이암을 주축으로 무수한 암벽이 수려하게 자리한 그 아래에 원통사가 자리하고 있다. 사찰의 주위환경이 일품이다. 암벽과 조화를 이루는 소나무의 환상적인 모습은 한동안 산객의 마음을 놓아주지를 않는다. 소나무 잎새의 푸르름이 아름답고 복스럽게 살이 찐것처럼 탐스럽게 윤이나는 소나무가 지난주 내린 소낙비로 세목을 한 탓인가 그렇게 한동안 정신을 잃게 하였다. 푸른 하늘아래 흰 우이암을 배경으로 파란 소나무와 조화를 이루며 가파른 곳에 자리한 원통사는 전통사찰로 그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원통사에서 우이암을 오르는 길은 조금식 가파르고 힘들게 하였다. 우이암 능선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그동안 흘린 땀을 스며들게 하였다. 오늘따라 우이암을 오르는 암벽타는 팀이 있어 깍아지른 암벽을 오르는 모습이 신기하여 한 동안 그 건너편 바위위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한 동안 암벽타는 분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흠뻑 빠져들어 갔다. 우리가 원통사에서 올려다 볼때 한 사람이 우이암에 올라가 있는 모습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가 우이암에 도착하였을 때는 여자 한 분이 더 올라가 두사람이 우이암 정상에 있었다.
세번째 오르는 분은 먼저 오른 분이 내려준 자일을 몸에 붙였지만, 깍아지른 90도에 가까운 암벽을 맨손으로 잡고 오르는 그분들의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오르고 있었다. 세번째 오르는 젊은 분은 시행착오를 감수하면서 꽤 많은 시간이 지난 뒤 오르는데 성공을 하였다. 네번째 분도 뒷 주머니에서 흰가루를 손에 뭍혀서 무난히 올라가고, 다섯번째 분은 경험이 많은지 앞 사람들과 다르게 홀드를 정확히 집으며 쉽게 올라갔다. 먼저 올라간 사람은 홀드의 위치는 알려주었지만, 그들이 오르는되 도움을 주지는 않고 혼자의 힘으로 올라오게 하였다.
우이암의 묘미를 구경하느라고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우이암 능선을 내려갔다. 내려가다가 오봉 전망대에서 오봉을 건너다 보는 재미가 또한 일품이다. 삼각산 상장능선과 도봉산 오봉의 마주보는 사이는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다.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그 수 많은 세월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그들은 서로 보아주는 의미로 그 많은 인고의 세월을 함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이능선을 다 내려가면 도봉주능선을 오르는 길과 오봉으로 가는 길, 그리고 보문능선으로 가는 사거리 지점에 이른다. 오늘은 도봉주능선으로 올라갔다.
도봉주능선 길은 여기서 오봉능선 갈림길까지가 사나운 암벽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그만큼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 평탄치가 않다. 도봉주능선을 내려가면 다시 안부에 이른다. 앞에는 도봉산 칼바위가 버티고 있어서 자운봉으로 가는 길은 칼바위 우회길을 올라가야 한다. 나는 그 오름길이 싫어 우측으로 연결된 관음암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이 길은 좌측으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은 험하고 조금은 낭만이 흐르는 길이어서 걸을 만 하다. 가다가 바위 전망대가 있어 이곳에서 우이암을 건너다 보면 또 다른 모습의 우이암이 숲 속에 솟아있다.
몇 구비를 돌아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기를 거듭한 후에 조그마한 바위고개를 넘어서면 관음암이다. 관음암 입구에 바위아래 수 없이 많은 돌부처가 열을 지어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리고 관음암은 장소도 협소하고 아주 작은 암자이다. 시원한 물을 마신 후 마당바위를 향해 내려갔다. 경사가 급하여 조심스럽게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마당바위에 도착하면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쉬어가는 쉼터역할을 하는 장소이다. 도봉산이나 삼각산을 산행하다 보면 꽤 많은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서울에 그 만큼 외국인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당바위에서 성도원 쪽으로 하산을 하였다. 방학동에서 시작한 도봉산 산행은 방학능선에서 우이능선을 타고 원통사에 들렸다가 우이암 정상에서 우이암 바위타는 산객들의 모습을 참견하고 우이능선에서 도봉주능선을 타고 칼바위 아래서 관음암에 들렸다가 마당바위에서 조금 쉬고나서 성도원 쪽으로 하산을 하였다. 짧은 코스를 걸었지만, 오랜 만에 맑은 날씨에 아직은 여름임을 과시하는 더위가 많은 땀을 흘리게 하였다. 능선길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산행을 즐겁게 하였지만, 관음암으로 내려서니 바람의 끝은 닫지 않아 더위와 다투면서 하산을 하였다. 도봉산의 하루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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