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빛이 살아 있다면, 어둠은 죽음이다.
빛과 그림자는 삶과 죽음의 선상과 같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밝아진다.
산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여명의 빛이 밝은 곳이 동쪽이다.
차디찬 겨울 나목들 사이로 산 그림자 넘으로 여명이 밝아온다.
해가 뜨는 시간은 그 빛이 더 강렬하다.
밤과 낮을 갈라놓는 저 태양의 빛을 보라.
모든 생명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대양은 빛으로 말한다.
그림자는 빛이 직진하는 성질과 불투명체를 통과하지 못하는 성질 때문에 생긴다.
한옥은 빛을 절묘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 여름에는 해빛이 대청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없다. 그러나 해가 짧은 겨울에는 빛이 대청 깊숙이 들어와 빛으로
보충해 준다. 한옥은 빛과 그림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햇빛의 미학을
최대한으로 살려 놓은 집이 한옥이다.
빛은 생명의 근원이다. 한옥은 자연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겨울에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 말에 햇빛과 햇볕이 있다. 같은 말이지만, 햇빛이 좀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의미를 가진다. 햇볕은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말이다. 햇볕을 쬐다는
온몸으로 햇빛을 받고 즐기며 감상하는 정서적 행위로 사용되고있다.
한옥은 그래서 처음부터 남향이어야 했다.
한옥의 창호문은 햇빛을 받으면 창호지를 투과하여 빛이 들어오는 그 모양새는 숨길에
숨을 불어넣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양식 문이 차단을 위한 문이었다면, 한옥의 창호지
문은 빛을 받아들이는 역활을 하는 살아있는 움직임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심어주기 까지 한다.
한옥은 그림자의 존재를 인정한다. 빛과 그림자는 하나의 선상에서 받아들이고 활용해서
감성이 미학으로 긍정의 철학을 전해준다. 자연의 원리를 섬세하게 꿰뚫어본 한옥의
지혜가 숨어있다. 그림자는 어둡고 음침해서 피하고 싶은 부정적 상태로 존재했다.
빛과 그림자는 서로 다른 얼굴로 존재한다. 그러나 하나의 선상에서 이루어 진다.
빛과 그림자는 동양사상의 음양사상을 창조했다.
빛은 삶과 희망과 흰색이고, 그림자는 죽음과 절망과 검은색에 비유했다. 빛은 그 자체로
모든것도 아니고 완전한 상태도 아니다. 그림자가 더해져야 모든 것이 완성된다. 그래서
서양철학은 그림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완성점에 이룰수 있었다.
빛이 가진 그림자를 인정할 때 빛의 밝음이 더 빛을 발한다.
한옥은 오래 전부터 그림자의 의미와 중요성을 꿰뚫고 있었다. 한옥은 그림자를 잘 살려낸
집이다. 빛만 살리고 그림자를 경원 했다면 진정한 지혜가 아니다. 집과 빛이 잘 어울리
면서 그림자도 함께 잘 살리는 것이 바로 한옥의 지혜이다. 한옥은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림자가 갖는 긍정적 가능성까지 살려내야 한다.
한옥에서는 빛이 있어서 그림자가 있고, 그림자가 있어서 빛이 돋보인다. 빛은 그림자를
동반한다. 그림자는 빛을 정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림자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한
존재가치와 조형력을 갖는다. 일찍이 이런 현상을 알아채고 활용한 것이 한옥이었다.
한옥에서 그림자는 흰 회벽에 문양을 넣는 방식으로 살아난다. 한옥에 희칠만하고
끝낸 이유도 그림자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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