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백수의 일상 - 550. <무법천지 노조공화국>

paxlee 2022. 7. 5. 04:24

1. 무법천지 노조공화국

 

해고 관련된 법 규정 두루뭉술하여 불법 보고도 해고못해… 기업들 “대응수단이 없다”

재계 “고소해도 노조 꿈쩍안해… 취하 요구땐 따를 수밖에 없어”

 

국내 생산 현장에서 노조의 불법 점거나 도를 넘는 생산 방해 행위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같은 행위를 주도하거나 가담해도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처벌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의 해고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법원도 근로자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법 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대응도 미온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로서는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게 유일한 대응 수단이지만 노조가 임단협의 전제 조건으로 소송 취하를 내걸면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미국 등에선 업무 능력 부족이나 직장 내 질서 교란과 같은 다양한 사유에 따라 해고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 같은 사유로 해고를 할 수 없다”면서 “법원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매우 좁게 해석해 기업들이 불법 파업 가담자를 해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설령 해고를 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부당 해고라는 법원·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오면 해고한 직원들을 복직시켜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했다.

 

지난해 개정된 노조법에 대해서도 ‘노조친화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 삭제 등 노조의 단결권 강화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경총을 비롯한 재계 단체들은 “노조의 단결권 확대는 안 그래도 기울어진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입장이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경찰 등 공권력의 대응도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직후인 지난 3월 10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강성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윤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경찰은 노조와의 충돌을 우려해 불법 행위가 발생해도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조는 이미 공권력이 늑장 대응을 할 것이라는 학습 효과가 있어 회사가 고소·고발을 해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노조가 임단협 타결 등을 빌미로 불법 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 취하를 요구하면 회사는 따를 수밖에 없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기우 기자. 조선일보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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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건설노조 횡포 고소했더니, 2년간 계약 방해해 결국 도산…조폭보다 심해”

 

하도급 영세업자의 절규, “민노총, 건설사에 계약파기 강요결국 도산… 수억원 빚더미에”
“노조, 팀원까지 공격… 동료들 일거리 못 구해 생활고”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022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사전대회를 하고 있다. 2022.7.2/연합뉴스

 

“건설 노조로부터 2년간 보복을 당하면서 회사는 도산했고, 수억원의 빚을 졌습니다. 조폭도 이렇진 않을 겁니다.” 6월 말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대훈(40)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노조의 횡포에 고통받고 있을 건설 근로자들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비계(飛階·작업자 이동용 간이 철제 구조물) 시공업체를 운영하던 김씨는 작년 초 경남 거제에서 진행 중이던 일감을 빼앗겼다.

 

그 배후에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김씨는 노조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했고, 그때부터 그야말로 지옥 같은 생활이 시작됐다. 노조는 김씨에게 비계 설치 일감을 주는 건설사마다 찾아다니며 작업 중단과 업체 변경을 강요했다는 것. 말을 듣지 않는 건설사가 있으면 조합원들을 동원해 공사 현장을 점거했다고 한다. 그는 “2015년 창업해서 벌어들인 수익이 7억원 정도 되는데 노조한테 찍히고 나서 적자만 15억원”이라며 “빚을 갚기 위해 회사를 폐업하고 집도 처분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부터 건설 현장 근로자로 일했던 김씨는 10년간 일하면서 쌓은 기술로 비계 시공 업체를 차렸다. 오랫동안 함께 손발을 맞춘 근로자들 덕분에 솜씨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사가 자리를 잡자 김씨는 2020년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늦깎이 결혼을 했고, 부산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노조의 보복이 시작되면서 대학교수를 준비하던 아내는 요즘 마트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김씨와 팀을 꾸려 일했던 동료들도 노조의 방해로 일거리를 못 구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는 “건설 현장은 노조가 장악한 무법천지”라며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노조가 오히려 힘없는 동료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겁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사진>씨도 처음부터 노조와 싸울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자기가 정당하게 수주한 일감을 노조에서 통째로 빼앗아가려고 하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씨가 경찰에 제출한 통화 녹취록을 보면, 민주노총 관계자는 김씨에게 “우리는 (당신의) 수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D사(발주처)를 찾아가서 강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사를 압박해 계약을 파기시키겠다는 의미로 노조가 건설 현장의 하도급 계약을 좌지우지하는 실상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김씨는 “지금처럼 노조가 활개를 친다면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건설 비용이 치솟아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은 인력(人力) 의존도가 높고 안전사고 위험도 큰 탓에 전통적으로 노조의 입김이 강한 업종으로 꼽힌다. 인원수가 많고 국민 주거와 직결되는 건설 현장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권도 건설 노조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정부가 건설 노조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작년 10월부터 대대적인 현장 점검을 벌이고, 올해 3월 관련 대책도 내놨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노조의 횡포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일감 요구, 공사 현장 점거, 태업 등으로 건설사를 괴롭혀 굴복시키는 ‘구태(舊態)’가 뿌리 깊게 자리를 잡은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선 특정 노조가 건설 공사를 올스톱시킬 수 있는 핵심 공정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대형 건설사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 노조의 불법 행위는 문재인 정부 때 가파르게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2598건이던 건설 현장 집회·시위가 지난해 1만3041건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나의 현장에서 이권을 두고 여러 노조가 대립하는 ‘노노(勞勞) 갈등’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은 말 그대로 ‘솜방망이’다. 경찰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143명의 건설 노조 관계자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실제 처벌은 구속 2명, 과태료 부과 6건(9000만원)에 그쳤다.

 

정순우 기자. 김광진 기자. 조선일보 / 2022.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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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협력업체 120여명 불법점거에 세계최대 조선소 독 마비

 

소수의 막무가내 투쟁, 대우조선이 만드는 유조선 안에 철골구조물까지 만들어 농성.
협력업체 1만여명 임협 끝냈는데 1% 파업에 진수작업 전면 중단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에서는 지난달 18일부터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협력업체 직원들이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면서 독 내부에서 농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 1명은 독에서 건조 중인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 철골 구조물을 만들어 그 속에 들어가 있고, 다른 6명은 선박 내부 난간에 올라가 농성 중이다. 나머지 조합원 약 120명(업계 추산)은 독으로 접근하는 이동로를 점거하고 있다고 한다. 원유 운반선 포함 독 안에서 건조 중인 선박 3척은 진수를 앞뒀지만 점거 노조원들의 안전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은 독에 물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전경

 

파업으로 진수 작업이 중단된 건 회사가 생긴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우조선 근로자 8600명과 협력업체 근로자 1만1000여 명 중 단 7명이 1독 안 선박을 점거하고 120명이 독 진입을 막은 탓이다. 이들을 제외한 협력업체 근로자 99%는 이미 임협을 끝낸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1독은 동시에 배 4척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라면서 “이번 파업으로 이미 매출 2500억원 손실이 발생했고, 사태가 오래가 앞으로 선박 인도가 한 달만 지연돼도 130억원이 넘는 지연 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제철·타이어·유통·화물·건설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노조의 막무가내식 투쟁으로 사업장이 마비되는 일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로선 이런 무단 점거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재계 관계자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파업에 생산 현장 전체가 마비되어도 기업의 대응 수단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 탓에 한국의 노사 관계는 이미 병들 만큼 병들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의 국가 경쟁력 평가 노사 협력 부문에서 한국은 141국 중 130위였다. 2009~2019년 파업에 따른 연평균 근로 손실 일수는 한국이 일본의 193배에 달했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그동안 불법 파업에 공권력이 느슨하게 대응한 결과 과격 파업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고,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과 같은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법천지 노조공화국] [上] 김강한 기자. 조선일보 / 202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