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7] (서울 이야기 34)

paxlee 2005. 11. 3. 11:29

 

                     * 국립중앙박물관 7경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명실 공히 한국 문화재의 보고이다. 그러나 단순히 유물만 감상하기엔 너무 아깝다. 건물 내부와 야외 곳곳에 매력적인 공간들이 너무 많다.  하나하나의 유물을 그 공간과 함께 연결시켜 감상해 보면 더 없이 매력적이고 운치가 넘친다.

 

‘경천사 10층 석탑으로 쏟아져 내리는 투명한 햇살, ‘야외 석탑’을 비추는 은은한 달빛, 범종 옆 유리창으로 내다보는 용산가족공원 풍경 등등. 문화재와 그것을 둘러싼 전시 공간 및 주변 풍경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박물관 7경(景)’을 소개한다. 이러한 테마를 가지고 박물관을 둘러보는 재미를 느껴 보시기 바란다.》

 

○제1경 유리 천장, 햇살, 경천사 10층 석탑

 

박물관 본관 건물의 출입구인 중앙홀. 그 오른쪽으로 난 복도인 ‘역사의 길을 따라 들어가면 맨 끝에 국보 86호 경천사 10층 석탑’이 우뚝 서 있다. 늘씬한 몸매(높이 13.5m)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자. 40여 m 높이의 유리 천장에서 쏟아지는 투명한 햇살, 한동안 발길을 옮길 수 없다.

 

○제2경 어둠의 신비와 반가상

 

불교조각실 내 독립공간에 전시된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시력을 잃는다. 어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서서히 미륵반가상의 모습이 드러난다. 곧이어 진열장 유리벽에 비쳐 사방팔방에서 현현(顯現)하는 반가상은, 신비로운 체험에 빠져들게 한다.

 

○제3경 석조 불상과 숲의 만남

 

불교조각실 동편에 서 있는 국보 81호 감산사 미륵불’과 ‘국보 82호 감산사 아미타불. 뒤는 온통 유리창이다. 그 유리창 넘어 살랑살랑 흔들리는 초록빛 나뭇잎은. 석불이 숲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유리창 밖으로 비나 눈이라도 내린다면 자연과 석불은 더 없이 아름다운 앙상불로 하머니를 이루기도 한다.

 

○제4경 경쾌한 처마 선, 조선 선비와의 만남

 

한국 전통 건축의 매력은 살짝 치켜 올라간 기와지붕의 처마 선이다. 목공예실에 지어 놓은 조선 선비의 사랑방 건물. 조선 건축의 미학을 자랑하는 경쾌한 처마 선을 바라보며 열심히 책을 읽었을 어느 조선 선비가 떠오르게 하는 곳이며,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제5경 범종 옆으로 문득 스쳐가는 용산 풍경

 

금속공예실 옆 휴게실에 전시된 국보 280호 천흥사 동종. 가장 아름다운 고려시대 종이다. 의자에 앉아 편하게 감상하다 문득 고개를 뒤로 돌리면, 작은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용산 가족공원의 풍경이 아름다운 배경을 이루어 준다.

 

○제6경 달빛과 석탑, 아사달과 아사녀

 

‘국보 99호 갈항사 3층 석탑’‘국보 보물 11점’을 비롯해 ‘30여 점의 문화재’가 전시된 야외전시장은. 어둠이 내리면 나무들 사이사이에 조명이 들어온다. 여기에 은은한 달빛이라도 비친다면…. 석가탑을 만든 아사달을 그리워하다 끝내 연못에 몸을 던진 백제 여인 아사녀가 생각나는 곳이다.

 

○제7경 넉넉함과 여유, 아미산 굴뚝과 담장길

 

본관 뒤쪽 이어서 관람객이 놓치기 쉬운 곳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굴뚝인 경복궁 아미산 굴뚝과 전통 담장을 재현해 놓았다. 굴뚝을 지나 전통 담장 옆길을 걸어보는 것도 늦가을의 낭만이 스며나는 담장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