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마당[5] (서울 이야기 31)

paxlee 2005. 11. 2. 18:59

 

* 기증관(2F)

 

01.이홍근실

고故 동원東垣 이홍근李洪根(1900-1980) 선생은 성공한 사업가이자 문화 애호가였다. 고려의 대학자 이제현(李濟賢) 후손으로서 민족문화에 특별한 애정을 지닌 분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평생 문화재 수집에 열정을 쏟았고 1967년에는 '동원미술관' 건립하기에 이르렀다. 1980 별세 , 유족들은 민족문화재는 민족에게 돌려져야 한다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국보 195 백자 연꽃넝쿨무늬 대접을 포함한 4,941점의 작품들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였다.

 

기증품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청동기, 토기, 기와, 도자기, 서화, 불교조각, 역사자료 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근현대 작품도 포함하고 있다. 용산 새박물관 이홍근 기증실에는 고려와 조선의 도자기와 조선시대 서화, 청동거울 인장들이 전시되어 있다.

 

02. 기증문화재실

우리 문화유산을 함께 나누자는 뜻에서 많은 분들이 소중하게 간직하던 문화재를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기증하고 있다. 1945 광복 이후 2004 12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 문화재를 기증한 분들은 213명에 이른다. 가운데는 일반인과 각계각층의 사회 명사들뿐만 아니라 국외 동포와 외국인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국외 동포와 외국인들의 참여는 국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의 귀환이라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기증 문화재들은 토기를 비롯하여 청동기, 도자기류, 목가구류, 금속공예류, 문방구류, 회화렝活蹊 많은 분야에 걸쳐 있으며, 22,091점에 달하는 양이다. 이중에는 국보가 6, 보물이 32점이 포함되어 있다.

 

03. 김종학실

김종학(金宗學) 선생은 1937 평안북도 선천에서 출생하여 화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계신 분으로 1989 오랫동안 수집해 300 점의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였다. 기증품은 대부분 조선 후기의 목공예품이며 생활용품과 종교·의례용품으로 나뉘어 살펴볼 있다.

 

조선시대는 유교를 기반으로 사회윤리에 따라 남녀의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생활용품들도 남성 생활공간과 여성 생활공간의 특성에 맞게 제작되었다. 기증품은 남성 생활공간인 사랑방에서 사용된 각종 용품이 총망라되어 이에 대한 선생님의 애정을 있다. 여성 생활공간용품은 안방이나 찬방에서 사용된 여러 가지 용품들이 있다.

 

한편 조선시대 민간에서는 불교나 무속신앙의 영향력도 무시할 없었는데, 기증품 동자상(童子像) 등을 비롯한 불교 목공예품이나 상여, 무신당(巫神堂)에서 사용하던 나무 인형은 당시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는 좋은 예이다.
김종학 선생의 기증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목공예품 수준이 한층 높아질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 목공예에 대한 관심을 높일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04. 유강열실

유강열劉康烈(1920-1976) 선생은 한국의 현대 공예 판화의 개척자로 우리 공예 미술 발전에 커다란 자취를 남겼다. 또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썼고, 1970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선생은 1955 국립박물관 부설 한국조형문화연구소 초대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전통 공예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고, 1970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건설상임위원으로 위촉받아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의 실내 디자인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선생이 돌아가신 부인 장정순 여사는 오랫동안 소중하게 보관하던 선생의 수집품과 판화 작품 650 점을 기증하여 선생과 우리 박물관과의 오랜 인연이 지속되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유강열 수집품은 삼국시대의 토기와 토우, 고려 청자, 조선의 도자기와 회화, 목칠공예품, 직물공예품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수집품들은 선생에게 감상의 대상이었을 아니라 창작 활동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토우나 분청사기의 물고기 문양, 백자 제기 등이 모티프로 등장하는 선생의 판화 작품들은 우리나라 전통미술의 소재를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새로운 한국적 미의식의 세계를 넓혔다.

 

05. 박영숙실

박영숙(1932-) 선생은 치과의사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안방용품을 수집하여 조선시대의 규방문화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군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과 함께 우리 문화재 수집에 열정을 기울이고 있는 선생은 오랫동안 수집해온 전통 살림용품을 1996, 1998 차례에 걸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선생의 기증품 631점은 대부분 안방용품으로 여기에는 다듬잇돌 471점이 포함되어 있어 이에 대한 선생의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였음을 있다.
옷감의 구김을 두드려서 펴는 도구인 다듬이는 원래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에서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뿐으로 선생의 다듬이 수집과 기증은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다.

 

특히 다듬잇돌은 재질, 형태는 물론 무늬도 매우 다양하며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 실용품으로서뿐만 아니라 전통 공예와 조각 영역에서도 가치를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옷감의 구김을 펴고 모양새를 잡아주는 인두, 다림질에 살균 효과까지 더해주는 숯불 다리미, 그리고 다림질 도구들을 달구기 위해 사용된 돌화로 또한 기능성과 전통적인 멋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바느질 도구를 모아두는 반짇고리는 자개로 장식되어 밝고 온화한 안방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선생의 기증품들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어떤 도구들로 옷가지들을 만들고 다듬었는지를 있다. 속에서 어머니들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 그리고 정성과 노고를 되새겨 보며 삶의 모습을 느낄 있다.

 

06. 최영도실

겸산 최영도선생(1938~ ) 1938 서울에서 출생하였으며, 40여년간 법조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수집한 토기 1,500여점을 우리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토기는 시대를 대표할 있는 전형적인 것으로 원삼국시대의 와질토기에서부터 신라·백제·가야의 삼국시대 토기, 고려·조선시대의 서민들의 일상 생활에 사용했던 토기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유물들은 한국 토기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볼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07. 박병래실

수정(水晶) 박병래(朴秉來) 선생은 어려운 사람에게 널리 인술을 베푼 의사였다. 선생은 우리 미술을 진심으로 아꼈고, 우리 미술에서 역사를 되새기고자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우리 도자기를 수집하였다. 1974 3, 선생은 수집하신 도자기 362점을 정성껏 간추려 누구든지 가까이 감상할 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뜻대로 아낌없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였다.

기증 문화재는 대부분 18-19세기에 광주 금사리와 분원리 가마에서 만든 단정한 도자기로 청화백자가 가장 많다. 한결같은 품위를 지닌 도자기들은 조선시대 백자의 연구와 감상에서 빼놓을 없는 명품들이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선비의 사랑방을 장식했던 다양한 연적이다.

 

갖가지 모양의 연적은 감상의 재미와 함께 선생의 우리 미술에 대한 애정과 정성을 오롯이 보여준다. 그밖에도 보물 1058 <백자 난초 무늬 호리병>, <백자 난초 대나무 무늬 > 단정한 모양새와 깔끔한 문양을 갖춘 도자기에서 선생의 기품을 엿볼 있다.

 

08. 유창종실

유창종(1945~ )선생은 법조인으로 연꽃 무늬 수막새 수집을 계기로 우리의 기와에 매료되어 평생 기와사랑을 실천해 오신 분이다. 선생이 기증한 문화재는 한국과 중국렝瞿 동아시아와 동남 아시아 각국의 기와 1,873점에 달하여 양적으로 방대하면서 질적으로도 탁월한 소장품으로 손꼽힌다.
유창종실에는 삼국과 통일신라의 대표적인 기와, 화려한 고려 청자 기와 등과 함께 중국과 일본의 시대별 대표적인 기와와 벽돌이 전시되어 있어 동아시아 기와 발달사를 한눈에 훑어 있다.

 

09. 가네코실

가네코실은 일본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의 가네코 가즈시게(金子量重) 소장이 기증한 아시아 각국의 문화재 1,035 가운데 대표작품 90 점을 선보이는 전시실이다. 문화재들은 가네코 소장이 지난 40여년간 아시아 30여개국을 답사하며 수집한 귀중한 자료들이다.

 

가네코 기증품은 동남아시아의 불상과 불화, 경상(經箱) 화려한 불교문화재를 비롯하여, 아시아 각지의 생활문화를 살펴 있는 칠기와 토기, 도자기, 목공예품, 의상, 직물 매우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네코 선생은 과거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 21세기 한국과 일본 나라의 우호 친선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기증을 결심하였다.

 

10. 하치우마실

일본인 하치우마 다다스(八馬理) 선생이 1994 9월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전시실이다. 기증품은 하치우마 다다스 선생의 선친인 하치우마 가네스케(八馬兼介)선생이 1920-30년대에 수집한 유물 383점으로, 신라 금동불상과 백제 금귀걸이를 비롯하여 청동기시대부터 조선까지 시대에 걸쳐있다. 돌칼과 쇠뇌 등의 고대의 무기와 귀걸이 등의 삼국시대 장신구, 그리고 소형 불상과 사리병, 정교한 세공솜씨를 보여주는 머리꽂이 등의 다양한 장신구 등이다.

 

11. 이우치실

일본인 의사인 이우치 이사오(井內功, 1911~1992) 선생은 어린 시절 삼촌으로부터 받은 통일신라시대의 도깨비기와를 계기로 한국의 기와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후 자택에 이우치 고문화연구실을 마련하여 한국의 기와와 벽돌에 관해 연구하고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선생은 1987 한일친선을 목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그가 소장하고 있던 기와와 벽돌 1,082점을 기증하였다.

선생이 기증한 기와와 벽돌은 낙랑유적 출토품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전시대를 망라한 것으로 우리나라 기와와 벽돌 발달사를 연구하는데 빼놓을 없는 귀중한 자료이다. 기증품 중에는 통일신라의 유물이 486점으로 가장 많았고, 남한지역에서 쉽게 접할 없는 고구려, 낙랑의 기와와 벽돌도 상당량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