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끈 - 우리는 끝내 서로를 놓지않았다. *-

paxlee 2006. 2. 19. 23:07

 

                  “등반은 길 없는 세상을 건너가는 인간의 길이다.”

 

2005년 1월16일 네팔 히말라야의 촐라체(6440m)라는 봉우리에서 박정헌(36)과 최강식(26) 두 산악인이 조난된 지 9일 만에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이야기이다. 이 책은 소설같은 실화가 우리를 감동시킨다. 두 사람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수직고도 약 1700m에 이르는 험난한 촐라체 북벽을 등정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반대편으로 하산 도중 최강식대원이 크레바스(갈라진 얼음 사이)에 추락하면서 다리가 부러지고 박정현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두 사람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동료와 연결된 로프를 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로프를 끊고 자신만이라도 살아남던가, 아니면 끝까지 버티다 같이 떨어지던가. ‘이대로 로프를 끊어버릴 것인가.’ 생사를 눈앞에 둔 박정헌은 잠시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혼자 살자고 후배를 크레바스 속에 버릴 순 없었다. “형님, 살려주이소~.” 크레바스 안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후배의 투박한 절규가 울려퍼졌다. “다리가 부러졌어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레바스를 2m 앞둔 경사면에 벌떡 일어선 선배는 남은 힘을 열 손가락에 쏟아부어 자일을 움켜쥐었다.

 

후배는 감각이 사라진 다리로 필사적으로 자일에 매달렸다. 배낭 속 등강기(올라갈 때 이용하는 등반 장비)를 이용해 한 뼘 한 뼘 크레바스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박정현은 부러진 갈비뼈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온 몸에 고통을 전했다. 그런 사투의 구조작업 1시간. 햇빛이 비치는 크레바스 바깥으로 후배 최씨의 머리가 나타났다. “살았다!” 말이 없던 선배 박씨는 후배의 몸을 바깥으로 끌어낸 뒤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몇 시간에 걸쳐 로프로 연결된 후배를 끌어 올린다. 다행히 최강식대원이 의식을 회복해 매듭을 만들어 겨우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러나 영하 15도를 넘는 살을 찢는 살인적인 추위에 1시간 동안 구조의 사투가 끝났을 때는 두 사람 모두 한 발을 떼기조차 힘들었다. 천근 만근의 무게에 호흡조차 곤란한 상황이었다. 후배의 두 발목은 퉁퉁 부어 올랐고, 선배는 숨을 몰아쉴 때마다 왼쪽 가슴을 칼로 찌르는 고통을 느꼈다.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5시간 거리의 베이스캠프를 앞두고 두 사람은 자신들이 등정했던 눈덮인 촐라체봉을 쳐다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가자. 살아서 돌아가자” 선배가 후배를 부축했다. 하지만 내 한몸 가두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금세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선배의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배는 엉덩이로 기어갔다. 양 손으로 바위를 짚은 채 엉덩이를 옮겨 조금씩 조금씩 밑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날 밤, 두 사람은 강추위 속에서 비박(텐트 없이 밤을 지새는 것)을 해야 했다. “미안해, 혀~엉.” 후배 최씨는 선배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괘얀타, 그럴 수도 있다.” 선배도 하늘만 바라봤다. 후배는 크레바스에 빠진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선배 또한 잠시나마 줄을 끊고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든 자신이 괴로웠다.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두려움뿐이었다. ‘과연 살아서 이 산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1월17일 아침. 선배 박씨는 크레바스 사고 때 안경을 잃어버려 온통 시야가 흐렸다. 시력이 마이너스 0.3. 안경 없이는 지척을 분간하기조차 힘들었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던 중 70~80도의 급경사가 나타났다. 눈벽에 피켈(얼음 송곳)을 찍으며 내려왔다. 한발, 한발…. 마지막 발을 내딛는 순간 얕게 박힌 피켈 하나가 튕겨져 박씨의 이마를 깊게 긁고 지나갔다. 터져나온 붉은 피가 흰 눈위에 잉크처럼 뿌려졌다. 5㎝ 길이의 상처였다. 마음은 한없이 약해지면서도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면 죽는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두 사람은 배낭을 버렸다. 몸뚱아리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의식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입이 타올랐다. 사흘째 물을 마시지 못했다. 등정하기 전날부터 영하의 날씨로 물통이 꽝꽝 얼어버린 탓이었다. 박씨는 얼음을 피켈로 찍어서 마구 삼켰고 후배도 같이 얼음 빙수를 만들어 마셨다. 두 사람의 입안은 거친 얼음 조각에 다 헐어버렸다. 잇몸에서 피가 나왔다. 17일 밤. 두 사람은 밤새 고통으로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박씨는 “비명을 들으며 서로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튿날, 아침. 후배 최씨가 꼼짝하지 못했다. 발에 피가 공급되지 않아 물먹은 솜처럼 부풀어올랐다.

 

“형님! 먼저 가십시오. 저는 힘듭니다.” 가장 가까운 인가(人家)가 수백m 밖이었다. 만감(萬感)이 교차했다. 망설이던 박씨는 “내가 마을 사람을 불러 곧 너를 데리러 오겠다”며 등을 돌렸다. 몇 발자국 못가 눈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박씨의 걸음이 빨라졌다. 3시간쯤 걸었을 때 오두막 두 채가 나타났다. 벌써 눈은 발목 깊이로 쌓여 있었다. 달려가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다. 호주머니 속 피켈 망치로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마른 장작만 천장까지 쌓여 있을 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나….’ 지금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밤이 지나면 후배, 강식이의 삶의 희망은 사라진다. ‘그 녀석 부모를 무슨 낯으로 보나.’ 크레바스에서의 갈등이 다시 밀려왔다. 그러나 박씨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물어지는 몸을 이겨낼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의식이 희미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쓰러져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후 몇 시간이 지났을까? ‘삐-그덕.’ 문 열리는 소리에 박씨는 벌떡 일어났다. 시커먼 그림자가 성큼 들어왔다. 후배였다. “강식아!” 후배 최씨가 눈 위에 찍힌 선배의 발자국을 따라 필사적으로 오두막까지 들어온 것이다.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선배가 “잘 왔다. 이 자식아. 진짜 잘왔다. 걱정돼서 죽을 뻔했다”고 소리쳤다. 후배는 “눈이 쏟아지는데, 그대로 있으면 죽을 것 같아 따라왔다”며 웃어 보였다. 그뿐이었다. 이날 두사람은 4일 만에 오두막에 남아 있는 꿀과 말라 비틀어진 초콜릿 조각을 녹여 배를 채웠다. 쌓인 장작으로 불도 쬐었다. 2시간 간격으로 잠을 깨, 불이 꺼지지 않도록 했다. 그 다음날, 야크를 몰고 지나가던 현지 노부부의 도움을 받아 둘은 기적처럼 생환하게 된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상을 허락한 촐라체는 그들에게 잔인한 대가를 요구했다. 심한 동상에 걸린 두 사람은 결국 산악인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손가락과 발가락 대부분을 잘라야 했다. 박정현씨는 결국 양손 엄지를 제외한 8개의 손가락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크레바스 위에서 후배의 자일을 쥔 손가락이다. 후배를 살린 대신 산악인으로서의 생명을 잃은 것이다. 후배 최강식씨는 손가락, 발가락을 모두 잘라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수술을 거부하고 고향 진주로 내려가 경상대 병원에서 손가락, 발가락이 썩지 않도록 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출처 참고 : 남선우 월간 MOUNTAIN 발행인
                    신지은 조선일보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ifyouare.chosun.com]
                    http://blog.naver.com/jason2020/140010589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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