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경제 경영 인생 *-

paxlee 2006. 3. 25. 10:34

 

                  경제 경영 인생 강좌 45편

 

경영은 일부의 사람들만이 수행하는 전문적인 기능이기 보다는 상식과 교양에 기초한 삶의 한 현상으로 본다. 저자는 서문에서 경영학을 '일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학문'으로 정의하고 뒤이어 일을 잘하기 위한 필요조건 3가지를 평이한 용어만을 사용하여 알기 쉽게 제시하고 있다. 현대의 경영학이란 종업원에게는 기쁨을, 소비자에게는 만족을, 기업에게는 이윤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학문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자신은 산업혁명 이후 생산, 판매, 인사, 재무 등 부분해법(partial solutions)으로 발전되어 온 경영학을 하나의 통일된 체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경영학은 부조리한 삶에 대한 대응방식
실존주의 문학가 카뮈(A. Camus)는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좌절시키는 비합리성의 세계"로 정의하는데 저자는 이같은 상황을 경영,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우선 저자는 세계를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이 숙명인 곳으로 정의한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세계에서는 승자와 패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밀려오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회피할 수 없다. 그 결과 알코올 중독, 마약복용, 가정불화, 높은 이혼율과 자살 등 사회문제가 늘어난다.


카뮈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통해 부조리를 극복하고 운명을 긍정할 것을 역설한다. 굴러 떨어진 바위를 다시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일의 반복성과 단조로움을 회피할 수 없다면 이것을 긍정함으로써 신에게 반역한다는 것이 그의 시나리오다. 시지프스의 사례에서 카뮈는 조금치의 희망도 없을 것 같은 환경 속에서 삶에 대한 긍정은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저자는 '생명(生命)'이라는 단어를 풀이함으로써 삶에 대한 절대적 긍정을 발견한다.생명이란 '살아가라는(生) 명령(命)'이다. 생명을 합리화하는 데는 어떤 목적이나 가치가 필요치 않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 절대적 위임이고 사명인 것이다.

 

프론티어 정신은 블루오션 전략에 이르는 첩경
저자는 생존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과당경쟁이 없는 황무지를 개척하려는 생존전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황무지의 개척 없이 기존의 파이만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제로섬 게임의 전형적인 예는 일정한 유권자 수를 두고 벌이는 선거이다. 기업경영에서는 기존 시장을 두고 벌이는 시장점유율 경쟁이나 생산성 향상이 없는 노사분규 등이 제로섬 게임이다. 과거 한국기업들처럼 선진기업에 대한 모방을 주전략으로 삼았다가는 죽기살기식의 '레드오션'을 떠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프런티어 개척의 전형적인 사례로 시스코 시스템즈의 창업과 성장을 설명한다.

 

1980년대 초반 스탠포드 대학의 학생 부부였던 레너드 보색과 샌디 러너는 인터넷 시대를 예견한 놀라운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했으나 그것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한 길을 가야 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황무지를 개척하는 일은 몹시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1987년 그들은 마침내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고 인터넷 환경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자 2천년에 이르러 시스코는 GE와 MS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만약 시스코가 자동차나 선박, 가전제품같이 전통적이고 재래적인 산업분야에서 창업했다면 이렇게 눈부신 발전과 역사적 기여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기초과학과 기술력이 부족한 한국기업이 프런티어를 개척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차선책으로 3D산업의 길을 선택하라고 권고한다. 3D산업은 회피대상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과당경쟁이 없다는 것이다. 의식주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3D산업에서 나오므로 3D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프런티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척하는 일이 어렵다면 3D업종을 좀더 깨끗하고,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하여 발전시키는 것도 좋은 사업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생존경쟁의 부조리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지혜, 지속가능성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1톤에 가까운 나뭇잎과 풀을 먹어 치워야 했다. 이렇게 되자 숲과 초원은 황폐해지기 시작했고 공룡들은 추운 지역으로 먹이를 찾아 옮겨가야 했으며 몸집은 점차 작아지고 번식력도 약해져 갔다. 그러다 빙하시대를 맞이하여 이내 멸종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반면 곤충들은 자기들에게 먹이를 대어주는 현화식물들을 위해 가루받이를 해줌으로써 자기 생존기반을 만들었고, 그 결과 곤충과 현화식물 모두가 번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지속가능성이란 상생의 철학을 기반으로 가능함을 의미한다.

 

상생(相生)의 철학은 주고받음의 과정에서 구체화되는데 저자는 세계 최강국이었던 소련이 붕괴한 것도 국민에게 적절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주고받음(相負相助)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의 입장을 생생하게 이해하는 감수성이 중요하다. 세종대왕은 문자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당시 백성들이 겪던 어려움을 감지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으며 병원의 잡역부였던 윌 케이스 켈로그(W. Kellogg)는 환자들이 식사할 때 겪는 고통을 덜어 주려다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캘로그(Kellogg)사를 창립하였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감수성은 경영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이같이 중요한 감수성을 배양하는 방안으로 우선 '오만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현대의 경영자들이 고층건물의 호화로운 사무실과 고급승용차의 검은 유리창 속에만 머물러 있는 한, 일반대중들의 필요, 아픔, 정서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존경쟁의 부조리함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자는 '진화를 위한 노력'을 제시한다. 그리고 진화를 위한 노력의 경영학적 표현은 바로 '환경적응 → 전략수립 → 구조조정'이다.

 

현대경영의 두 기둥: 창조성과 생산성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것은 제품의 가치(V)와 제품의 가격(P)제품의 원가(C)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생산하는 제품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그것을 생산하는데 들이는 원가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가령 육면체 수박을 개발한 일본의 농부는 제품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원가를 낮추지 못해 실패했고, 포드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해 원가절감에 혁명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뒷날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다. 그런데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능력은 창조성(Creativity)에 의해 좌우되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능력은 생산성(Productivity)에 의해 좌우된다.

 

창조성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이고, 생산성은 제품 단위당 들어가는 원가를 줄이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기업이 내놓은 제품이 성공하려면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을 모두 발휘해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제품의 가치를 높이려면 그만큼 원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이것을 부정하는 사례는 많다. 1940년대까지 GE는 냉장고 도장(塗裝)공정에서 언제나 석면을 바닥에 깔았다. 당시에는 석면사용에 대한 규제가 없었고 인화성이 강한 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에서는 석면이 가장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후 물자부족으로 석면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GE의 구매부장이었던 마일즈(L.D.Miles)는 "왜 구태여 석면을 써야 하는가. 값이 더 싸면서 불연성이 좋은 자재가 있는데 그것을 써보라"는 납품업자의 권유를 받아들여 실험해 보았다. 그 결과 마일즈는 새로운 자재가 값이 더 싸면서 성능은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여기서 가치분석(VA; Value Analysis)이라는 기법이 탄생했다. 가치분석은 그 효과가 알려지면서 연구개발, 설계 등 경영의 다른 분야로도 전파되어 가치공학(VE: Value Engineering)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분별력
과유불급이란 논어에 나오는 표현으로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로 좋지 않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과유불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오늘날의 기업과 경영자들이 자칫 분수나 한계에서 벗어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과유불급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나폴레옹은 군대를 이끌고 눈 덮인 알프스를 넘어가면서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장담했으며 우리나라도 경제발전 초창기에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많은 기적같은 성과를 이루어 냈다. 그러나 이것은 과학과 기술의 전쟁터가 되어있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는 방법론은 아니다.

 

1천년이 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쇠를 금으로 바꿔 보려는 연금술은 실패로 끝났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존재하지 않는 자연법칙을 이끌어 낼 수는 없듯이 '하면 된다'는 신념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과유불급의 분별력은 인간적 성숙도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성숙한 인간이란 그를 둘러싼 우주적 현상에 고마움을 느끼는 인간이며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겸손함을 유지하는 인간이다.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빛, 즉 가시광선은 전체 빛의 5%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음역은 전체 음파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지적인 소수의 자기희생

1859년부터 1869년에 걸쳐 수에즈 운하를 성공적으로 건설한 프랑스의 젊은 엔지니어 레셉스(F. Lesseps)는 1881년 이번에는 파나마 운하건설에 도전했다. 그런데 수에즈 지역과 파나마 지역은 지형과 기후 등 자연환경이 크게 달랐다. 수에즈의 경우 굴착지역의 평균 높이는 해발 15미터였지만 파나마의 경우 150미터나 되었다. 수에즈 지역은 건조한 사막형 기후였지만 파나마는 강우량이 3천 밀리미터에 달하는 열대우림지역이었다. 그러나 레셉스는 수에즈 운하 건설에서 성공한 방식으로 공사를 밀고 나갔다. 결국 9년 동안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운하의 완공은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고, 황열병과 말라리아로 2만 명 이상의 건설인원이 죽어나갔다. 1889년 레셉스의 파나마 운하 건설은 실패로 끝났다.

 

저자는 이같은 사례를 들면서 현재 2만 달러에 도전하는 한국은 새로운 국가전략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 소수를 발굴, 육성하는 시스템이다. 도전과 응전의 역사관을 주창한 토인비는 도전을 적시에 인식하고 그에 응전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주체를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라고 불렀다. 한국의 경우 과거 국민소득 1만 달러를 가능케 한 주역은 '근면한 다수'였다. 이들은 저렴한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을 해주어 국가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젠 이러한 방식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상품 아이디어 창출, 노사화합을 가능케 하는 조직문화 창조, 경쟁력의 원천이 될 첨단기술의 개발 등을 위해서는 창조적 소수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자기 희생적으로 일하는 '지성적 소수(will minority)가 필요하다. 저자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독일에 건너가 희생적으로 일한 젊은 간호사들의 예를 들며 현재 한국에 필요한 인재는 바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각오를 지닌 지성적 소수라 주장한다. 이러한 인물들이 배출되는 가정이나 국가는 발전을 거듭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집단은 쇠퇴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 : 윤석철/발행사항 : 위즈덤하우스(주), 2005/215 p,₩ 10,000/]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ing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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