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브랜드창조의 법칙 *-

paxlee 2005. 12. 16. 20:37

 

                   브랜드창조의 법칙

 

마케팅 및 브랜드 관련 대표적 저서중의 하나로서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책이 있다. 1985년에 출간된 이 책은 오늘날에도 브랜드 분야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이 책의 저자중의 한 명인 알 리스가 그의 딸과 함께「브랜드 창조의 법칙」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전문가의 눈길을 끌고 있다. 총 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 등을 통해 브랜드의 분화만이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노매드 주크박스는 왜 실패했는가?
머리말에서 저자는 다음의 두 제품을 비교한다. 하나는 아이포드이고 또 하나는 크리에이티브 노매드 주크박스이다. 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면 크리에이티브 노매드 주크박스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도 아이포드는 안다. 실은 두 제품 모두 MP3 뮤직 플레이어이다. 아이포드가 출시된 것은 2001년 11월이다. 주크박스는 2000년 7월이다. 초기품질은 비슷했고, 주크박스는 최초의 아이포드 용량인 5기가보다 더 많은 6기가 하드 드라이브를 내장했다. 제품출시도 주크박스가 빨랐고, 성능도 뛰어났는데 왜 오늘날 시장은 아이포드가 장악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4가지의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제품확장. 주크박스를 시장에 선보인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는 이미 플래시 메모리에 기반한 다른 MP3를 팔고 있었다. 소비자의 머리 속에는 하드디스크라는 것이 자리잡지 못했다. 둘째, 일반적인 이름. 크리에이티브라는 이름은 너무 일반적인 용어이다. 특성없는 일반적인 이름으로 브랜드를 개발할 수 없다. 셋째, 길고 복잡한 이름. 오늘날과 같은 홍보의 홍수 속에서 브랜드를 개발하려면 짧고 간단한 이름을 써야 한다.

 

넷째, 집중의 분산.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는 MP3플레이어 외에도 디지털 카메라, 모뎀, CD, DVD 드라이브, PC 스피커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가 "하드 드라이브에 기반을 둔 MP3 플레이어"를 상징할 수 있는 적절한 브랜드를 사용했다면 현재의 상황이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전문가들은 음악 다운로드 소프트웨어인 아이튠과의 연동, 버튼4개의 심플한 인터페이스, 애플 및 매킨토시와 연계된 기존 브랜드력을 성공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충고대로 했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은 시장 지위는 확보할 수 있었을 것" 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브랜드 전략만을 제대로 실행했다고 해서 기업이 대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생산전략, 재무전략 심지어 경쟁전략조차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전략들도 어느 정도 제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브랜드전략은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점을 참고하면서 이 책을 음미해 보도록 하자.

 

■ 진화론과 브랜드
1장에서 4장까지, 저자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브랜드를 설명한다. 진화론의 관점은 "향상"과 "분기"이다. 자동차 시장을 보자. 20세기 초반에 출시된 포드의 T형 자동차는 세단형이다. 이러한 차종은 이후 페어레인, 토러스로 진화된다. 컨셉은 비슷하면서 더 나은 모습으로 서서히 "향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자동차 시장에 세단형만 있는가. 아니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집(Jeep)도 있고, 크라이슬러의 미니밴도 대단한 브랜드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세단형은 아니지만 엄연히 자동차이다. 새로운 형태의 차종이 나왔을 때 자동차 시장은 갑작스런 "분기"가 나타난다.

 

다른 모든 산업도 향상과 분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라는 하나의 가지는 퍼스널 컴퓨터, 네트워크 컴퓨터, 랩톱 컴퓨터, 휴대용 컴퓨터 등으로 분화되었고, 텔레비전은 아날로그 텔레비전, 디지털 텔레비전, 고화질 텔레비전, 소형 텔레비전, 대형 텔레비전 등으로 분화되었다. 이런 분화와 확산의 흐름 속에서 어떤 가지(카테고리)는 퇴화하고 소멸한다. 예컨대 타자기라는 가지는 수동 타자기, 휴대용 타자기, 전동 타자기 등으로 분화되었지만 지금은 컴퓨터라는 이웃 가지에 가려 소멸해 가고 있다.

 

브랜드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때,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코카콜라이다. 코카콜라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까지 콜라라는 카테고리는 없었다. 음료시장에는 맥주, 탄산수, 오렌지 주스, 레모네이드 등이 경합하고 있었다. 코카콜라는 콜라라고 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기 때문에 대형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글로벌 10대 브랜드 중 8개가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고 이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나머지 2개는 IBM과 노키아인데, 이는 경쟁자의 실수 덕분에 1위가 되었다. 여기서 경쟁자란 각각 레밍턴 랜드와 모토로라를 말하는데, 이들은 브랜드를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메인 컴퓨터에 집중하고, 휴대폰에 집중했던 IBM과 노키아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 통합과 분화
5장에서 10장까지, 저자는 본격적으로 분화를 이야기한다. 분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통합을 비판한다. 비행기와 차가 결합된 비행차를 그려보자. 실제 1945년 테드 홀이란 사람이 비행차를 개발했다. 이제 도로는 필요없게 될 것이고 교통 혼잡은 과거의 일이 되어야 했다. 한때 세간의 커다란 관심을 끌었고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서로 테드 홀의 아이디어를 사고자 했다. 1946년 콘베어라는 회사가 실제 이러한 자동차를 내놓았다. 연간 16만대 판매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단 2대만이 생산되었을 뿐이다.

 

자동차 보트라는 제품도 있다. 1961년 독일회사가 개발했다. 모든 통합제품과 마찬가지로 수륙양용에서 기능성이 떨어졌다. 보트처럼 달리고 자동차처럼 떠있다는 것이 구입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사람들은 비행기면 비행기, 자동차면 자동차, 보트면 보트를 선호했던 것이다. 새로운 카테고리는 분화에 의해 탄생하지 결코 통합(컨버전스)에 의해서는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브랜드는 결국 하나에만 집중하는 브랜드에게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모토로라가 노키아에 졌고, 레밍턴 랜드가 IBM에 졌듯이 말이다. 그러면서 수많은 하이테크 기업과 로테크 기업의 사례를 제시한다. 읽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삼성 브랜드는 어떻게 성공하고 있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삼성의 혁신역량을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는 성공적인 브랜드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하지만 저자는 "혁신이라는 것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임을 강조하며 언젠가 혁신의 속도가 떨어지게 되면 삼성 브랜드도 순식간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컨버전스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하는 저자도 일부 예외를 인정한다. "자연계에서 가지들이 통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장에서는 가지들이(카테고리) 통합하는 경우가 더러 있긴 하지만 편이성이 주된 요인이 될 경우에 한해서이다. 샴푸와 린스, 편의점과 주유소, 카메라와 휴대전화 등이다" 컨버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편이성의 증진을 느끼고 있는가? 느끼고 있다면 삼성전자의 전략은 옳다. 그렇지 않다면 브랜드전략을 제고해 보아야 한다. 개별 브랜드보다는 기업 브랜드를 중시하는 한국 기업의 특성상 모두 함께 심사숙고해야할 부분이다.

 

■ 브랜드 창조 전략
시장을 먼저 파고들어라! 11장부터 17장까지는 보다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먼저 선두의 생존전략. 씨앗 두 개가 숲 속에 떨어졌다. 땅에 박힌 각도 때문이건 토양의 차이 때문이건 어쨌든 씨앗 하나가 먼저 싹을 냈고 다른 하나는 하루나 이틀 뒤에 싹을 냈다. 성장단계를 하나하나 비교해볼 때 먼저 싹을 낸 씨앗이 잘 자란다. 시간이 흐를수록 첫 번째 씨앗은 잘 자라서 커다란 나무가 되고 두 번째 씨앗은 첫째에 가려 햇빛도 잘 못받고 결국 시들어 죽어버린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브랜드가 이기게 되어 있다. 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먼저 출시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먼저 파고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출시는 "니어워터"가 빨랐지만, 시장을 먼저 파고 들어간 것은 "2%부족할 때"였다. 최초가 왜 중요한가. 소비자는 일등 브랜드를 "더 좋다"고 인식한다. 최초의 브랜드가 "진짜"라고 인식한다. 한 번 인식이 형성되면 이를 바꾸기란 쉽지가 않다.

 

1위와 정반대의 전략을 창조하라!
2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의 씨앗 이야기를 다시 해 보자. 씨앗 3개가 숲 속에 떨어졌다. 두 개는 가까이에 떨어졌고 나머지 한 개는 좀 멀리 떨어진 장소에 떨어졌다. 가까이 떨어진 두 개의 씨앗은 살기 위한 투쟁을 거쳐 결국 하나만이 살아 남는다. 좀 멀리 떨어진 씨앗은 비록 늦게 싹을 내더라도 생존확률이 높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2위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1위와 반대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전 세계 할인점 1위는 월마트이다. 한때 2위였던 K마트는 자취를 감추었다. 1위와 경쟁했기 때문이다.
타겟(Target)은 나름대로 잘 운영하고 있다.

 

1위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1위가 될 수 없으면, 1위와 다름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가지치기도 중요하다.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가지를 쳐 주어야 한다. 기업 및 브랜드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기업 정원사도 이처럼 해야 한다. 시어스 로벅은 한때 잘 나가는 백화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동차 센터, 페인팅, 수영장 관리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했다. 오늘날 시어즈는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 어떤 업종의 기업이든 매각하고, 분리하고, 일부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체질이 강화되고 금융상으로 건강해진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대명사를 창조하라!
이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보자. 이는 마케팅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자 동시에 가장 보람있는 일이다. 새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하려고 하는 회사를 보자. 아무 것도 없다. 시장도, 유통채널도, 경쟁자도... 카테고리의 이름은 정말 중요하다. 박카스는 "피로회복제"라는 카테고리의 대명사이다. 성공했다.

 

솔의 눈이라는 음료는 카테고리가 없다. 마시면 머리 속이 시원해지는 음료인데 이름이 무어라 부를 지 이름이 마땅하지 못하다. 결국 이 제품은 안타깝게도 제품력만큼 시장에서 인정받지는 못했다. 브랜드 자체가 카테고리의 대명사가 되면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타벅스(STARBUCKS)는 고급커피숍을 의미한다. 롤렉스(ROLEX)는 고급 스위스시계를 의미한다. 코스트코(COSTCO)는 창고클럽을 의미한다. 이러한 브랜드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다

 

나만의 적(敵)을 만들어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카테고리를 공격하여야 한다. 이것은 의류나 패션 제품에서 잘 드러난다. 새 패션 브랜드를 의식 속에 집어넣는 최선의 방법은 기존의 패션 브랜드를 시대에 뒤떨어진 폐기물로 여기도록 하는 것이다. 즉 모든 새 카테고리를 기존의 카테고리와 반대되는 자리에 포지셔닝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의 의식 안에 진입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브랜드는 적이 필요하다. 적을 설정하기는 새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적 없이 성공하는 카테고리는 없다. 적 없이 성공하는 브랜드도 없다.

 

기다림의 미학(美學)을 발휘하라
마지막으로 브랜드 출시. 이때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조급해서는 안 된다. TV는 1927년에 발명되었다. 상업화가 된 것은 2차 대전 이후이다. 신제품이 전환점을 맞게 되는 것은 초기의 준비 기간 이후 갑자기 속도를 내며 대중 판매 단계로 급부상할 때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이 전환점은 브랜드 출시 후 평균 6년이 걸린다고 한다. 세월의 시련을 견뎌 낸 가장 크고 강한 브랜드들은 우주선처럼 급발진한 브랜드가 아니다. 비행기처럼 천천히 이륙한 브랜드이다.

 

  - 저자 : 알 리스, 로라 리스/발행사항 : 넥서스BIZ, 2005/443 p,/가격 : ₩ 18,000/
  - 서평 : 신현암(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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