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의 삶의글

-* 장 마 *-

paxlee 2006. 7. 29. 08:51

 

                                         지겨운 장마

 

 

비는 몇 일째 계속하여 내린다. 이렇게 몇 일이고 비가 오고 또 오고 계속 내리는 것을 우리는 장마 비라고 한다. 올해 장마 비는 유별나게 북쪽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비는 언제나 서쪽에서 아니면 남쪽에서 부터 오는게 일반적인데, 이 번에는 북쪽에서 시작하여 강원도를 물속에 빠트리고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집이 물에 잠기고, 흙더미에 깔리고, 산 사태가 나고, 도로가 망가지고, 낙석이 도로에 쌓이고, 농작물에 물속에 잠수를 하고, 전기가 끊키고, 수도물의 시설이 물에 잠기고, 통신이 두절되어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풍지박산이 되었다.

 

삶의 안식처가 되는 집이 순식간에 물에 의한 공격을 받아 흔적없이 사라지고 의지할 곳이 없는 수재민들의 처참한 아픔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물의 공격은 언제나 순간에 일어나는 특성이 있어 눈으로 보면서도 막을 수가 없는 불가항력의 폭력과 요동치는 물줄기는 거센 힘을 발휘한다. 수십년 된 나무들이 뿌리체 뽑혀나가고, 아스팔트 도로를 절단하고 다리를 떠 밀어내기도 한다. 물과 불은 어느 것이나 인간의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무성한 힘을 가지고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뒤죽박죽으로 파괴하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

 

장마 비는 강원도를 휩썰고 서울경기,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까지 차례 차례로 할키고 지나갔다. 최고 500mm가 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적어도 전국 대부분이 300mm 가까이 내렸으니 우리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조마조마 하면서 전전긍긍 하였다. 장마 비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고 지역에 따라 집중호우가 내리고 곳에 따라 게릴라성 호우가 사정없이 퍼부어 순식간에 우리들의 삶의 터전을 물 바다로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7월 16일과 17일 황금연휴도 집에서 방에 틀어 박혀 티브이 앞에 앉아 있거나 낮잠으로 시간을 때우면서 휴일을 보냈다.

 

근 일주일 이상 햇빛을 보지 못하고 생활하다보니 모든게 비오는 날의 우울증처럼 기분은 깊은 밤길을 걷는 것 같이 암울하기만 하다. 비도 창문을 두더리는 낭만이 있을 때는 여운이 있어 좋고 하늘에서 빗살무늬처럼 소리없이 내리는 그 모습에서 그리운 추억이 되 살아나기도 하지만, 장마 비에는 지겨움이 앞선다. 비도 보슬보슬 내리는 보슬비에서 부터 아침 안개처럼 내리는 이슬비가 있고, 우산을 받기에는 이른 가랑비가 있어 우리는 흔히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기도 하다. 천둥번개를 동반하는 소낙비는 시원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무지개를 연출한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태풍이 몇 차례 밀려오기도 한다. 태풍은 누구나 무서워 한다. 그 힘이 위력이 얼마나 쎄고 사나운지 강한 바람과 무지하게 쏟아지는 빗 줄기에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연례행사처럼 격는 태풍과 장마비는 자연의 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자연의 위력을 보려주는 것인지? 인간의 오만함을 깨닭게 하려는 것인지? 자연이 인간의 지혜와 권세에 대항하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만든 원자폭탄 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자연이 주는 재앙은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요즈음은 장마비가 한번 내렸다 하면 300mm가 넘게 집중적으로 내려 인간의 삶의 터전을 마구 파괴하는 현상은 치를 떨게 한다. 7월 한달 내내 장마비에 시달리다 보니 어느둣 7월의 무더위는 별 탈없이 지났지만, 수해의 어마어마한 피해를 돌아보면, 무지 막지한 장마보다는 더위에 시달리는 것이 더 낳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너무 넘치면 해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행복도 넘치면 조마조마하고 불안을 잉태하게 한다. 모든 일에 중용을 지키며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번 주말부터는 장마가 개인다고 하니 기대를 하여 본다. 장마기간 동안 구름속에 갖혀있는 태양은 얼마나 답답하였을까? 장마가 개이면 이제 피서휴가를 떠나야 할텐데, 장마에 할퀴고 헐 뜯긴 상처투성이인 피서지 그 어느곳을 찾아갈가?, 고향마을을 방문하여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려보는 것도 피서휴가의 보람된 일과가 되지 않을가 생각하여 본다. 장마가 인간에게 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언제나 미래를 내다보면서 자신을 보안하고 대비하라는 경고가 아닐가 생각하여 본다.


* Rhythm of the R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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