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 커피 박물관 *-

paxlee 2006. 10. 5. 18:16

 

커피박물관
 

 

              왈츠앤닥터만 커피박물관

 

커피는 한국에서도 일상 속의 음료가 된지 오래됐다. 그런데 높은 인기에 비해 커피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월 18일 경기 남양주에 문을 연 ‘왈츠앤닥터만 커피박물관’(관장 박종만)은 커피 애호가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커피에 유익한 정보를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커피의 역사’ ‘커피의 일생’ ‘커피 문화’ ‘커피 재배온실’ ‘커피 미디어 자료실’ 등 5가지 테마로 이뤄져 있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6시(월요일 휴관)이고, 입장료는 대인 5000원, 소인(초등학교 6학년까지) 3000원. 매시 정각과 30분에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투어를 할 수 있다. 1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투어에는 직접 커피를 추출해서 마셔 보는 실습도 포함돼 있다.

 

먼저 ‘커피의 역사’ 섹션에서는 ‘인류가 언제부터 커피를 마셨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커피의 시초에 있어서 정설로 여겨지는 것은 ‘칼디의 전설’이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지마(현재의 카파)라는 곳에서 양치기 소년 칼디가 숲 속의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하는 양을 발견한 것이다. 호기심에 사로잡힌 소년도 열매를 따먹어 보았는데 힘이 솟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커피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후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 재배가 시작됐고 자메이카, 하와이,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으로 퍼져나갔다.

 

박물관에 전시된 국제커피협회(ICO) 자료에 따르면 세계 제1의 커피 생산국은 브라질이다. 생산량은 2005년 기준으로 3294만4000자루(1자루=60㎏). 2위는 1155만자루를 생산한 콜롬비아, 3위는 1100만자루를 생산한 베트남이었다. 이처럼 커피는 ‘커피 벨트’라고 불리는 북위 25도~남위 25도 사이에 위치한 나라에서 주로 생산된다. 세계 최대 수입국은 미국으로 175만3176자루를 수입했다. 1인당 소비량(연간)이 가장 많은 나라는 핀란드로 연 12.02㎏을 소비했고 한국은 1인당 1.6㎏으로 11위를 차지했다.

 

커피의 종류는 크게 아라비카, 로버스타, 리베리카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품질은 아라비카가 가장 좋다. 최상품인 아라비카는 원두커피의 재료로 쓰이고, 로버스타는 인스턴트 커피의 재료다. 리베리카가 최하위. 로버스타는 맛과 향이 아라비카에 비해 떨어지고 카페인 함량도 2~3배 높지만 환경이 나빠도 잘 자라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인스턴트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한국의 커피 수입량 80~90% 정도가 로버스타다.

 

‘커피의 일생’ 섹션에서는 생두와 원두를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까만 콩 모양의 커피는 이미 로스팅(볶는 작업) 단계를 거친 것이다. 커피 열매는 빨간 체리 모양으로 맛도 매우 달다. 열매 안에는 두 개의 씨앗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빈으로 ‘생두’라고 부른다. 생두를 볶으면 향기로운 냄새를 지닌 부드러운 갈색의 원두가 되는 것이다.

 

‘커피 문화’ 섹션에서는 디카페인 커피(카페인을 제거한 커피)의 유래를 알 수 있다. 독일의 괴테가 자신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화학자 룽에에게 커피 분석을 의뢰했고, 룽에가 카페인을 제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세 가지 섹션의 투어를 마치면 옥상에 만들어진 ‘커피 재배 온실’로 올라간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나무를 기르고 있다. 커피나무에서는 쟈스민 향기가 나는 작고 하얀색의 꽃이 핀다. 마지막으로 ‘커피 미디어자료실’에는 다양한 커피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고 다채로운 빛깔과 모양의 커피잔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자료실에서는 커피가 등장하는 영화 장면을 모아 상영한다.

 

투어를 마치면 바리스타(커피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사람)와 함께 원두커피를 추출해서 마신다. 이때 생활 속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커피 상식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신선한 원두커피를 구별하는 방법이다. 신선한 커피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 오븐 속의 빵처럼 한껏 부풀어 오른다. 반면 오래된 커피는 흙에 물을 뿌린 것처럼 가라앉는다. 따라서 진공 포장된 원두커피를 열었다면 1~2주일 내에 마셔야 한다. 향기가 좋아서 인기 있는 헤이즐넛 커피는 오래된 커피를 처분하기 위해 고안됐다. 헤이즐넛 커피는 커피 고유의 향기를 잃은 원두에다가 헤이즐넛에서 추출한 인공 오일을 첨가한 것이다.

 

두 번째는 맛있는 원두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그라인딩(원두커피를 분쇄하는 것), 끓는 물의 온도, 첫 물 붓기 등 세 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먼저 신선한 원두를 구입해서 적당하게 분쇄해야 한다. 거칠게 갈면 제대로 된 커피 맛을 얻을 수 없고 미세하게 갈면 커피 향이 많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끓는 물의 온도는 섭씨 88~93도가 최적이다. 동양의 다도(茶道)에서처럼 커피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워두면 더욱 좋다.

 

세 번째는 커피를 마시는 법이다. 추출한 커피를 커피잔에 담았다면 입보다 코가 먼저 커피를 즐기도록 한다. 향기를 충분히 음미한 뒤 커피를 마실 때도 첫 모금은 바로 삼키는 것보다 잠시 머금고 있는 것이 좋다.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이상 음악가), 카프카, 발자크, 헤밍웨이(이상 문학가), 피카소, 고흐(이상 화가), 루소, 칸트(이상 철학자) 등은 역사 속의 대표적인 커피 애호가였다. 나폴레옹은 하루에 10잔 이상의 커피를 마셨고, 루이 15세는 궁전에서 직접 커피를 재배해 손님에게 대접했다. 심지어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커피에 세례를 주기도 했다.

 

박종만 관장 인터뷰
 

 

 “한국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싶다” 지난 9월 12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왈츠앤닥터만 커피박물관’ 1층 레스토랑에서 박종만(46·사진) 관장을 만났다. 그는 세종대 국문학과,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대학원을 거쳐 강원대 원예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박 관장은 1989년 서울 홍대앞에 ‘왈츠’라는 커피 전문점을 열었고 현재는 커피박물관과 레스토랑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 커피박물관을 열게 된 계기는?.
“1989년 인테리어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일본 나고야로 출장을 갔다. 그때 ‘왈츠’라는 커피전문점과 공장을 방문하게 됐다. 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는 한국에 ‘왈츠’ 매장을 들여왔고, 커피박물관 건립 구상을 했다. 1996년 이곳(경기 남양주)에 ‘왈츠앤닥터만’이라는 카페 겸 레스토랑을 먼저 열었고 박물관 개관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커피에 대한 정보, 역사, 문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 박물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품은 몇 점인가?.
“현재 전시 중인 물품은 그라인더, 커피잔, 포스터, 서적 등 500여점이다. 수장고에는 1000여점이 더 있다. 계절별로 전시 물품을 바꿀 것이다.”

 

- 닥터만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닥터는 박사이고 만은 내 이름의 끝자다. 한국 최고의 커피 박사가 되기 위한 의지를 담은 것이다.”

 

-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나.
“1895년 고종 황제가 러시아 대사관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국회 도서관 자료를 뒤지다가 1886년 선교사 알렌이 궁궐에서 커피를 대접 받은 사실이 기록된 문헌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유럽 선교사가 오기 시작했던 1800년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 최상급의 커피는 어떤 것인가.
“객관적으로는 블루마운틴(자메이카), 코나(하와이), 케냐, 에티오피아의 순이다. 하지만 서열은 누구에게나 바뀔 수 있다. 개인적인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코나를 가장 좋아한다. 하와이섬의 코나에서 1년간 커피를 공부한 개인적 인연 때문이기도 하다.”

 

- 향후 계획은.
“먼저 커피 재배에 심혈을 기울이고 싶다. 하와이, 자메이카, 멕시코에서 각각 두 가지씩, 여섯 종을 가져와 온실에서 키우고 있다. 또 커피아카데미를 열어 후배 양성에 힘쓰고 싶다. 요즘 커피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기는 했지만 바리스타나 소매업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커피 재배, 문화 연구, 선물거래(先物去來) 등에 필요한 인재가 많이 배출됐으면 좋겠다.”

 

- 인터뷰 :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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